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 프로젝트 경영진과 이 씨 형제는 2023년 8월~10월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미술품 조각 투자 사업 성과를 허위 홍보하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코인원에 상장된 피카 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은 피카 프로젝트 경영진이 미술품 조각 투자자에게 발행한 보증서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가상자산 범죄에 신속 대응하겠다는 합수단 포부가 무색하게 피카 코인 재판은 길어졌다. 자연스럽게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피카 코인 재판은 2026년 1월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2026년 5월까지 공판기일이 이미 잡혀 있다. 피카 프로젝트 경영진과 이 씨 형제는 2024년 2월~3월 보석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이희진 씨 회사에서 코인 송금을 담당했던 이른바 ‘금고지기’ 직원 A 씨는 검찰에서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다고 최근 재판에서 폭로했다. 그러면서 A 씨는 검찰 신문조서 내용과 반대로 “불법적인 모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2025년 12월 17일 열린 피카 코인 재판에는 A 씨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A 씨는 2020년 7월경 이희진 씨가 운영하던 회사에 입사했다. A 씨는 코인 송금과 물량 관리 등 업무를 맡으며 코인 송금 내역을 엑셀 장부로 관리했다. A 씨는 피카 코인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8월 이 씨와 갈등을 빚고 퇴사했다. 갈등 원인은 이 씨가 관여하던 다른 코인 문제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 증언에서 A 씨는 코인 시세조종을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답하는 등 피카 코인 사기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이 씨 형제 측 변호인이 “코인을 얼마에 팔아라 또는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거래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냐”고 묻자 A 씨는 “네”라고 답했다. A 씨는 “조사받을 당시 그런 지시를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났는데 검사가 ‘지시하지 않았냐’라고 묻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던 것인가”라는 이 씨 형제 측 변호인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피카 프로젝트 공동대표 성 아무개 씨 측 변호인은 A 씨에게 “만약 검찰 논리대로 시세 조작이고 중대한 범죄라고 한다면 금고지기(A 씨)를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했을 것 같다”며 “증인(A 씨)에 대해서 ‘당신도 수사 대상이다’ 아니면 ‘구속 대상이다’라는 식의 압박은 없었나”고 물었다.
A 씨는 “있었다”며 “정확히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검찰 조사 당시) 그분이 ‘너도 잡혀 들어가야 했는데 먼저 퇴사하면서 운이 좋게 증인으로 나왔지, 너도 거의 피고인급’이라고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성 씨 측 변호인은 “증인 검찰 조서와 법정 증언 내용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검찰에서는 ‘어느 정도 불법성은 인지하고 있었다.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오늘 법정 진술 내용은 ‘위법한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어떤 것이 맞나”라고 되물었다. A 씨는 “오늘 정확히 답변했다”며 “당시(검찰 조사)에도 그런 취지로 말했는데 조서 작성이 되면서 변질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성 씨 측 변호인은 “모든 거래는 증인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시세조종이나 자전거래를 해야겠다는 불법적인 모의나 논의가 한 번이라도 있었냐”고 물었다. A 씨는 “없었다”고 답했다.
A 씨는 검사로부터 변호인 없이 조사받으라는 회유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A 씨는 “조사받을 때 검사 쪽 분들이 ‘당신에게 불리하다. (변호인을) 데리고 오지 말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며 “저한테 계속 ‘당신도 같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잘 생각하라’고 이야기해서 네 번째 조사받을 때는 혼자 갔다”고 이날 말했다.
A 씨의 강압 수사 주장이 이어지자 재판장도 직접 확인에 나섰다. 재판장은 “수사 담당자가 (수사에) 불리한 내용을 이야기하면 똑같이 피의자로 입건돼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위협했고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진술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도 회유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A 씨는 “네”라고 답했다.
재판장은 또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 대부분은 사실과 다르거나 유도된 내용으로 정리됐다는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A 씨는 “내용을 보면 조금씩 바뀐 것 같다”며 “그때 제가 새벽 두세 시에 나와서 집에 갔다. 육체적으로 피곤해서 정확하게 하나하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날 A 씨의 강압 수사 주장에 대해 검찰 측은 “증인(A 씨)은 1~3회 조사는 이희문(이희진 씨 동생)이 선임해 준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하고 조사받았다. 4회 조사 때 혼자 출석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편안하게 진술하고 싶다. 이희문 측에 진술 내용이 공유되는 것 같아 부담됐다’고 답변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씨 형제 측 변호인은 A 씨에게 “실제로 한 말이 맞나”라고 되물었다. A 씨는 “담당 수사관이 ‘이런 이유로 혼자 온 게 맞나’라고 해서 ‘맞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증인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과 관련해 다른 뉘앙스로 말하고 있다. 특히 4회 조서 관련해서 ‘이희진, 이희문 측에서 선임해 준 변호인이 있어서 제대로 이야기를 못해서 혼자 나왔다’는 말은 아예 한 적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A 씨는 “(수사관이)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해서 ‘맞다’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이 씨 형제 측 변호인은 “피해자 증인 신문에서 봤다시피 미술품 조각 투자 보증서는 투자계약증권으로 볼 수 없다. 민법상 소유권 지분”이라며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위반만 조사 권한이 있다. (보증서가 투자계약증권이 아니라면) 수사 권한이 없는 자가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고 지난 1월 14일 재판에서 주장했다.
앞서 피카 코인 재판에선 피카 프로젝트 미술품 조각 투자 보증서를 투자계약증권이 아닌 소유권 지분으로 생각했다는 투자자 답변이 나왔다. 2025년 11월 19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투자자는 미술품 조각 투자에 대해 “작품을 소유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피카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해서 나중에 수익금을 받는 개념으로 이해했는지, 아니면 작품 일부를 구매해서 소유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지급한 것인지”라는 재판장 질문에 답하면서다.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다른 투자자도 비슷한 취지 질문에 “미술품 구매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