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전 팔꿈치·옆구리 부상, 마무리 4회 등판에서 4세이브…“첫 세이브 거둬 다행, 시즌 끝까지 마무리 활약 희망”
[일요신문] LG 트윈스는 마무리 투수 유영찬의 부상과 수술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유영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차명석 단장은 급히 미국으로 건너갔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고우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꿈을 접지 못했다. 5월에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차 단장과 몇 차례 만났지만, LG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고, 차 단장은 일단 고우석의 꿈을 응원하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
국가대표 선발 투수 자원인 손주영은 이번 시즌 소속팀 사정상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후 염경엽 감독과 코치진은 가장 믿을 만한 마무리 투수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트레이닝 파트에도 조언을 구했고, 난상 토론 끝에 부상에서 회복한 손주영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11승을 거둔 좌완 선발을 불펜으로 돌리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와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반전시킬 히든카드가 필요했고, 그게 ‘마무리 투수 손주영’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손주영의 생각이었다. 루틴을 중요시하는 선발 투수가 등판 일정이 불규칙한 불펜을 맡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주영은 의외로 선뜻 염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팀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조금은 예상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손주영의 마무리 기용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6⅓이닝 4세이브 1실점을 기록 중(5월 21일 현재)인데 마무리 보직 변경후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렸다.
손주영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5월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5-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삼자범퇴로 1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고,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발 투수랑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처음에는 루틴에 많은 차이가 있어 내심 걱정했는데 첫 등판에서 세이브를 거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발 투수의 초구는 경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마무리 투수의 마지막 공은 경기 종료를 알린다. 경기의 시작이 아닌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는 마무리 투수 경험은 손주영에게 특별한 감정을 선물했다.
“9회 마운드에 오를 때 들리는 팬들의 함성은 도파민을 터지게 한다. 그 느낌이 어떤 건지 궁금했는데 요즘 제대로 느끼는 중이다. 마무리 투수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경기 후 세리머니도 해봤다. 그 느낌이 진짜 강렬했다. 올해 이렇게 된 거 시즌 끝날 때까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싶다.”
손주영은 올해 두 차례나 부상 이력이 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정규시즌 개막 직전에는 오른쪽 옆구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후 지난 5월 9일 한화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올리며 건강한 손주영의 복귀를 알렸다.
“5월 9일 등판 후 다음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 전부터 느낌이 좀 있었다. 잠실에서 훈련할 때 중간 투수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선발 투수들이 다 잘하고 있었고, 내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면 부상 이후 복귀라 빌드업이 필요한 상황인데 나로 인해 다른 선수가 빠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박)동원이 형에게 내가 마무리로 나서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그때 동원이 형도 진지하게 “괜찮을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다.“
5월 8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장 10회를 앞두고 손주영은 화장실에 가다가 복도에서 염경엽 감독과 마주쳤다. 그때 염 감독이 손주영에게 “마무리를 맡아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손주영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라 그 자리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으니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이상훈 전 LG 코치는 LG 시절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던 손주영 관련 글을 개인 SNS에 게재했다. 이 전 코치는 손주영이 팔꿈치 수술 후 더 강한 투수로 성장하리라 기대했다며 손주영이기 때문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말한다. 이 전 코치는 선발이 아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올리고 있는 손주영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선발 10승, 국가대표, 이제는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마무리 역할까지 해내는 선수가 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세이브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불펜 투수들의 고충과 희열까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선발로 돌아간다면 더 큰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손주영은 이상훈 전 코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찡했다고 말한다.
“스무 살 신인 때 코치님을 만나 진짜 열심히 훈련했다. 그때 코치님이 SNS에 남긴 글처럼 수비수가 실책했을 때 네 공이 그쪽으로 타구를 보낸 거니 네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고 던지라고, 그래야 네 마음도 편해질 거라고 말씀하셨다. 또 네가 잘 막아내면 야수들이 좋아해 줄 것이고, 야수들이 리스펙하는 투수가 될 거라고 강조하셨는데 나는 프로 10년 동안 코치님의 그때 조언을 잊지 않았고, 계속 그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경기를 준비하다 보니 손주영은 새삼 불펜 투수들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중이다. 자리에 따라 야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처럼 손주영은 이상훈 전 코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이었지만 손주영은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고 최대한 불펜 투수의 루틴에 맞춰 모든 스케줄을 바꿨다.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 후 자주 다니는 한의원에서 봉침까지 맞고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주영은 최근 미국에 있는 고우석과 문자로 대화를 나눴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그가 만약 LG로 돌아온다면 자신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고)우석이가 오면 선발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그 또한 팀 상황에 따를 것이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고우석이 등판하기 전 8회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팀이 1위 하는데 나의 모든 걸 다 쏟고 싶다.”
