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루게릭 판정, 자전적 소설 쓰며 극복…“환우들에게 희망 주고 싶다”
중국 간쑤성 리현 출신 푸원보는 2012년 상하이공과대학을 졸업했다. 푸원보의 모친 자타오예는 “아들은 어릴 때부터 부지런했다. 좋은 대학에 붙고, 졸업해 너무 기뻤다. 푸원보는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면 부모님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주 말했다”라고 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던 푸원보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2016년 무렵이다.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낀 푸원보는 병원을 찾았고, 뇌에 종양이 검출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수술을 받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됐다. 수많은 진단을 했고, 결국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푸원보는 절망했다. 그는 “파멸을 의미했다. 부모에게도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루게릭병 진단 후 푸원보는 일을 그만뒀다. 교제하고 있던 여자친구와도 이별을 맞았다.
푸원보의 부모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친은 낮에 일하고 밤에는 푸원보가 치료를 받고 있던 병원에 가서 아들을 돌봤다. 부친은 푸원보의 병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병원 정보를 찾고, 의사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푸원보 부모는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니던 직장은 그만둬야 했다. 거동이 불편한 푸원보를 아침부터 돌보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옷을 입고, 용변을 보고, 밥을 먹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푸원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푸원보가 잘 때에도 부모는 번갈아가며 계속 주물러주거나 몸을 뒤집어줬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하루하루 살아가던 푸원보는 2019년 루게릭병 환자들의 삶을 소설로 쓰겠다고 결심했다. 푸원보는 루게릭병 치료를 하면서 같은 처지의 환우들을 알게 됐다. 그는 그들로부터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고, 자신이 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푸원보는 오른손 중지와 검지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다. 한 글자 타이핑을 할 때마다 마우스를 일일이 클릭해야 했다.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모친이 도움을 줬다.
푸원보는 “글을 쓰다가 지우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주일을 애써 썼던 글도 주저 없이 지웠다”면서 “영감이 왔을 때 하루에 6시간, 1500여 자를 썼다. 소설은 완전히 제로에서 시작했다. 첫해(2019년)에 10만 자가 넘는 글을 썼는데 마치 일기장처럼 썼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의 글솜씨가 의심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푸원보는 소설을 쓰기 위해 우선 루게릭병에 관한 정보를 열심히 모았다. 근육세포, 신경세포 등을 다룬 문헌부터 일기 시작했다. 23만 자의 초고를 2021년에 완성한 그는 책 제목을 ‘용감하게 살아라’로 잠정 결정했다. 푸원보는 주인공 이름을 션우유(沈无忧)라고 지었는데, ‘씩씩하고 용감하게, 근심 없이 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푸원보는 초고를 쓴 후 반복해서 원고를 수정했다. 5번째 고칠 때 제목을 ‘운명을 이겨라’로, 다시 ‘다른 하나의 삶’으로 제목을 바꾼 푸원보는 7번을 고치고 나서야 지금의 ‘다시 태어나’를 최종 확정했다. 그리고 2023년 8월 책이 출간됐다.
책의 1장부터 3장까지는 루게릭병을 진단받았을 때의 초반 심정을 담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4장부터 6장까지는 루게릭병과 싸우는 여정을 기록했다. 7장과 8장은 루게릭병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 정신세계 등을 다뤘다. 마지막 9장은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전을 제시했다.
소설 출간 후 푸원보는 “아무런 걱정 없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보살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어머니는 나의 또 다른 지팡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병을 앓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깨달음은 새로운 것이며 여러분에게 힘과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상하이이공대 출판인쇄예술디자인학부 교수 런젠은 책의 서문을 통해 “책이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푸원보의 의지, 강인함이었다. 4년간 두 손가락만으로 글을 입력해 마침내 자전 소설을 완성했다고 상상해 보라. 책의 글귀에는 푸원보의 마음, 노력, 깨달음이 모두 담겨 있다”고 썼다.
모친 자타오예는 “아들이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내용은 잘 몰랐다. 나는 글을 잘 읽지 못한다. 하지만 아들이 책을 완성하게 돼 너무나 기쁘다. 아들의 손이 마우스에 닿지 않을 때 매번 내가 그의 손을 잡고 마우스에 올려주어야 했다”고 했다. 부친은 “글을 읽을 순 있지만 아들의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차마 책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푸원보는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루게릭병을 홍보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의료 자원을 통합하고 싶다. 루게릭병 환자에게 희망과 삶의 용기를 주고 마지막으로 나의 돌파구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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