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의 인쇄광고 일부분. | ||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인사이트는 지난해 10월에 선보여 불과 일주일 만에 1조 원이 몰렸고 현재 설정액이 4조 7000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국민 가수’ ‘국민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국민 펀드’가 된 인사이트의 누적 수익률은 -20% 아래로 푹 꺼졌다. ‘인사이트혼합형자1’의 수익률은 -27%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금액으로 따지면 반년도 안 돼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날린 셈이다.
형편없는 성적에 미래에셋의 맘도 편치 않다. ‘디스커버리’ ‘인디펜던스’ 등의 신화로 인해 미래에셋이 만들었다고 하면 사실상 ‘묻지마 가입’을 했던 투자자들의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 아무개 임원이 선행매매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루머에 금융감독원이 종합 검사에 착수한 것이 지나가는 ‘소나기’였는지도 모른다. 이번 인사이트의 부진은 자칫 ‘장마’로 이어져 그동안 쌓았던 미래에셋의 신뢰의 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다른 펀드들도 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데 인사이트만 유독 돌팔매를 받는 이유가 뭘까. 증시 전문가들은 인사이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믿음과 미래에셋의 자만심이 결합한 결과로 분석한다. 출시 당시 미래에셋은 인사이트를 주식·채권 비중이나 투자지역에 대한 제한이 없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시 초기 인사이트가 어느 지역 어느 대상에 투자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신비감’에 매료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사이트가 다른 해외 펀드와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래에셋이 지난 2월 내놓은 인사이트의 첫 번째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 40.3%로 가장 많은 돈을 투입했으며 러시아(16.6%), 브라질(13.8%), 한국(7.9%), 스위스(5.5%) 순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즉 전체 자산의 72.17%가 중국·브라질·러시아 등에 투자되고 있어 일부에선 그 흔한 ‘브릭스(BRICs·각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아울러 이르는 말)펀드’의 일종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받는다. 수익률 하락은 단연 인사이트가 ‘몰빵’한 중국의 주가 하락 탓이 크다.
당초 인사이트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 같은 모습을 예상한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이 인사이트를 내놓으면서 암시한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해서 돈 되는 곳에 투자하고 수익이 나면 챙겨서 빠지는 스마트한 펀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브릭스에 몰빵’하고 채권, 부동산, 리츠, 원유와 곡물 등 상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것도 지난해 부동산펀드를 통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잇달아 빌딩을 매입한 노하우를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급등한 실물 자산 투자는 하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사이트가 출시됐을 때 증권사 마케팅 담당자들조차 주식 채권 상품 등을 가리지 않고 돈 되는 것이면 모두 투자하는 멀티에셋펀드인 줄 알았다”면서 “지금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선 수수료 높은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의 일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처럼 수수료도 짚고 가야 할 문제다. ‘인사이트펀드 Class-A’의 경우 선취 수수료 1%를 제외한 운용보수는 연 2.49%며 ‘Class-C’, ‘Class-Ce’의 경우 선취수수료 없이 연 보수가 각각 3.39%, 3.12%다. 특히 연 운용보수는 1.50%로 다른 해외 펀드 0.8∼0.9%의 보수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셈이다. 미래에셋에서 파는 ‘차이나디스커버리주식형’조차 운용보수가 1.015% 수준이다. 문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도 고율의 운용보수를 또박또박 내야 한다는 점. 마이너스 수익률에 높은 운용보수 부담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 3월 17일 이후 인사이트에서 3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이후 처음이다. 비록 자금 유출 규모가 48억 원에 불과했지만 인사이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상일이 항상 그렇듯 인사이트가 고전을 하면서 인사이트를 둘러싸고 별별 소문이 다 나돌고 있다.
우선 ‘국내펀드 시장을 선점한 미래에셋이 해외펀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준비도 안 된 채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소문이다. 또한 ‘미래에셋이 설립한 영국법인, 홍콩법인, 싱가포르법인의 운용을 위해 인사이트가 출시됐다’는 루머도 돈다. 실제로 이들 법인들은 인사이트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또 인사이트 출시와 함께 ‘판매자들에게 과도한 펀드 유치비를 주면서 이들이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들도 떠돈다.
물론 이 같은 소문들은 아마 인사이트가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면 눈 녹듯 다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미래에셋을 제어할 곳이 그 어디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미래에셋에 독이 될 것이라는 말이 많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미래에셋의 눈치를 보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그나마 미래에셋이 눈치를 봤던 금감원도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 기업) 정책에 의해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금감원 수장도 시장에서 미래에셋과 어깨를 부딪치던 민간 출신이 됐으니 쉽게 감사의 칼을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록의 계절 5월은 인사이트의 두 번째 자산운용 보고서가 나오는 달이다. 과연 두 달 뒤 인사이트가 어떤 색깔을 갈아입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명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