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 위 소변’ 영상에 SNS 발칵, 주가 일시 폭락…불매 선언 잇따르지만 ‘악영향 일시적’ 분석도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한 창고의 벽을 타고 올라간 뒤, 그 안에 보관해두고 있던 맥아 위에서 소변을 본다. 이 모습은 CCTV에 그대로 찍혔고, 10월 19일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창고가 ‘칭다오’의 3공장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산둥성 핑두에 위치한 칭다오3공장은 1986년 설립됐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시설을 개선했고, 지금은 칭다오가 가장 자랑하는 공장이다.
칭다오는 3공장에 대해 “아시아 최대의 맥주 생산 기지이며 최첨단 살균 장비를 갖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칭다오3공장은 맥주뿐 아니라 제조 분야를 통틀어서도 생산 라인이 우수한 공장으로 꼽힌다. 칭다오3공장의 연간 맥주 생산량은 120만kl(킬로리터)로 전세계 맥주공장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런 공장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벌어졌으니 칭다오 측은 물론, 중국인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칭다오는 영상이 올라온 직후 공안기관에 신고하는 한편,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또 맥아를 보관하고 있던 창고들을 모두 봉인 조치했다. 회사는 이런 과정들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10월 20일 핑두시 시장감독국은 조사팀을 구성해 칭다오3공장으로 보냈다. 감독국 관계자는 “현장에 직원들을 배치해 조사 중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상부로 보고했고, 당국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21일 한 매체는 칭다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영상 속 남성과 촬영자는 칭다오 직원이 아닌 외부 용역 직원이며, 촬영된 곳은 3공장이 아니라 한 물류기지’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3공장 내부 카메라엔 이 남성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고, 또 공장 안엔 화장실이 많은데 굳이 담을 넘어가서 소변을 볼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누리꾼들은 영상이 조작됐거나 또는 경쟁사 브랜드의 모함 등과 같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칭다오 또 다른 관계자는 “3공장의 맥아 창고와는 다르다. 영상이 흐릿하긴 하지만 3공장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소변을 본 인물 역시 칭다오 소속이 아니라 외주 협력사 직원인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인터넷, 개인 SNS 등엔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칭다오 맥주를 먹지 않겠다는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몇몇 유명인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한 누리꾼은 “칭다오 측이 사건을 막으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려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핑두시 공안국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 밝힐 단계는 아니다. 영상 속 소변을 본 남성, 촬영을 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 등을 찾아 확인하고 있다”고만 했다. 공안국은 이 영상이 어디서 언제 촬영된 것인지, 또 왜 이것을 올렸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칭다오는 타격을 입었다. 10월 20일 종가 81위안(1만 5000원)이었던 칭다오 주가는 10월 23일 개장하자마자 52주 최저가인 75위안(1만 3800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67억 위안(1조 2400억 원) 떨어졌다. 이후 반등에 성공, 10월 23일 주가는 80.79위안으로 마감했다.
주식시장에선 하루 종일 칭다오 소변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1조 원짜리 소변’ ‘역사상 가장 비싼 소변’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진위 여부를 떠나 영상 한 개가 칭다오 측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셈이다.
공장에 소변을 본 게 사실이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베이징시 상권법률사무소 샤오커 변호사는 “식품안전법, 치안관리처벌법 등의 위반이라면 단순히 벌금만 받는 게 아니라 구류를 살 수 있다. 또 형법 276조에 따르면 개인적 목적으로 생산 및 운영을 파괴한 자는 상황이 엄중할 경우 최대 징역 7년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칭다오 건은 심각해 보이기 때문에 중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칭다오 맥주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게 주류업계의 우세한 반응이다. 칭다오 맥주는 2023년 상반기에만 216억 위안(4조 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12.03% 오른 수치다. 순이익만 따지면 34억 위안(6300억 원)으로 2022년 대비 20.11% 늘어났다. 상반기 맥주 판매량은 502만kl로 2022년에 비해 6.5%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에 힘입어 칭다오 브랜드가치는 맥주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완롄증권은 10월 13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칭다오 주식은 더욱 많이 보유해야 한다. 포장재 가격 하락, 맥주 수요 증가로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이다. 칭다오는 브랜드, 마케팅 등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 고급 및 프리미엄 맥주시장에서 더욱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주류분석가 차이쉐페이는 “소변 사건이 칭다오, 그리고 맥주시장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이고 경미하다. 과도한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 공포가 조성됐지만 칭다오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는 여전히 강세다. 몇 년 전부터 맥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칭다오가 있다”고 했다. 반면, 식품분석가 주단펑은 “이번 동영상과 관련된 소문이 사실이라면 칭다오 맥주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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