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관리 실패’ 여파 뒤늦게 1군 콜업…23타수 9안타 1홈런 ‘대타 1순위’로 부상
데뷔 해인 2023시즌 주로 퓨처스리그에 머물렀던 김범석은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치고 MVP를 수상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친 덕분에 1군으로 콜업돼 데뷔 해에 10경기에 나서 타율 0.111(27타수 3안타)를 기록했고,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고민 끝에 투수 박명근 대신 김범석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는데 한국시리즈에서 1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우승 반지를 받았다.
김범석은 2023시즌과 달리 2024시즌을 앞두고 1군 스프링캠프에 포함돼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치렀다. 당시 급격하게 불어난 체중이 화제가 되면서 이호준 퀄리티컨트롤(QC) 코치와 박경완 배터리 코치가 김범석을 집중 지도한다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범석은 애리조나 전지훈련 도중 내복사근 통증을 호소해 귀국길에 올랐다.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염경엽 감독은 김범석의 체중 관리 실패가 부상 요인이라며 김범석의 마음가짐과 준비 자세에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그런 김범석이 지난 4월 12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합류해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4월 25일 현재 김범석은 8경기 타율 0.391(23타수 9안타) 1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2를 기록 중이다. 1군 복귀 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기가 4월 21일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더블헤더 경기 만루홈런 포함 8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올려 팀의 1승 1무를 견인한 활약이다. 4월 24일에는 삼성전에서 팀 내 유일한 안타로 팀의 노히트노런 불명예를 벗어나게 한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김범석은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기존의 44번에서 55번으로 바꿨다. LG에서 등번호 ‘44번’은 조인성이 달았던 포수 전용 등번호다. 신인 첫해에 그 번호를 달고 뛰었던 김범석이 이듬해 등번호를 바뀐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범석은 이런 설명을 들려준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바꿨어요. 55번은 이전 채은성(한화) 선배님이 달던 번호인데 선배님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 등번호를 교체했습니다.”
김범석은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프로에 입문하면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런 환경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고 말한다.
“드래프트 지명 후 응원 문자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 관심이 감사했지만 한편으론 저도 사람인지라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김범석은 신인 드래프트 지명 후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 과정에서 어깨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발견됐다. 그로 인해 신인 첫해부터 2군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재활에 몰두했다.
“고3 때 5월 주말리그 경기에서 공 잡으려고 슬라이딩하다 한 차례 부상을 입었는데 이후 좀 괜찮아졌습니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에서 슬라이딩하다 다시 부상을 입으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LG 입단 전 메디컬 테스트 때 어깨 쪽에 이상이 있다는 걸 발견해서 재활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팔꿈치 부위는 이전에 다친 적이 있어 그 느낌을 알겠는데 어깨는 처음이라 '어느 정도면 낫겠다', '좋아지겠다'는 감이 전혀 없었어요. 재활 중에도 좋아졌다가 다시 통증이 느껴지는 과정이 반복돼 답답했습니다. 부상으로 2군 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지난해 4월 퓨처스리그 개막 후 몸 만들어서 바로 실전 경기에 들어갔던 겁니다. 수비는 여전히 어려워서 5월까진 타석에만 들어섰습니다.”
김범석은 2023년 6월에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고, 이후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다 그 해 10월 7일 고척 키움전에서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후라도를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그때는 우리 팀의 순위가 일찌감치 결정된 터라 몇 차례 선발 출전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당시 10타석이 넘도록 안타가 나오지 않다가 키움전에서 딱 첫 안타가 나와 정말 기분 좋았어요. 모창민 코치님이 기념구에 첫 안타라고 글을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범석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재원, 박명근, 이지강 등이 제외된 상태에서 손주영과 함께 전격 합류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땐 마치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에 지명된 듯한 기쁨이 컸습니다. ‘이게 맞나?’ ‘내가 여기 들어가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4차전 때 대타로 처음 출전했는데 경기 후반 점수 차가 많이 나면 기회가 생길 것 같아 더그아웃 뒤편에서 계속 스윙 연습하며 제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습니다. 팀이 12-1로 앞선 8회 대타로 나서 배제성 선수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는데 3볼 1스트라이크에서 볼넷으로 출루하기보다 뭐라도 결과를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5구째 파울이 나왔고, 6구째 슬라이더에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김범석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오지환의 홈런 세리머니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지환 선배님은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하는 건데 전 프로 데뷔하자마자 그런 기회를 갖게 돼 죄송함과 감사한 마음이 겹쳤습니다.”
김범석은 프로 데뷔 후 이런저런 부상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서 고교시절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어깨도 처음 다친 부위고, 내복사근 파열도 처음 경험한 부상인데 고등학교 때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아 기초 체력이 약한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자율 훈련을 시작하면 방망이 조랑 웨이트 트레이닝 조랑 나뉘었는데 전 매번 방망이 조에 분류됐습니다. 그때는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실만 생각했던 거죠. 프로 2년 차가 돼보니 어렸을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후회가 생깁니다.”
김범석은 프로 입문 후 체중이 더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 어깨 부상 이후 마음을 내려놓은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엔 제 잘못이 큽니다. 부상으로 재활하면서 체중 관리가 잘 안됐어요. 기사들도 대부분 제 체중에 대한 내용이 나오니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누구 탓이 아닌 제 잘못이라 이 점은 제가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 인터뷰를 했던 김범석이 애리조나 전지훈련 도중 내복사근 통증을 호소해 조기 귀국을 하게 됐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100kg이 훌쩍 넘는 김범석이 자신의 체중 조절에 실패한 나머지 부상을 입었다며 질타했고,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3주 정도 지난 후 김범석은 1군에 복귀했다. 감독으로서 그가 갖고 있는 천부적인 타격 재능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군 무대에 오른 김범석은 ‘대타 1순위’로 급부상했다. 중요한 순간에 터트리는 타점과 득점은 LG 승리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염 감독의 칭찬을 이끌었다.
그래도 체중 감량은 절실해 보인다. 현재 지명타자나 1루수로 활약 중이지만 LG에선 박동원을 이을 포수로 성장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범석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싶어 한다. 포수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임하면 경기 집중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그의 바람은 올 시즌 더 이상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 머물면서 신인왕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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