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인사들 사이에선 ‘박 행장이 신한금융지주로부터 LG카드 사장 연임을 보장받고도 우리은행장 공모에 나선 것은 당국과의 사전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부실화된 보증보험사에서, 부실화된 카드사에서 두 차례의 전투를 성공으로 이끈 박 행장이 카드사 사장 연임 보다는 스케일을 업그레이드시킨 은행장 자리에 자신을 베팅했다는 점은 틀림없다.
그가 우리은행 신임 행장 공모전에 뛰어들면서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감내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박 행장은 올 연말 상장을 앞둔 비자카드사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LG카드 사장직에 있을 때 한해서 보유 가능한 지분이라고 한다. 상장차익이 100억~150억 원 정도로 예상됐음에도 박 행장이 이를 버리고 우리은행장 공모전에 뛰어든 것은 ‘확실한 보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 물론 그만큼 그가 카드사 사장 자리보다는 은행장 자리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업계 인사들 관측대로 정부 고위층의 박 행장에 대한 지지가 있었다면 이는 곧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정·관·재계에 걸쳐 방대한 영향력과 인맥을 자랑해온 이헌재 사단의 부활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2005년 경제부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헌재 전 부총리는 이후에도 청와대 고위인사들과 자주 접촉하며 경제정책 관련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이는 곧 이 전 부총리가 정부 인맥을 통해 박 행장의 우리은행 입성을 지원사격했을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재경부 내에서도 이번 우리은행장 인선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업계 인사들 사이에 퍼진 ‘박병원 신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박해춘 행장의 사이가 우호적이지 않다’란 소문 탓인지 재경부 내에서도 우리은행장직에 누가 올라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업계 인사들 사이엔 ‘이 전 부총리 인맥으로 분류되는 재경부 고위인사가 박 행장을 적극 추천하면서 분위기가 박 행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박해춘 행장이 김정태, 황영기에 이어 이헌재 사단이 만들어낸 세 번째 스타 플레이어 은행장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