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뉴시스 |
나오미 캠벨은 이중적인 셀러브리티다. 런웨이에서의 화려한 모습과 각종 자선 활동에서의 선행을 생각하면 그녀는 위대한 모델이자 정치적으로 올바른 성향을 지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자다. 하지만 사생활에서 그녀는 트러블메이커다. 긴 세월 동안 코카인 중독이었던 그녀는 결국 1999년에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 중독된 것은 마약이 아니라 폭력이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그녀는 폭력적인 행동을 이유로 10번이나 고소를 당했다. 처음엔 부인했지만 결국은 모두 법정에서 인정해야 했고, 그러면서 어느새 폭력의 아이콘처럼 변해갔다. 그리고 폭력의 대상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었다.
포문을 연 사람은 어시스턴트인 조지나 갤러니스. 그녀는 1998년 캠벨이 달리는 차에서 던져버리겠다며 협박했고 호텔 방에선 전화기로 머리를 때렸다며 고소했다. 2년 뒤 토론토 법정에서 캠벨은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고, 갤러니스와 합의 후 법원의 명령에 의해 분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03년엔 메이드였던 개비 깁슨이 캠벨이 자신에게 전화기를 던지며 발로 차고 뒤통수를 때렸다고 했다. 의상 룸에서 스텔라 매카트니의 청바지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깁슨이 찾지 못하자 절도죄로 감옥에 쳐넣겠다는 말도 했다.
2004년엔 하우스키퍼인 밀리센트 버튼이 집으로 경찰을 불렀다. 캠벨이 발로 차고 따귀를 때렸으며 손톱으로 할퀴었다는 것. 같은 해 캠벨은 미용실 예약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비서인 에이미 카스탤도를 박치기로 들이받았다. 2005년엔 어시스턴트인 어맨더 브랙이 고통을 호소했는데, 휴대전화로 자신을 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성의 기미는 없었다. 2005년엔 “나오미가 나를 때려요… 난 그게 좋아요”(“Naomi Hit Me… and I Loved It”)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장면이 파파라치 컷으로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MTV의 어느 프로그램에선 새 비서를 구한다고 공개 구인 광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폭력은 계속되었다. 비서인 바네사 프리스비, 어시스턴트인 사이먼 크레이그, 하우스키퍼인 애너 스콜라비노 등은 모두 캠벨이 던진 휴대전화에 맞았다. 마약 중독 치료사는 카운슬링 도중 캠벨이 자신의 얼굴을 할퀴었다며 피가 흐르는 상태로 경찰서에 왔고, 결국 캠벨은 경찰서 구치소에 12시간을 갇혀 있어야 했다.
좀 더 거친 일도 일어났다. 이탈리아의 모델이자 배우인 이본느 시오는 로마 호텔에서 캠벨과 논쟁을 벌이다가 폭력의 희생자가 되었다. 캠벨은 이본느 시오가 자신과 같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다. 이후 시오는 캠벨이 “마치 마이크 타이슨처럼 내 얼굴을 때렸다”고 말하는데, 피범벅이 된 이본느 시오를 방치한 채 캠벨은 방을 떠났다고 한다. 결국 일은 터졌다. 2006년 캠벨에게 당한 8명의 사람들이 모두 법원에 고소한 것. 이후 캠벨의 삶에서 법정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2007년 캠벨은 뉴욕 법원에서 하우스키퍼인 애너 스콜라비노를 때린 것을 인정했다. 판정 결과 그녀는 의료비를 지불했고 역시 분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 들어가야 했으며, 뉴욕 위생국에서 5일 동안 사회봉사를 했다. 이때의 일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에피소드. 그녀는 페도라와 모피를 걸치고 은으로 장식된 돌체 앤 가바나 가운을 걸치고 나타났다. 그리고 5일 동안의 사회봉사를 디테일하게 쓴 ‘나오미 다이어리’라는 글이 패션 잡지 <W>에 실렸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계속 청소를 했다. 나는 점점 내 쓰레기더미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마치 내 에르메스 핸드백에 느끼는 감정처럼.”
고소인들과의 문제가 하나둘씩 해결되면서 나오미 캠벨도 조금은 변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2008년 나오미 캠벨은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경찰 두 명에게 폭력을 가했다. 공항에서 캠벨의 짐이 분실되었는데 짐을 찾기 위해 경찰과 이야기하던 과정에서 논쟁이 생겼고, 캠벨은 이 과정에서 경찰에게 침을 뱉었던 것. 법원은 200시간의 사회봉사에 4600달러의 벌금형을 내렸고, 그녀는 평생 동안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쯤 되면 끝날 법도 한데 2010년에 또 하나의 일이 터졌다. 이번엔 운전기사가 맞았다. 그녀는 운전 중인 기사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했고 기사가 안전을 위해 차를 도로변으로 대자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 그래도 다행인 건 최근 1~2년 동안엔 그녀의 폭력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나오미 캠벨을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여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자신의 폭력적 이미지를 이용한 CF를 찍었다는 것. 던킨도넛츠 CF에서 그녀는 극도의 폭력적인 성질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CF의 요지는 새로 출시된 아이스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