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씨에 따르면 샤오랑은 하루에 10시간가량 피아노를 친 적도 있다고 한다. 낮은 물론 밤에도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느낀 마 씨는 샤오랑을 찾아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샤오랑을 신고했고, 재판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소음으로 인한 첫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소음과 관련한 법 규정이 애매모호해 이번 법원 판결이 향후 벌어질 소음 분쟁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양측은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퉜다. 공방은 3년을 넘겼다. 우선 마 씨 측은 피아노 소리가 너무 클 뿐 아니라 오래 지속됐다면서 자신을 비롯한 동네 이웃들에게 공해로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샤오랑의 피아노 연주를 금지하거나 또는 연주 시간 제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샤오랑은 법정에 나와 우선 자신이 음악 교사임을 강조했다. 하루에 피아노를 장시간 쳤던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수업을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고 해명했다. 또 조사해 본 결과 그 마을에서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유독 샤오랑의 피아노 소리만 문제 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샤오랑은 “집에 소음을 막거나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충분히 취했다.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법정 기준을 초과한다는 마 씨의 민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면서 “다른 이웃들은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론은 마 씨의 편이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샤오량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아무리 조심해도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민폐” “이어폰을 꽂고 칠 수 있는 피아노를 이용하면 된다” “법원이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등과 같은 내용이다.
얼마 전 법원도 마 씨의 손을 들었다. 마 씨는 샤오랑의 피아노 연주 시간을 증명할 수 있는 녹음, 이웃 주민들의 불만 등을 증거로 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샤오랑의 피아노 연주가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했다. 이어 “샤오랑의 피아노 연주 시간을 제한해달라는 요구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샤오랑의 업무 성격상 피아노 연주를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법원은 “업무상 피아노를 연주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주거 단지에서 이웃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오전 9시 이전, 낮 13~14시, 오후 19시 이후엔 피아노를 칠 수 없도록 했다. 또 하루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시간은 3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 이어 법원은 샤오랑에게 “피아노를 연주하더라도 그 볼륨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했다.
‘소음공해방지법’에 따르면 피아노 등 악기를 연주할 때 발생하는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하려면 법원이 각종 증명서와 녹음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돼 있다. 무조건 소음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연주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법이다. 하지만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소음으로 피해를 본 이웃의 권리에 무게를 두면서도 연주자의 권리 역시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법원 역시 판결을 통해 “쌍방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재판이 3년 넘게 진행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법원은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일상을 살다 보면 이웃끼리 부딪힐 수가 있다. 소음도 그중 하나다. 이때 서로 양보하고 한발 물러서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하고, 그래서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