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타다’ 전액 손상차손 인식, 그럼에도 CB 인수 등 적극 지원…토스 “경쟁력 강화 노력 중”
#영업권 ‘0원’이 갖는 의미
2023년도 토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토스는 타다에 대한 영업권 286억 원 전액을 손상차손 인식했다. 앞서 2021년 10월 토스는 타다 지분 60%를 인수했다. 2022년에 영업권을 286억 원으로 계상했다. 영업권은 특정 기업이 동종의 타기업에 비해 더 많은 초과이익을 낼 수 있는 무형자산을 뜻한다. 영업권이 0원이 됐다는 말은 해당 기업 인수를 통한 기대 가치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토스가 타다 영업권 가치를 전액 손실 처리한 것은 타다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타다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타다는 지난해 1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53억 원)의 3배 규모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022년(277억 원)보다는 39% 줄었지만 타다는 2019년 17억 원, 2020년 112억 원, 2021년 177억 원 등 꾸준히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타다의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787억 원에 달한다.
타다는 초기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2018년 10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타다 베이직’을 내놨다. 당시 모회사인 쏘카에서 렌터카를 빌려 운전자와 함께 고객에게 다시 대여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불법 콜택시’라는 논란이 일었다. 옛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은 렌터카 사업자로부터 빌린 차량에 대한 운전자 알선을 금지했다. 타다는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는 예외라고 맞섰다. 그러나 2020년 3월 예외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한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타다는 2020년 4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했다. 2019년 10월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다 전직 경영진은 2023년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불법 논란이 해소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현재 타다는 타다 넥스트를 주력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타다 넥스트는 고급 택시 면허를 보유한 기사가 스타리아와 카니발 등 대형 승합차를 운행하는 호출 중개 서비스다. 최대 탑승 인원이 5인으로 제한된다. 펫 케이지를 이용하면 애견 동반 탑승이 가능하다. 성인 3명이 탑승하면 24인치 캐리어 기준 최대 3개 혹은 골프백 최대 2개의 짐을 실을 수 있다. 타다는 그랜저와 K8, K7 등 준대형 세단 기반의 ‘타다 플러스’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타다의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택시 호출 앱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앱 ‘카카오T’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 중형택시 호출 중개 건수 점유율은 2021년 기준 94.46%에 달한다.
#매각 추진은 하고 있지 않아
토스는 타다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토스는 타다가 지난 1월 11일 발행한 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같은 달 인수했다. 사채 만기는 2026년 1월 11일까지다. 전환 청구 기간은 2024년 1월 12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다. 토스는 지난해 아이엠택시(진모빌리티)와 타다의 합병, 스윙(더스윙)과 경영권 매각 협상이 각각 불발됐다. 현재 토스는 따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토스는 자금 투입을 통해 무엇보다 타다 넥스트 공급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토스는 지난 3월 대규모로 개인 드라이버(개인택시 기사)들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개인 드라이버들에게 최대 480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타다 직영운수사인 편안한이동이나 편안한이동넥스트도 정규직으로 일할 기사를 채용 중이다. 편안한이동 한 관계자는 “현재 기사 150명이 타다 넥스트를 운행하고 있다. 매달 100명에 가까운 기사 분들이 지원해 20명 정도씩 운행을 시작하는 듯하다”며 “편안한이동의 경우 대기 차량을 제외하고 타다 넥스트 차량 90% 이상이 운행 중”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대형 택시 시장은 카카오의 영향력이 중형 택시 수준으로 크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분기 기준 카카오T벤티 1700대를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엠택시의 일평균 운행 대수는 900대다. 타다는 타다 넥스트와 타다 플러스를 합쳐 500대 이상을 운행하고 있다.
고급택시 면허로 인가된 카카오T벤티와 타다넥스트는 콜(호출) 영업만 가능하다. 카카오T벤티는 카카오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콜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타다 넥스트는 충성 고객이 많다고 전해진다. 대형승합택시 면허로 인가된 아이엠택시는 콜 영업과 길거리에서 승객을 직접 받는 배회 영업이 모두 가능하다.
택시회사(택시법인) 한 관계자는 “대형 택시를 타는 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때문에 시장이 확 커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승객 입장에서 택시를 호출했는데 배차가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플랫폼 이용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사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도 개인이나 법인 기사들을 늘려야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택시 업계에 따르면 대형 택시에 대한 기사들의 관심은 꾸준하다. 일요신문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시에서 중형 면허에서 고급·대형승합 면허로 사업계획을 변경한 사례는 개인택시가 136건, 법인택시가 52건이었다. 반대로 고급·대형승합 면허에서 중형 면허로 바꾼 사례는 개인택시가 35건, 법인택시가 6건이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고급·대형승합 면허로 변경한 건수가 비슷하지만 다소 늘었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택시기사 입장에서 대형 택시의 수익성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다 넥스트를 운행하는 한 개인기사는 “중형 택시와 비교해 운행을 덜 해도 비슷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중형 택시의 경우 강제 휴무제도인 택시부제 해제와 할증요금 인상이 이뤄지면서 중형 택시도 수입이 증가한 면이 있다. 승객들도 물가 인상 등으로 비싼 대형 택시를 탈 바에 중형택시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스 관계자는 “보수적인 기준에서 회계적으로 손상 처리를 했다. 올해 1월 타다 신규 대표 선임과 더불어 사업 확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비즈니스 고객 비중이 높은 고급택시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타다와 토스 간 다양한 연계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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