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씨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LG이노텍이 지난 7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돼 기념식을 갖고 거래를 시작했다. | ||
구광모 씨는 지난 8월 27일 LG그룹 지주사인 ㈜LG 지분 5만 5000주를 확보해 지분율을 종전의 4.45%에서 4.48%로 올렸다. 올 들어 구광모 씨의 ㈜LG 지분 추가는 이번이 처음이며 매입에 쓰인 금액은 34억 원이었다.
비록 지분율 0.03%포인트 증가에 불과하지만 구광모 씨의 ㈜LG 지분 추가 확보는 LG그룹 후계구도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가 되면 이는 곧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의미하는 까닭에서다. 구광모 씨는 이번 지분 추가를 통해 숙부인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4.46%)을 제치고 구본무 회장(10.51%)과 구본준 LG상사 부회장(7.58%), 구본능 회장(5.01%)에 이은 ㈜LG 4대 주주에 올라섰다.
구광모 씨의 ㈜LG 지분 증가에 가속이 붙은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그해 8월 31일부터 10월 2일 사이 ㈜LG 주식 275만 8920주를 확보해 지분율을 종전의 2.85%에서 4.45%로 높였다. 구광모 씨가 지분을 늘리는 사이 LG 방계 인사 네 명이 지분을 모두 팔아 ㈜LG 대주주 명부에서 이름을 내렸는데 이들이 내놓은 지분 중 대부분을 구광모 씨가 사들였다. 이 때문에 ‘구광모 씨 승계과정의 일환으로 방계 인사들의 분가작업이 활발해졌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구광모 씨가 지난해 하반기에 지분율 1.60%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투입한 금액은 1610억 원이었다. 구광모 씨 지분변동 공시내역엔 증여가 아닌 ‘장내매수’로 기재돼 있다. 아직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구광모 씨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만들었는지는 재계인사들 사이에 늘 관심사였다.
현재로선 구광모 씨의 가장 큰 수입원은 주식배당금일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씨는 ㈜LG 지분 4.48% 외에 LG상사 1.52%, LG이노텍 0.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인 ㈜LG와 LG상사 지분 보유를 통해 올 초 구광모 씨가 수령한 배당액은 59억 원 정도다. 최근 ㈜LG 지분 0.03%포인트 늘리는 데 사용된 금액(34억 원)을 충당하기엔 충분한 액수. 그러나 구광모 씨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LG 지분율을 구본무 회장 수준까지 끌어 올리려면 현재 주가 기준으로 7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구광모 씨가 주요 주주로 참여 중인 LG이노텍의 상장이 주목을 받았다. LG전자가 최대주주인 전자부품업체 LG이노텍은 지난 7월 24일 상장돼 첫날 종가 4만 42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4만 원 이하로는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고 상승곡선을 그리며 한때 5만 4000원선까지 갔다가 8월 28일 현재 4만 8000원을 기록 중이다. LG전자 계열인 LG이노텍은 매출액의 60% 이상이 LG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할 정도로 그룹 내 지원이 ‘빵빵’해 상장 전부터 대박주의 기대를 불러 모았다.
LG이노텍 상장은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 총수 일가들이 이 회사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구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 31명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율은 11.74%로 평가액은 677억 원에 이른다. ㈜LG 자회사인 LG전자의 이 회사 지분율이 61.80%에 달해 총수 일가가 당장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해도 경영권 유지엔 아무 지장이 없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선 LG이노텍 상장을 두고 ‘그룹 물량 지원을 통한 총수 일가의 현금 보유고 키우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구광모 씨도 이 회사 지분 0.35%(4만 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8월 28일 현재 20억 원. 그룹의 전폭적 지원하에 LG이노텍이 급성장해서 주가가 탄력을 받는다면 구광모 씨가 추후 ㈜LG 지분을 추가 매집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추진 중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 작업이 관심을 끈다. LG마이크론 역시 LG전자가 지분 36%를 보유한 전자부품 업체다. LG는 지난 8월 28일 공시를 통해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을 검토 중’이란 사실을 알렸다. 올 초까지만 해도 LG이노텍은 이미 상장돼 있던 LG마이크론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의 길을 걸을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12월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이 LG마이크론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되면서 합병설에 더욱 무게가 실렸지만 LG에선 “(합병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왔다.
재계의 관측과는 다르게 LG이노텍의 독자 상장을 택한 LG그룹은 LG이노텍이 증시에서 안정궤도에 접어드는 시점에 ‘한때 극구 부인했던’ 합병논의를 공식화해버렸다. 증시 진출로 LG이노텍의 가치를 높인 이후 성격이 비슷한 LG마이크론과의 합병을 통해 부품공급 라인 일원화를 통한 효율성 극대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두 회사 합병으로 인한 그룹 내 대형부품회사 탄생의 최대 수혜자는 최대주주인 LG전자가 되겠지만 LG마이크론과의 합병을 통한 LG이노텍 키우기 작업이 구본무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얼마나 큰 금전적 이윤을 안겨줄지도 관심사다. 지분율 0.35%에 불과한 구광모 씨의 LG이노텍 지분이 그룹의 전폭적 지원하에 훗날 경영권 승계 작업에 활용될 실탄으로 무럭무럭 자라날지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