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사고 수습 않고 현장 떠나…자정 무렵 소속사 ‘긴급조치’ 탓 증거인멸 등 혐의 ‘눈덩이’
그렇지만 자정을 전후해 사고 현장 인근의 한 골목에서 김호중의 소속사가 긴급조치에 돌입한다. 이로 인해 ‘증거 인멸죄’ ‘공무집행방해죄’ ‘범인도피교사죄’ ‘범인도피방조죄’ 등으로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찰은 이 과정을 ‘조직적인 은폐’로 보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순간의 선택이 좌우했다
지난 5월 9일 밤 11시 40분 무렵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김호중이 운전 중이던 차량이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는데 당시 CCTV를 보면 쿵 소리와 함께 김호중 차량의 앞바퀴가 들렸다. 적어도 김호중이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당연히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사고를 수습했어야 했지만 잠시 멈칫했던 김호중의 차량은 바로 현장을 떠나버렸다.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되는데 이런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고 후 심각한 공황이 와 잘못된 판단으로 김호중이 사고처리를 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했다”고 밝혔지만 음주운전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 당시 바로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아 음주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그날 밤 김호중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의혹을 증폭시켰다. 애초 김호중은 한 유흥주점에서 나와 귀가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속사 이광득 대표는 “나와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지만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채널A 단독 보도를 통해 김호중이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 명의의 고급 승용차를 타고 귀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호중은 집에 도착하고 50여 분이 지난 뒤 다시 자신의 SUV 차량을 직접 운전해 어딘가로 향하다 교통사고를 낸 것이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유흥주점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하는 대리기사 서비스를 이용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다시 음주 의혹을 부인했다.
소속사가 음주를 부인하는 가장 큰 근거는 경찰에 출두해 음주측정을 했지만 음주가 아닌 것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사고 이후 첫 공식입장에서 소속사는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호중은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 측정을 받았고 검사 결과 음주는 나오지 않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 경찰에 출두한 시점은 10일 오후 4시 30분 무렵으로 사고 발생 17시간여 뒤였다. ‘매니저 자수 사실을 알고 김호중이 직접 경찰서로 간 것’도 아니었다. 경찰은 사고 차량 소유주인 김호중에게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 통화를 시도해 출석을 요구했다. 심지어 경찰이 김호중 자택까지 방문했지만 그를 만나지 못했다. 김호중이 사고 발생 이후 집이 아닌 경기도 구리 인근의 호텔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집이 아닌 곳에 머물며 경찰의 음주 측정을 회피하다 17시간이 지난 뒤 경찰에 출석했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음주운전은 의혹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등 ‘직접 증거’가 있어야만 입증되기 때문이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이 있지만 사고를 내고 장시간 지난 뒤 경찰에 출두하면 역추산할 최초 수치조차 얻을 수 없다. 게다가 최근 법원에서 위드마크 기법이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허점을 악용해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장시간 도주해 잠적하는 사례도 많다.
#조직적 은폐 의혹 부른 골목회의
사고 직후 김호중은 현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골목으로 향했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채널A 단독 보도로 공개됐다. 소속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후 그 골목으로 소속사 관계자들이 찾아온다.
우선 한 매니저가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했다. 소속사 측은 해당 매니저의 본인의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니저는 김호중과 옷을 바꿔 입는다. 본인이 사고 당시 차량을 운전했다고 허위 자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옷을 바꿔 입은 매니저는 서울 강남경찰서로 향했고 김호중은 다른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경기도 구리 인근 호텔로 향했다. 김호중이 호텔에 도착한 시점은 10일 오전 1시 50분 무렵이고, 다른 매니저가 서울 강남경찰서에 도착한 시점은 1시 59분 무렵이었다.
그렇게 새벽 시간 강남의 한 골목에서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선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제거됐는데 이는 ‘증거인멸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운전자 바꿔치기도 이뤄졌는데 이는 ‘공무집행방해죄’와 ‘범인도피교사죄’로 연결된다.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범인도피교사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관건은 이를 주도한 게 누구냐다.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김호중 본인이 제거했다면 ‘증거인멸죄’에 해당되지 않지만 소속사 설명처럼 매니저가 본인 판단으로 제거했다면 해당 매니저는 증거인멸죄로 처벌받게 된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김호중이 주도했다면 ‘공무집행방해죄’와 ‘범인도피교사죄’ 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지만 소속사는 이광득 대표가 주도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고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면서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 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내가 부탁했다. 이 모든 게 김호중(소속사)의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서 이광득 대표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지라도 김호중까지 처벌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범인도피의 경우 교사뿐 아니라 방조도 처벌 대상이다. 당시 김호중이 허위 자수 매니저에게 사고 당시 입고 있던 옷을 벗어준 만큼 경찰이 김호중에게 방조 혐의가 있다고 볼 경우 ‘범인도피방조죄’를 적용할 수 있다.
한편 KBS는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며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한 녹취 파일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단독 보도하며 경찰도 이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런 녹취록이 존재한다면 이광득 대표가 아닌 김호중이 모든 논란을 주도한 게 된다.
그렇지만 김호중 측 관계자는 스포츠월드 인터뷰에서 “녹취 파일 속 음성은 김호중이 아닌 소속사 이광득 대표”라며 “이 대표가 매니저에게 지시한 녹취 파일을 경찰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속사의 조직적 은폐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5월 16일 오후 6시 30분경부터 김호중과 이광득 대표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가벼운 ‘교통사고’로 끝났을 일이 대여섯 개로 혐의로 늘어나며 조직적 은폐 여부에 대한 수사까지 이어지게 됐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를 넘어 ‘포클레인’으로도 막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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