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
“수도권에 앞으로 8년 이내 직하형 지진이 틀림없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교토대학원 공학연구과 교수인 후지이 사토시(44)는 <주간문춘>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후지이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비상근 총리 자문역으로 ‘내각관방참여’에 임명한 방재 분야 권위자다.
조간 지진의 경우 9년 후 현재의 도쿄도인 사가미·무사시에서 지진(878년)이 발생했고, 게이초 산리쿠 지진 역시 4년 후에 에도 지진(1615년)이 일어났다. 순서가 반대이긴 하지만 메이지 산리쿠 지진은 발생 2년 전에 메이지 도쿄 지진(1894년)이 일어났으며, 쇼와 산리쿠 지진은 발생 10년 전 관동 대지진(1923년)이 일어나 도쿄에 괴멸적인 타격을 주었다.
이처럼 과거 사례를 통해 산리쿠 해안의 거대 지진과 수도권의 직하형 지진이 전후 10년간 연동해 반드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일본 지진이 일어난 지 2년. 향후 8년 내 수도권 직하형 지진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각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수도권 직하형 지진이 30년 내 발생 확률이 70%’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것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발표된 숫자다. 후지이 교수는 수도권 직하형 지진이 임박했음을 경고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른쪽은 일본 주간지 <프라이데이>가 예상한 도쿄지진 시뮬레이션.
대지진 80년 주기설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과거 문헌을 분석해 봤을 때 관동 지역에서는 대략 80년 간격으로 지진이 발생해 왔다. 그러나 1923년 규모 7.9의 관동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잠잠한 상태. 벌써 90년 가까이 지났다는 점에서도 조만간 도쿄에 대지진이 엄습할 것이라는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 거대 직하형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떤 피해가 초래될까. 우선 내진성이 약한 목조주택은 완전히 파손되고 수많은 압사자가 나올 것이다. 스미다구, 아라가와구, 다이토구 등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데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화재다. 이 지역은 주택밀집지이기 때문에 지진에 따른 화재에 휩싸일 경우 도망칠 길이 어디에도 없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될 것이다. 또한 다리가 무너지고 웬만한 도로는 통행불능이 돼 교통이 완전히 마비된다. 약 50년 전에 만들어진 하네다 터널은 붕괴까지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 후 땅이 두부처럼 물렁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이 목격된 지바의 우라야스시와 도쿄만은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지진으로 도쿄만의 석유 콤비나트가 붕괴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석유가 바다에 흐르기 시작하면 도쿄만은 봉쇄하지 않을 수 없고, 지원물자가 올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도쿄만 주변에 있는 화력 발전소 14기가 모두 멈추게 된다. 도쿄 대부분의 지역이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 암흑천지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거대 직하형 지진이 발생 시 그 피해 액수가 100조 엔(약 1200조 원)을 초과, 최대 300조 엔(약 36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경제에 주는 타격이 엄청나 과연 일본이 견딜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후지이 교수는 ‘국토강인화’가 최대 중요 과제라고 강조한다. 국회나 관공서, 학교, 병원, 역 등 공공성 높은 건물부터 내진 보강을 진행시켜 나가고 해일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한 제방 정비나 액상화 대책을 위한 지반 강화가 급선무라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수도 기능의 분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왕이 살고 있는 왕궁은 물론 정부 기능, 경제의 중요 기능이 모두 도쿄에 있음을 지적하며 이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일본의 잠재적인 위기는 떠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잠깐 - 수도직하형이란 ‘수도직하형(首都直下型)’으로 불리는 지진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아니라 도쿄나 인근 지역의 땅 밑에서 지진이 발생해 인구밀집지역을 덮친다는 뜻이다. 진동도 좌우가 아닌 상하로 흔들려 일반 지진에 비해 파괴력이 크다. 일본의 건물은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에는 비교적 대비가 잘돼 있지만 상하로 요동치는 직하형에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