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훈 감독. |
▲ 영화 <도둑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과 함께 한 최동훈 감독(오른쪽에서 세번째).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 최동훈-1906만
올해 <도둑들>을 선보인 최동훈 감독은 <괴물>이 가지고 있던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6년 만에 깼다.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으로 관객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킨 후 <타짜>로 곧바로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2007년 이후 최동훈 감독이 선보인 작품은 <도둑들>과 <전우치>(606만). 두 작품으로 최동훈 감독은 총 1906만 관객을 모았다. 이미 엄청난 업적을 쌓았지만 관계자들은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감독”이라 입을 모은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는 ‘최동훈 사단’이 등장한다. 김윤석은 그의 연출작에 모두 출연했고 김혜수 역시 <타짜>와 <도둑들>에 얼굴을 비쳤다. 한 영화 관계자는 “많은 배우들이 사람 좋고, 능력 좋기로 소문난 최동훈 감독의 사단에 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동훈 감독은 거대 배급사와도 고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도둑들>은 쇼박스에서 배급했고 <전우치>와 <타짜>는 CJ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선보였다. 이들은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 윤제균-1583만
2009년 <해운대>(1132만) 열풍을 일으켰던 윤제균 감독은 2007년 이후 <색즉시공 시즌2>(158만)와 <1번가의 기적>(253만) 등을 흥행시키며 <해운대>까지 도합 1583만 관객을 동원했다. 충무로에서 윤제균 감독의 영향력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제작자의 면모도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하모니> <퀵> 등의 성공도 이끌며 감독 겸 제작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윤제균 감독 역시 그의 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이후 그의 연출작에 모두 출연한 하지원은 ‘윤제균의 페르소나’로 불리고 있고, <해운대>에 출연했던 설경구는 윤제균 감독이 제작 중인 <협상종결자>의 주연을 맡았다. 윤제균 감독은 CJ엔터테인먼트와 특히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가 연출하고 제작하는 작품을 CJ엔터테인먼트가 전폭 지원하고 있다.
# 강형철-1558만
강형철 감독은 최근 등장한 가장 놀라운 감독으로 꼽힌다. 장편 데뷔작인 <과속 스캔들>로 822만 관객을 모았고 두 번째 작품인 <써니>의 기록은 736만이었다. 3년 사이 단 두 편으로 1558만 명을 모으는 괴력을 발휘한 강 감독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의미가 없었다.
강형철 감독은 한국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동안 충무로를 휩쓸었던 조폭물과 가학성 코미디를 버리고 세련된 웃음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다. 아직 두 편밖에 선보이지 않아 눈에 띄는 ‘강형철 사단’은 없다. 하지만 그의 연출력이 정평이 났기 때문에 ‘불러만 달라’고 대기하고 있는 배우들이 즐비하다.
강형철 감독은 <과속 스캔들>을 통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메이저 3대 배급사로 발돋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런 강형철 감독의 잠재력을 높이 산 CJ엔터테인먼트가 강 감독을 섭외하기 위해서 그의 집 앞까지 찾아가 삼고초려한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그리고 그는 <써니>의 성공으로 CJ엔터테인먼트의 노력에 화답했다.
# 김용화-1411만
김용화 감독은 아직 실패를 맛보지 않은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오! 브라더스>로 가능성을 보여준 뒤 2007년 이후 <미녀는 괴로워>(608만)와 <국가대표>(803만)로 1411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국가대표>의 흥행은 <해운대>의 돌풍 속에 일군 성과라 더욱 값지다.
김용화 감독은 업계에서 ‘쇼박스맨’으로 통한다.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에 이어 내년 개봉을 앞둔 3D 영화 <미스터 고> 역시 쇼박스에서 배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용화 감독을 탐내는 건 다른 배급사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 쇼박스와 일하는 데는 김용화 감독의 남다른 의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미스터 고>의 완성도 높은 영상은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벌써부터 ‘2000만 관객 동원이 가능한 영화’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만큼 내년 충무로는 김용화 감독을 주목할 것으로 관측된다.
# 추창민-1112만(진행중)
영화 잘 찍기로 정평이 난 추창민 감독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2005년 독특한 코미디 영화인 <마파도>를 선보이며 화려하게 등장한 추 감독은 이듬해 영화 <사랑을 놓치다>가 부진을 겪으며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지난해 ‘작은 영화’로 통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16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저력을 보여준 데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6일까지 950만 관객을 모으며 2년 사이 1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추창민 감독의 데뷔작인 <마파도>를 배급했던 CJ엔터테인먼트는 당초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연출자로 내정했던 강우석 감독이 하차한 후 추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가능성에 다시금 과감히 베팅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성공하는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출력을 비롯해 배우를 고르는 안목과 안정된 환경 속에서 감독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탄탄한 배급사의 힘이 필요하다. 최근 5년간 두각을 보인 감독들은 이런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