MLB 또는 KBO리그…고교야구 빅3 하현승, 엄준상, 김지우의 진로 고민
오는 9월 열리는 2027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팀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올 시즌 드래프트 ‘빅3’로 꼽히는 하현승(부산고), 엄준상(덕수고), 김지우(서울고)의 행보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이들이 KBO리그 드래프트 신청서를 낼 건지, 아니면 그 전에 메이저리그 팀들과 계약을 맺을 지에 따라 드래프트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현승은 194cm의 장신에도 빠른 발을 자랑한다. 사진=이영미 기자최근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후보였던 광주제일고 박찬민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계약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교 야구의 한 관계자는 “박찬민이 필라델피아와의 계약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귀띔했다.
하현승, 엄준상, 김지우는 고교 1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세 선수 모두 투타 겸업으로 1, 2학년 시즌을 부상 없이 치러냈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가장 중요한 고3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투타 겸업을 해도 선수마다의 특징이 있다. 외야수와 투수를 맡고 있는 하현승은 육상 선수 출신인 부모의 운동 신경을 물려받아 194cm의 신장에 빠른 발을 자랑한다. 고2 때는 타자 쪽 재능에 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고3인 지금은 투수로 더 많은 관심을 이끄는 중이다.
유격수와 투수로 활약 중인 엄준상은 타격과 내야수비, 투수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망주다.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덕수고 주장다운 패기와 강심장이 특징이다.
3루수와 투수로 뛰는 김지우는 고2 때 고교 야구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이도류’ 기대주였다. 고3이 되면서 시즌 초반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성장통이라고 생각할 뿐 김지우의 1라운드 지명을 당연시하고 있다.
엄준상은 지난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덕수고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하현승, 엄준상, 김지우는 KBO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지난해 ‘빅3’로 불렸던 박준현(키움 히어로즈), 김성준(텍사스 레인저스), 문서준(토론토 블루제이스)보다 더 낫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MLB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팀의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MLB 아시아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면서 “KBO리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5월 중순 이후부터 스카우트 파트의 아시아 담당 직원 뿐만 아니라 최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뉴욕 양키스의 글로벌 선수 영입 총괄 책임자인 맷 슬레이터가 한국을 방문해 하현승을 비롯해 고교 야구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만난 걸로 알려졌다. 맷 슬레이터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전 임원으로 오승환, 김광현, 조원빈 등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영입한 유명 인사다.
김지우도 MLB 스카우트들에게 인기가 많다. 김동수 감독의 허락을 받고 학교 훈련장을 직접 방문한 스카우트들도 있었고, 주말리그,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김지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스카우트들도 많았다.
엄준상 또한 고2 때부터 꾸준히 MLB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덕수고는 학교 훈련장에 스카우트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엄준상을 체크하려고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을 찾는 MLB 스카우트들이 눈에 띈다.
하현승, 엄준상과 함께 김지우도 이번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하엄김'으로 불리며 톱3로 꼽히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일요신문’이 직접 만나본 하현승, 엄준상, 김지우는 자신의 진로와 선택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선진화된 야구 시스템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KBO리그에서 단계를 밟아 성장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맞는 건지 아직 판단이 잘 안 서기 때문이다.
MLB 스카우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하현승은 지난해 미국 야구 도전에 나선 문서준과 김성준에게 직접 연락해 MLB 육성 시스템에 대한 질문과 답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데뷔 1년 차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키움의 박준현에게도 전화를 걸어 KBO리그 관련 궁금증을 물었고, 조언을 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만큼 신중하고 고민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빅3’의 진로와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중 하현승은 오는 6월 27일부터 시작되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전후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