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종영 이후 작품을 둘러싼 평가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최종회 시청률은 13.8%를 기록했지만 국내외 홍보와 300억 원에 이른다는 제작 규모 등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즉위식 장면에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역사 왜곡 문제까지 겹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종영 이후의 풍경은 연속된 논란의 후폭풍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 장면 이전부터 작품을 바라보는 국내 시청자들의 시선은 이미 심상치 않았다. 조선 왕실에서 대군의 정실 아내는 '부부인'(府夫人)으로 불렸는데도 작품에서는 후궁 소생 왕자의 배우자를 일컫는 '군부인'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사용했고, 악역인 대비(공승연 분)에게는 한복을 입히는 반면 여주인공 성희주(아이유 분)는 현대식 복장을 고수하게 해 전통 복식의 이미지 배치에도 의문을 남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적 왕실 판타지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한국사와 전통문화의 기호를 느슨하게 소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쌓이던 가운데 이안대군의 즉위식이 시청자들의 분노에 결정적인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과 배우들은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작품의 연출을 맡았고, 종영 이후 유일하게 인터뷰 자리에 나섰던 박준화 감독은 "변명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드라마 같은 경우는 더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그게 부족했던 것 같다. 제작진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주연인 아이유와 변우석은 각각 사과문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아이유는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고, 변우석도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작품이 드라마 데뷔작으로 알려진 유지원 작가는 "조선의 예법을 현대에 적용하고 가상의 현대 왕실을 그리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않은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팬들의 주장대로 '21세기 대군부인'은 현대 대한민국에 입헌군주제가 유지됐다는 가상의 설정 위에 놓인 로맨스 판타지이지 정통 사극이 아닌 만큼 엄격한 고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반론만으로는 논란이 정리되지 않는다. 대중이 역사 소재 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일본·중국 등 주변국을 시발점으로 한 역사·문화 왜곡 시도가 반복돼 왔다는 현실이 있다. 대중문화 속 작은 상징 하나도 국제적으로 오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쌓여 있던 상황이다.
실제로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을 지목해 "중국이 한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논리를 한국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역시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보는 역사물 콘텐츠라면 정확한 고증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 왜곡 상황도 유심히 체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프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21세기 대군부인' 논란의 후폭풍은 방송가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최근 전북 완주문화관광재단은 5월 21~22일로 예정돼 있던 '21세기 대군부인' 촬영지 스토리 투어 운영을 취소했다. 국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대작이었던 만큼 작품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강원도 영월이 콘텐츠 관광의 수혜를 입었던 것처럼 완주 역시 드라마 흥행의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반면 완주는 정반대의 흐름을 맞아야 했다. '21세기 대군부인' 촬영지를 활용한 관광 상품은 종영 직후는 물론 이후 해외 관광객의 유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카드였지만 역사 왜곡 논란이 커지면서 지역 홍보 자원보다는 부담 요인으로 바뀌었다. 드라마 한 편의 논란이 방송사와 제작진을 넘어 지역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한편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방송사 MBC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MBC는 2021년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화 방영 만에 폐지된 것을 두고 방송사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비판에 앞장선 바 있다. 당시에는 타사의 역사 왜곡 문제를 날카롭게 짚었지만 자사 드라마가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자 배우와 제작진을 앞세워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며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