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수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전 부인 강 씨의 발인식에서 딸을 끌어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 왜 여성인 강 씨만 사망했나?
사건 발발 당시 피의자 제갈 아무개 씨와 시비가 붙은 일행은 모두 다섯 명이 됐다. 자영업자 이 아무개 씨(35)와 김 아무개 씨(41), 그리고 사건 발발 직전 도착한 LG 트윈스 소속의 박용근 선수 등 남성 3명과 가수 채리나와 김 씨의 전처 강 아무개 씨 등 여성 둘이었다.
강남경찰서 최익수 형사과장은 “제갈 씨는 일행 가운데 가장 위협적으로 보인 이 씨를 먼저 네 차례 찔렀지만 가죽점퍼를 입어 과도에 깊이 찔리진 않았다”며 “대신 이 씨를 보호하려던 박용근 선수가 복부에 두 번 찔려 중태다. 김 씨는 팔에 한 번 찔렸지만 상처가 깊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후 제갈 씨는 지하 가라오케를 빠져나와 계단을 올라와 외부로 연결된 출입구로 도피했다. 그런데 강 씨가 거기까지 따라와 주위에 “저 사람이 일행을 찔렀다”고 말하며 제갈 씨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제갈 씨는 뒤돌아 와서 강 씨의 옆구리를 매우 강하게 칼로 찔렀다. 이로 인해 강 씨는 폐 관통으로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서 제갈 씨는 “감정이 격해져 뭔 소린지 못 들었지만 뭔가 항의하는 것 같아 되돌아 찔렀다”며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인식은 있었다”고 밝혔다.
# 5명을 상대한 제갈 씨는 누구?
피의자 제갈 씨가 누군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 초기엔 조폭설이 나돌았다. 그가 평소 차량에 흉기를 소지하고 다녔다는 점, 과도 하나로 네 명의 사상자를 낸 뒤 수십 명의 다른 손님과 직원들이 있는 가라오케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도주했다는 점 등 신출귀몰한 행동 때문이다. 무직인 피의자가 고가의 술집 단골이며 벤츠를 몰고 다닌다는 점 역시 조폭설에 힘을 더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조폭과는 무관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의혹은 제갈 씨가 경찰에 검거된 후 더욱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제갈 씨가 무직이라며 과거 직업에 대해선 “가족 관계가 드러날 수 있어 밝히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무직임에도 부유한 삶을 살았던 까닭에 대해선 “상속받은 유산이 많은 데다 가족과 관련된 수입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가족과 관련해서 지금도 수입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제갈 씨의 집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갈 씨가 준 재벌급의 명문가 집안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피의자는 왜 평소 칼을 소지했나?
혼내주려 했다는 의미에 대해 경찰은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역시 범죄 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풀이될 수 있다. 경찰은 제갈 씨 흉기 범행의 피해자가 사망한 강 씨와 중태인 박용근 선수 외에 또 다른 인물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용근은 어떻게 동석했나
사건 초기 경찰은 고인이 된 강 씨와 가수 채리나 등과 함께 술자리에 동석해 제갈 씨 범행의 피해자가 된 남성 세 명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피해자의 성별과 나이 정도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유명인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강남경찰서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한 프로야구 선수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렇지만 해당 구단에선 정상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17일 오후 무렵 중태에 빠져 있는 이가 LG 트윈스 박용근 선수임이 공개됐다. 또한 애초 연루설에 휘말렸던 프로야구 선수는 이름이 비슷해 오인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박용근 선수는 왜 그 자리에 동석한 것일까. 항간에선 채리나와의 친분 때문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확인 결과 그는 또 다른 남성 피해자인 자영업자 이 씨와 절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개인 훈련을 마치고 쉬고 있던 박용근 선수는 이 씨의 전화를 받고 사건이 벌어진 가라오케에 왔는데 그가 도착한 직후에 제갈 씨의 범행이 벌어졌다. 결국 박 선수는 술 한 잔 마시지 않은 상황에서 칼에 찔리는 불운을 겪었다.
# 피의자는 왜 홀로 술마셨나? 치정설의 실체는
사건 초기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거진 소문은 치정설이었다. 피의자가 고인이 된 강 씨 내지는 채리나와 평소 알고 지내던 인물로 이번 사건이 치정에 의한 살인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 당시 제갈 씨가 해당 가라오케에서 홀로 술을 마신 이유는 두 여성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와 피해자들은 그날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고 오해로 인한 시비가 다툼으로 번졌고, 결국 흉기를 동원한 범행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제갈 씨는 다음 날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보기 전까지 일행 가운데 연예인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갈 씨는 왜 홀로 가라오케에 와서 비싼 양주를 마신 것일까. 경찰은 그 이유를 제갈 씨 고유의 ‘주사’라고 설명했다. 최익수 형사과장은 “제갈 씨가 별다른 술주정은 없는 편인데 술이 취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마시는 스타일이라더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제갈 씨는 본래 전날 밤 8시 무렵 해당 가라오케를 찾아 지인 한 명과 술을 마시다가 자정 무렵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인과 2차를 갔지만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홀로 다시 가라오케로 돌아와 18일 0시 30분 무렵부터 다시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게 1시간30분가량이 지난 뒤인 새벽 2시 무렵 홀로 술을 마시던 제갈 씨는 옆 자리 일행이 웨이터에게 물수건을 달라고 한 말을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것으로 오해하면서 비극이 시작된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