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도 지주회사 요건을 부채비율 100% 미만에서 200% 미만으로, 자회사 지분율을 30% 이상에서 20% 이상(비상장 기업은 50%로 변동 없음)으로 낮추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주회사 전환이 주목받는 이유는 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자회사들이 내는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가 거의 면제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현재 지주회사가 상장법인의 지분을 40% 이상 가지고 있으면 배당금의 90%에 대한 과세가 면제되고, 나머지 10% 금액에만 법인세가 부과된다.
지난해 오너가의 ‘형제의 난’ 이후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밝힌 두산의 경우 6월 최저가인 2만 5850원대부터 주가가 꾸준히 올라 12월 8일 종가 5만 3000원을 기록했다.
두산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산업개발→두산’의 순환형 지배구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8월 두산산업개발은 두산 주식 100만 주를 매각했다. 이 100만 주는 고스란히 형제의 난으로 퇴진한 박용오 전 회장을 제외한 박용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형제의 자녀들이 매입했다.
순환형 지배구조를 끊음과 동시에 지주사가 될 ㈜두산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었다. 형제의 난으로 퇴진한 박용오 전 회장의 아들 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는 개인지분 전체를 매각해 그룹에서 손을 뗐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두산산업개발 자사주 520만 주를 매입하면서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로 두산산업개발,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소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 정리뿐 아니라 ㈜두산도 비주력업종을 정리하는 등 몸만들기에 나섰다. 지난 10월 27일 종가집 김치, 두부 등을 만들던 식품사업부를 대상에 1050억 원을 받고 팔았다. 더불어 주류사업 매각설이 돌기도 하는데, 두산 측은 “주류사업은 매각하지 않는다. 소주 판매가 잘 되니까 경쟁사에서 ‘흔들기’를 하는 것 같다”며 분명한 입장을 강조했다. 두산은 부채비율 316%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화의 주가는 6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만 9850원에서 12월 8일 현재 3만 4950원까지 상승했다. ㈜한화는 한화석유화학(24.21%), 대한생명(26.3%), 한화개발(52.32%), 한화건설(100%) 등 주력 계열사들 대부분에 대해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부채비율도 230%로 지주회사 설립요건에 가깝다. 그러나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에 대한생명, 신동아화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재계와 증권사 등에서는 ㈜한화의 지주사 매력이 돋보인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한화그룹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직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다는 말을 한 적이 없음에도 외부에서는 지주회사로 인식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한화 측은 “언젠가는 지주회사 체제로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금융지주사를 만드는 것을 비롯해 수조원대의 돈이 들기 때문에 만만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7월 19일 한화증권은 ㈜한화 주식 200만 주를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씨에게 100만 주, 차남, 3남인 김동원, 김동선 씨에게 각각 50만 주를 매각했다. 김동관 씨는 지분이 3.11%에서 4.44%로, 김동원, 김동선 씨는 각각 지분이 1%에서 1.67%로 늘어났다. 김승연 회장 부자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한화가 유일하다. 향후 ㈜한화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양메이저도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8월 최저가 4220원부터 12월 8일 7270원으로 주가가 올랐다. IMF를 거치면서 금융 계열사의 늘어난 부채 때문에 2004년 말 부채비율이 1240%에 이르기도 했지만,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꾸준히 팔아 올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317%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동양레저→동양메이저→동양캐피탈→동양레저’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 과제다. 지난해 현 회장이 계열사가 가진 동양레저 주식 50%를 매입해 100%를 보유하기도 했지만 현 회장은 자본금 10억 원짜리 회사로 동양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은 7월 동양레저 주식 10만 주(50%)를 동양캐피탈에 무상 증여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동양레저가 보유한 동양메이저 주식 400만 주를 도이체방크에 매각해 지분율을 28.4%에서 16.58%로 낮춰 동양메이저에 대한 영향력을 줄였다.
대신 동양캐피탈이 동양레저의 대주주가 되면서 또다시 순환출자 구조가 된 것이 해결 과제로 남았다. 또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분리하는 것도 과제다. 동양캐피탈이 동양종금증권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동양캐피탈이 금융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에 동양그룹 측은 “동양메이저의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얘기한 바는 없다. 금융지주사 문제도 명확한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 언급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양대 지주회사 체제를 준비 중이다. 건설 물류 레저는 금호산업으로, 화학 타이어는 금호석유화학으로 분리하려는 것. 금호산업 주가는 7월 1만 2700원에서 2만 4700원으로, 금호석유화학은 2만 300원에서 3만 1350원으로 상승했다. 금호산업은 부채비율 214%, 금호석유화학은 187%다. 그러나 올해 대우건설 인수대금 지급으로 자금 운용에 여유가 없어 지주사 전환 작업이 다소 더딜 수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를 분사해 계열사로 편입하고, 금호피앤비화학, 인천공항에너지, 금호타이어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대신 한국복합물류, 호남복합물류, 서울고속터미널 지분을 매입했다.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매각했다.
금호석유화학도 금호산업 주식을 6월과 9월에 걸쳐 금호문화재단에 기증하고, 금호타이어 금호피앤비화학 등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
한편 박삼구 회장 일가는 금호산업 지분 20.44%, 금호석유화학 40.25%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4형제가 지분을 똑같이 나누어 갖고 있으며 형제가 번갈아 그룹 회장을 맡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수순대로라면 박삼구 회장이 정년퇴임을 하고 박찬구 부회장이 다음 바통을 넘겨받을 차례지만 정년까지 3년을 남겨두고 있어 이후 승계 전통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