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부분 보정” 인정했지만 원본 공개는 못해…일부에선 “아예 다른 날 사진 이어붙인 가짜” 주장
문제는 일부 매의 눈을 가진 누리꾼들과 사진 전문가들이 사진의 여러 부분이 수정됐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미숙한 솜씨로 사진을 군데군데 손본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사진을 실었던 주요 매체들은 앞다퉈 사진을 삭제하는 이른바 ‘킬’을 선언했고, 순식간에 이 사진은 영국의 모든 언론매체에서 사라졌다. 현재 왕실 측은 원본사진을 공개하라는 대중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에 미들턴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영국인들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도대체 영국 왕실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지난 10일, 조지 왕자(10) 샬럿 공주(8) 루이 왕자(5) 등 세 자녀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미들턴의 가족사진을 본 영국인들은 환호했다. 아닌 게 아니라 미들턴이 수술 후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듯 보였기 때문이다. 켄싱턴궁 측은 “이 사진은 윌리엄 왕세자가 찍은 아마추어 가족사진이다”라고 밝혔으며, 미들턴 역시 SNS에 올린 성명에서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날’을 보내며 멋진 하루를 보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실제 왕세자 부부는 평소에도 자녀의 생일을 포함한 특별한 날마다 직접 찍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미들턴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1년에는 한 인터뷰에서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는지 가끔은 아이들이 '엄마, 제발 사진 좀 그만 찍으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최고의 사진은 2020년 촬영한 윌리엄과 자녀들이 그네를 타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윌리엄의 38번째 생일과 ‘아버지의 날’을 기념해서 공개한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공개한 사진 역시 같은 맥락에서였다. 다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평소와 달리 대중들의 관심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행복한 가족사진을 통해 영국 왕실은 그간의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뜻대로 되지 않은 셈이 되고 말았다. 사진이 조작된 정황이 여러 군데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가령 샬럿 공주의 오른쪽 소매 부분이 일부 잘려있거나, 스커트 가장자리 선이 어긋나 있거나, 혹은 미들턴이 입고 있는 점퍼의 지퍼 위치가 좌우 비뚤어져 있는 식이었다. 또한 샬럿 공주의 좌우 머리카락 길이도 다른 데다 루이 왕자가 입고 있는 스웨터 무늬도 어색하게 이어붙인 듯 보였다. 심지어 오른손도 이상하게 보였다. 이와 관련, 초상화 사진작가인 마틴 밤포드는 “나는 전문 사진작가다. 샬럿 공주의 손목을 자세히 보라. 포토샵에서 레이어를 합성할 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 사진이 왜 이런 식으로 편집되었는지 추측하지는 않겠지만, 이상하긴 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배경의 나무들이 계절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뭇잎이 이른 봄철에 비해 너무 무성하고 초록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케이트 게이트’, 혹은 ‘소매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번 조작 사건으로 영국 왕실에 대한 신뢰에 또 한 번 금이 갔다고 생각하는 영국인들은 즉각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논란이 확산되자 급기야 미들턴이 직접 나서서 사진을 편집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개인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미들턴은 부부의 SNS 계정을 통해 “어제 공유한 가족사진으로 인해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분들이 행복한 어머니의 날을 보내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스카이뉴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사진은 어도비 포토샵을 통해 수정된 후 두 차례에 걸쳐 애플 맥컴퓨터에 저장됐다. 한 번은 금요일 오후 9시 54분, 다른 한 번은 토요일 오전 9시 39분이었다. 사진은 캐논 5D 마크 IV 카메라로 촬영됐다.
미들턴이 직접 나서서 사과문을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왕실 측이 원본 사진을 공개하길 거부하고 있는 데다, 미들턴의 자백(?)으로 인해 그렇다면 과거에도 사진을 수정했는지, 혹은 어느 정도까지 수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제기됐다.
