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이 대우를 대신할 글로벌 브랜드로 시보레, 뷰익 등을 검토하고 있다. | ||
GM대우자동차가 2010년께 소형차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 추진한다는 소문에 이어 국내시장에서 ‘대우’브랜드를 버리고 시보레와 뷰익 등 GM의 글로벌 브랜드를 쓸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GM대우는 지난 3월 16일부터 23일까지 1주일간 한 리서치 회사를 통해 대대적인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는데, 설문의 내용 중 상당부분이 GM대우의 브랜드 교체와 관련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리서치 회사의 설문에 참가한 응답자들에 따르면 설문의 앞 부분은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전반에 대한 선호도와 이미지조사였으며, 뒷부분은 GM과 대우에 관한 이미지와 선호도를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는 우선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 등 GM대우를 포함한 국내 각 완성차 업체의 이름과 로고 등을 보여준 뒤 어떤 이미지를 주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 회사에 관해 소비자가 갖고 있는 생각을 다양하게 물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라는 이름을 들으면 튼튼한 차, 세련된 차, 저렴한 차 등의 보기 중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묻는 식이다. 또 회사 로고를 보여준 뒤 이 로고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를 다지선다형으로 물어봤다. 그런 다음 외제차 브랜드와 로고를 나열해 역시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 로고가 갖는 의미가 쉽게 전달되는지 등을 물었다는 것.
또 GM의 글로벌 브랜드들을 나열해 들어본 적 있는 브랜드들을 복수로 선택하도록 하는 문항도 있었다고 한다.
설문은 특히 GM대우차의 이미지에 대해 집중 조사했으며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답한 경우 어떤 점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시 물었다는 것. 예를 들면 대우자동차라는 이름에 관해 좋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답한 경우 왜 그런지를 주관식으로 적어 넣는 식이다.
주목할 부분은 설문의 뒷부분에서 앞으로 국내에서 GM대우가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브랜드임을 암시하는 듯한 이름들과 이에 관한 질문들이 다수 등장했다는 점. 설문참가자들은 “상당히 구체적인 브랜드 사용방안이 제시된 질문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GM대우는 시보레와 뷰익을 국내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브랜드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설문지는 우선 두 차종의 로고에 관해 소비자들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물었다고 한다.
먼저 두 브랜드의 로고를 보여준 뒤 이 로고가 어떤 브랜드의 이름인지를 물어봤다. 그리고 다시 로고와 브랜드 이름을 밝힌 뒤 이 브랜드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조사했다.
설문은 이 도표에서 GM대우가 생산하는 차종들을 배기량 기준으로 4~5등급으로 나눈 뒤, 시보레와 뷰익 등 GM의 글로벌 브랜드를 어떤 종류의 차에 사용하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적시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2,000cc급 차량에 뷰익을 쓰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시보레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이 어울리는지를 묻는 식이다.
다만 GM대우가 이런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고 해도 대우라는 브랜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설문에는 마티즈 등 경차에 관해서는 대우 브랜드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내비치는 듯한 문항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 참가자들에 따르면 설문에 배기량별로 적용된 브랜드 분류표에서 1000cc이하 경차급 차량에는 대우가 표시돼 있었다. 이는 GM이 최근 한국의 GM대우를 경차개발본부로 지정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GM대우는 지난해 GM의 글로벌 경차개발본부로 지정됐으며, 현재 세계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경차를 개발중이다. 현재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뉴욕오토쇼에 차세대 경차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콘셉트카를 출품해 놓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GM대우가 ‘대우’라는 두 글자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경차부문에는 대우를, 소형과 중형급 차량에는 뷰익을, 중형급 이상 차량에는 시보레를 쓰는 ‘삼분(三分) 전략’을 쓰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이럴 경우 국내시장에서 “GM이 단물만 빼먹고 대우차를 폐기처분했다”는 식의 비판도 피하면서 GM이 가진 글로벌 브랜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설문에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설문에서 이미 차종별로 어떤 브랜드를 적용할지까지 자체적으로 분류한 도표가 제시되는 등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는 점은 심상치 않은 부분이다.
GM대우는 현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이 취임하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비슷한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했던 전임 닉 라일리 사장과 달리 내수판매를 중시하는 스타일인 그리말디 사장이 한국에서 GM대우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방안 중 하나로 GM의 글로벌 브랜드 사용을 검토했던 것. GM대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GM대우는 아직 ‘대우차’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꽤 많이 남아있어 대우 브랜드를 포기할 경우 고정고객들의 이탈을 불러올 우려가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이런 결정에 한몫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그리말디 사장은 취임 초기 “대우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천명하며 글로벌 브랜드 사용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GM대우 측은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선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있다. GM대우 측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는지에 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설문 결과에 관계없이 “대우 브랜드를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GM대우 관계자는 “설문과 관련해 말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대우를 계속 쓴다는 방침에 변화가 있다는 얘기는 아직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