불량 제품이거나 배송 늦으면 반품 없이 환불 요구 가능…판매자 보호 장치도 마련
지난 12월 27일 핀둬둬, 징둥, 타오바오는 온라인 상거래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조치를 발표했다. 특정한 조건 하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환불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는 모든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고, SNS 등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언론에선 이를 ‘환불만’ 정책이라고 지칭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인 이 정책이 소비자의 권익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에서 구입한 제품이 불량이거나, 또는 배송이 지나치게 늦으면 구매자는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타오바오 측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없는 사업자에 대해선 엄격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구매자는 제품을 반품하기 위해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다. 또 택배비도 지급해야 했다. 또한 약속된 날짜보다 배송이 늦어도 기다리거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구매자들은 온라인 쇼핑에서 큰 고민을 덜게 됐다. 또 판매자 역시 제품 품질과 서비스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구매자가 환불을 요청한 후 48시간 이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판매자는 플랫폼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판매자들은 이번 조치를 앞두고 불만을 터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들은 폭주하고 있는 구매자들의 원성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이를 강행했다.
장신구를 판매하고 있는 한 사업주는 “구매자에 대한 플랫폼의 총애가 너무 큰 것 아니냐. 판매자들은 어쩌란 말이냐. 환불만 정책을 악용하려는 구매자들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업체들 간 출혈경쟁으로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플랫폼이 사기업의 영역에 침범한 것은 아닌지 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 측은 “판매자들이 정상적으로 제품을, 제 시간에 배송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징둥 관계자는 “무조건 환불을 하라는 게 아니다. 명확한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환불을 한다”고 했다. 이어 “판매자가 환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타오바오는 구매자가 환불을 요청한 뒤 3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포함시켰다.
전문가들도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환불만 정책이 법의 정신에 부합하다는 평가다. ‘소비자권익보호법’은 위조품, 불량품 등을 판매한 판매자는 반드시 환불을 해주도록 돼 있다. 전자상거래 비중이 갈수록 커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권리 보호가 미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의 이번 조치는 더욱 의미가 크다.
핀둬둬 관계자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이익이 균형을 맞추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 판매자가 구매자를 속여선 안 될 일이다. 또한 판매자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를 받아도 안 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빅데이터, 자체적인 심사 기준 등을 총동원해 ‘환불만’이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타오바오는 환불만 정책과 관련해 두 가지 사항을 공개했다. 첫 번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불만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환불을 많이 요청받은 판매자에 대해선 제약을 가하고, 반대로 특정 개인이 환불을 얼마나 많이 요청하는지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수집한다. 악성 민원인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두 번째는 환불로 인한 모든 비용은 판매자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타오바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환불만을 자주 사용하는 구매자에 대해선 우리가 별도로 선별한 후 이를 판매자에게 제공한다. 또 블랙리스트에 오른 판매자가 일정 기준 이상의 호평을 획득하면 리스트에서 해지하는 방안도 있다”고 귀띔했다. 구매자가 환불만 정책을 악용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수단이다.
구매자들은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다. 반대하는 글은 찾기 어렵다. 한 누리꾼은 “새로운 규정은 구매자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판매자들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동안 사실 구매자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환불은커녕 교환이나 반품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론 판매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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