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형과 떨어져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된 최항은 지난 7월 8일 구단의 방출 통보를 받고 팀을 나왔다. 이후 개인 SNS를 통해 롯데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최항은 방출이 곧 은퇴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여전히 타격과 수비 훈련을 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2일 부산에서 최항을 만났다.
“SNS에 팬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 글이 은퇴하는 걸로 오해를 샀다. 그 글은 정말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한 내용이었고, 롯데를 나오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 미련도 많이 남았고, 지금 그만두기에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도 하면서 선수 생활의 결말을 열어뒀다. 지금 은퇴하겠다고 말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준비하며 부딪혀 보려고 한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 후 최항은 2024시즌 7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0 33안타 12타점을 기록했고, 2025시즌에는 8경기를, 올 시즌에는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항은 프로 통산 15시즌 388경기 타율 0.267 228안타 11홈런 107타점 6도루의 성적을 올렸다.
“프로에 지명될 때만 해도 데뷔하면 곧바로 형(최정) 뒤에서 칠 줄 알았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엄청 어려운 일이더라. 그냥 형인 줄 알았는데 프로에서는 진짜 최정이었다. 그게 신기했다. 그때 형과 나 사이에 넘기 어려운 벽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프로 데뷔 후 최항은 곧장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2012년과 2013년은 2군에만 머물다 2014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2016년에 소집 해제됐다.
“프로 선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들 중에서 형이랑 같은 유니폼을 입고 캐치볼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런데 형과 캐치볼 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7년이 돼서야 1군에 처음으로 콜업된 것이다. 콜업 당일 KT전에 8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서 1타점 2루타 1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2군으로 내려갔고, 이후 다시 1군에 올라갔다가 어깨 탈골로 시즌 아웃이 됐다.”

“그 경기는 정말 잊을 수가 없다. 2차 드래프트로 롯데에 합류했을 때 박세웅이 나를 보자마자 그 홈런 이야기를 꺼내더라. 자신이 우리 형제 기록을 세워줬다면서 말이다.”
최항은 SK와 SSG에서 등번호 4번을 달았다. 유신고 시절 형이 프로에서 달고 있는 14번을 생각해 최항도 14번을 달았는데 형과 같은 팀에 지명되면서 14번을 달 수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4번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다 롯데로 이적하면서 최항은 14번을 달게 됐다. 비로소 형과 같은 등번호를 달고 프로에서 뛰게 된 것이다.
“롯데 14번 최항으로 SSG 14번 최정을 상대 팀으로 만났던 날을 기억한다. 부산에서 경기 전날 형을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형은 그때도 마치 홈런치는 게 제일 쉬워 보이는 것 마냥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형을 보면 항상 멋있었고, 존경스러웠다.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나야 질투심도 생길 텐데 워낙 큰 차이가 나다 보니 형을 더 많이 존경했고, 더 많이 따랐다. 형도 나에 대한 기대가 컸을 텐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한 번은 형이 내게 부상이 잦지 않았다면 훨씬 더 잘했을 거라고 위로를 건넸다. 그 말의 온도가 느껴져 기분 좋았다.”
프로 데뷔 후 줄곧 뒤따르던 ‘최정 동생 최항’이라는 수식어가 때로는 불편하지 않았을까. 최항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단 한 번도 그런 시선을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형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형의 동생일 수 있어서 고마웠다. 형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고, 형을 존경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런 환경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터라 ‘최정 동생 최항’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KBO리그 최초로 11시즌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며 ‘금강불괴’의 모습을 보이던 최정. 그가 올시즌 고질적인 골반 통증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오는 8월 11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해당 분야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최항은 “어렸을 때부터 형의 아픈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형도 나이가 들고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최정은 미국에서 수술 받은 뒤 약 2주 가량 현지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할 예정인데 최정의 미국행에 동생 최항이 동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형에게 도움만 받았다면 이번에는 동생이 형을 위해 시간을 내기로 했고, 형도 동생이 선뜻 함께 해주겠다고 나선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항은 ”형한테 받은 게 너무 많았는데 이젠 형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면서 ”늘 고마웠고, 우리 파이팅하자“는 메시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후반기 KBO리그 최대 변수 '폭염 브레이크'
숨이 턱턱 막히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KBO리그가 멈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 6일 10개 구단 단장과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스포츠 안전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주말 3연전을 모두 취소, 11일부터 경기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시간도 9월 6일까지는 오후 7시(서울 고척돔 제외)로 변경하고, 퓨처스리그 역시 10일까지 전 경기를 취소, 8월 31일까지 편성된 야간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7시로 일괄 변경했다. 퓨처스리그는 31일까지 양 구단이 합의를 통해 경기 개시 시간을 오전 10시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로써 지난 1일 부산 삼성-롯데전과 창원 KIA-NC전이 올 시즌 첫 폭염 취소 경기가 된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에 30경기가 폭염으로 인해 취소되면서 KBO리그는 예상치 못했던 ‘폭염 브레이크’를 맞이했다.
KBO가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인 배경에는 8월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 경기에서 20대 남성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남성을 포함해 관중 25명이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호소해 치료를 받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직전까지만 해도 KBO는 현장을 찾는 경기운영위원을 통해 경기 진행 여부를 보고받는 상황이었는데 관중들 중에서 온열질환 중증세로 심정지가 와 CPR을 받는 환자가 발생하자 5일부터 전 경기 취소를 결정했고,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통해 주말 3연전도 취소한 것이다.
한여름 더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KBO가 초반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현장의 원성을 샀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7월 31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삼성과 롯데가 3연전을 치르는 상황이었다. 31일 부산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는데 경기가 그대로 진행되면서 롯데 포수 손성빈이 두통과 구토 증세를 나타냈다.
KBO는 8월 1일 폭염에 따른 긴급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고척돔을 제외한 각 구장의 경기는 KBO 경기운영위원과 구단의 경기관리인이 협의하여 우선적으로 기존 경기 개시 시간으로부터 최대 1시간까지 지연 개시가 가능하도록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역의 경우 안전을 고려해 지연 개시를 포함해 취소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후 8월 1일 부산 사직구장과 창원 NC파크의 삼성-롯데전, KIA-NC전과 2일 창원 KIA-NC전이 취소됐다.
2일 창원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음에도 경기를 치른 롯데 김태형 감독과 삼성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자 KBO의 탁상 행정을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KBO는 4일 다시 한번 폭염 단계별 경기 운영 기준을 세분화해 발표했다가 폭염 경보만 발령된 인천에서 쓰러지는 관중들이 나오자 경기 취소와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다.
올 시즌 폭염 취소 사례는 8월 7일 현재 총 30경기다. 7월까지 우천 취소된 25경기를 포함하면 취소 경기가 55경기나 된다. 8월 11일부터 경기가 재개된다고 해도 폭염 강도에 따라 또다시 경기 취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10개 팀들은 팀 사정에 따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양하다.
후반기 들어 연패를 거듭하고,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팀들은 선수단에 적절한 휴식과 훈련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된 반면 상승세를 타고 있던 팀들은 흐름이 끊기는 게 불안함을 안겨준다. 또한 9월 중순에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일정을 앞두고 5강 싸움을 벌이는 팀들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주축 선수들이 있을 때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데 경기 취소가 늘어날수록 핵심 선수들 없이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현재 KBO리그는 1위 KT부터 5위 KIA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3위부터 5위까지는 한두 경기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터라 이번 ‘폭염 브레이크’가 순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