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내부에서는 브라질에 직접 공장을 짓기 위한 B프로젝트 팀이 은밀히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현대차 모터쇼 현장. | ||
브라질은 최근 석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로 외환 보유고가 2000억 달러가 넘으면서 환율이 낮아져 해외 자동차 수입을 비롯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또 남미 메르코수르 공동체와 안데스 공동체가 올 5월 큰 틀에서 하나로 묶이는 양해각서가 발표되면서 하나의 큰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 시장의 중요한 관문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공장을 건설해야 할 처지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착공과 더불어 올해 브라질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올해부터 현대차의 SUV 모델인 투싼이 브라질에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힌 것. 하지만 이는 브라질 업체인 카오아(Caoa)가 부품을 생산해 조립하는 CKD(Complete Knock Down) 방식이다. 현대차는 부품을 수출하고 카오아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간접생산방식으로 지금도 상용차인 포터를 CKD 방식으로 생산 중이다. 카오아는 현대차뿐 아니라 미국의 포드, 일본의 스바루와도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에서 투싼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량 수입되고 있어 수요를 맞추지 못하다 보니 현지 간접생산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현대차는 직접 공장을 짓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아세아자동차(현 기아자동차)와 브라질 정부 사이의 풀리지 못한 매듭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아세아자동차는 1993년부터 브라질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현지에는 폴크스바겐의 소형 승합차 콤비밖에 없던 상황이라 아세아자동차의 베스타가 등장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을버스의 대부분이 베스타로 교체될 정도였다.
이에 힘입은 아세아자동차는 1996년 6만 대 생산 규모의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해 브라질 정부로부터 투자승인을 받았다. 당시 바이야주 주지사로부터 200만㎡(약 60만 평)의 부지를 제공받았고 브라질 정부로부터는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브라질에서는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관세를 높게 물리는 편이었는데 아세아자동차는 공장 건설을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받았던 것이다.
공장건설 계획이 세워지자 정부는 그동안의 판매분에 대한 세금을 환급해 주기로 하고 아세아자동차는 이 환급분을 현지 합작법인인 AMB(Asea Motors Brazil)의 출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가 1997년 부도를 맞고 뒤이어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브라질 공장설립은 ‘올스톱’이 돼버렸다.
이 와중에 AMB의 부사장이었던 전종진 씨(사장은 현지인인 워싱턴 씨였음)가 1998년 12월 국내에서 구속됐다. 전 씨는 경상용차 수입대금 1억 8000만여 달러를 갚지 않은데다 아세아자동차를 속여 현지 법인 증자대금 2억 달러를 부담토록 하는 등 모두 3억 8000만여 달러의 피해를 회사에 입힌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2000년 6월 보석으로 풀려난 전 씨는 위조여권으로 브라질로 도주, 현지에서 골프장 사업을 하는 등 도피행각을 시작했다. 전 씨가 없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국내에서 재판을 진행했으나 2003년 9월 대법원은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브라질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가 아세아자동차의 최종 인수자인 현대자동차에게 당시 세금 환급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세금 환급금 1억 8000만 달러에 대한 10여 년간의 이자와 투자연기에 따른 벌금 부과로 지금 현대차가 물어야 할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 43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마디로 현대차가 10억 달러를 물지 않으면 브라질에 공장을 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브라질과 한국 정부 간의 문제로 비화된 상태며 지난 2001년 한-브라질 정상회담 때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투자완료시한 연기와 벌금부과 문제는 호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관세혜택 및 인센티브 부여는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로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전종진 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인 2003년 10월 한국 정부는 전 씨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청구했다. 2005년 6월엔 김승규 당시 법무부 장관이 브라질에서 열린 반부패포럼에서 직접 전 씨 체포를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전 씨는 2006년 7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체포돼 브라질 대법원으로부터 범죄인인도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2002년 체결된 한-브라질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체포 후 60일 이내에 범죄인을 인도해야 하지만 지금 600일이 넘도록 브라질 연방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로서는 현대차와의 문제를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전 씨를 한국 측에 인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브라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 내부에서 ‘B프로젝트’ 팀이 10년간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B프로젝트팀은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곧바로 만든 조직으로 당시 기아차 브라질 현지 법인에서 5년 넘게 근무한 Y 부장 등 중간간부급을 스카우트해 만든 조직이라고 한다. Y 부장은 이후 퇴사해 미국 LA에서 개인우체국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06년에는 정몽구 회장이 룰라 대통령을 은밀히 만나 해결하려고 했으나 국내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수사와 구속으로 불발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현대차가 6억 달러를 들여 브라질에 연산 10만 대 생산 공장 착공 계획을 확정했다’는 루머가 시중에 떠돌고 있다. 현대자동차 측은 이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그렇다면 브라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일까.
브라질 문제와 B프로젝트에 대해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합병 전 기아차가 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B프로젝트라는 이름은 들어본 바 없고 브라질 정부에서 현대차에 소송을 제기해 법무팀과 해외사업팀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몽구 회장과 룰라 대통령의 면담 추진설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소송은 소송이고 공장은 공장이다. (브라질 정부가) 이익이 있으면 따로 추진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인희 언론인·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