이와 관련, 마크 보코프스키 홍보 및 위기 컨설턴트는 이 사건을 가리켜 ‘심각한 자책골’이라고 지칭하면서 왕실이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편집되지 않은 원본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는 “미들턴이 집에서 컴퓨터를 다루고 인공지능 툴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신뢰를 회복하려면 편집되지 않은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 몇 가지 보정만 했다면 그렇게 문제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온갖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왕실의 해명을 믿을까 하는 데 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왕실 논평가인 피터 헌트 역시 “다음에 건강 정보를 제공할 때 대중들이 과연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켄싱턴궁 측은 원본 사진 공개는커녕 사진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혹은 수정한 이유조차 밝히길 거부하고 있다. 다만 여러 장의 이미지가 짜깁기된 것은 아니며, 한 장의 사진을 부분적으로 보정했을 뿐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대해 전면 반박하고 나선 틱토커도 등장했다. 앨린 애스턴이라는 틱토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진은 아예 촬영된 적이 없는 가짜 사진이다. 즉, ‘어머니의 날’을 맞아 촬영한 후 일부만 수정한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날 촬영한 인물들 사진을 이어붙였다는 주장이다. 애스턴은 “이 사진은 지난해 11월 베이비뱅크를 방문해 자선 활동을 했던 날 촬영한 것이다”라고 의심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각 인물들의 의상 때문이라고 했다. 비록 사진 속 네 사람이 입고 있는 의상 가운데 어떤 것도 베이비뱅크 방문 당시 입었던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이는 포토샵으로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미들턴이 지난해 입었던 크림색 터틀넥 스웨터를 가리키며 “포토샵으로 색깔을 어둡게 수정했을 뿐 똑같은 스웨터다. 특히 스웨터가 허벅지 부위에 떨어지는 방식이 동일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들턴의 부츠도 지난해 베이비뱅크에서 신었던 것과 동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샬럿 공주의 경우 주름진 네크라인이 지난해 착용한 니트의 것과 동일하다고 말하면서 스웨터 위에 카디건을 추가했을 뿐이라고 의심했다. 또한 그는 “조지 왕자의 스웨터 역시 베이비뱅크에서 입었던 것과 동일하다. ‘어머니의 날’ 사진 속 스웨터가 더 얇아 보이고, 안에 받쳐 입은 셔츠의 칼라가 더 어둡긴 하지만 이건 단순히 포토샵의 작업으로도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한 누리꾼은 “바로 이거다! 이 영상은 왕실이 왜 원본 사진을 공개하기를 거부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된다. 왜냐하면 편집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데이팅이 문제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또 다른 누리꾼은 “나는 음모론자가 되고 싶진 않지만, 보면 볼수록 모든 게 더 기괴하다”라고 동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 속에서 미들턴이 평소와 달리 결혼반지를 착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혹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켄싱턴궁 측은 “사진을 찍은 사람은 윌리엄 왕세자였다”라고 말하면서 불화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미들턴이 복부 수술을 받은 후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착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일부 영국인들은 대체 결혼반지를 착용하지 못할 정도라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가령 체중 감소로 반지가 헐거워졌다거나, 혹은 반대로 붓기를 유발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할 경우 반지가 맞지 않는다는 식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얼굴도 붓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진 조작 논란 직후 미들턴이 윌리엄과 함께 차를 타고 윈저성을 나서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자 영국 언론들은 부부가 대중의 시선을 하루빨리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다만 미들턴은 카메라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수술 후 세 번이나 사진이 찍혔지만 항상 앉아있는 모습이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요컨대 아직 걸어다닐 만큼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것 아니냐는 의미다.
전직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콜은 “이런 식으로는 사진 조작 논란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돌리지는 못한다. 신뢰 회복이 먼저다. 켄싱턴궁은 반드시 어떻게, 그리고 왜 조작을 했는지에 대한 완전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왕실에 대한 신뢰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위험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인해 점점 교묘하게 조작된 사진이 진짜처럼 사용되고 있는 요즘과 같은 때는 대중과의 정직하고 솔직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콜은 “한 번 거짓말을 하면 진실을 말해도 믿지 못하게 된다. 신뢰는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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