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수 KT 사장의 사임 직후부터 후임 사장 후보로 ‘친 MB계’인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
남중수 전 사장의 사임 이후부터 후임 KT 사장 후보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바로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정통부 장관과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현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KT 사추위가 11월 중순께 사장 후보 면접을 실시하려다 돌연 취소하고 정관변경에 나서게 되면서 ‘친 MB계’인 이 전 장관 낙점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전 장관은 현재 KT 경쟁업체 SK텔레콤을 보유한 SK그룹의 SK C&C 사외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 KT 정관 제25조엔 ‘회사(KT)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 및 그와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직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자는 회사(KT)의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결국 이 정관을 손보지 않으면 이 전 장관이 사장직에 오를 수 없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이사회의 정관 개정 결정이 결국 낙하산 인사의 전주곡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낳게 됐다. 때마침 정치권에도 이 전 장관과 동문인 여권 인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정부 입김설이 힘을 얻어가는 중이다.
정관변경이 초래할 부정적 여론을 뻔히 예상했음에도 KT 사추위가 밀어붙이게 된 배경엔 유력 후보들이 지닌 경력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이 전 장관을 배제한다 해도 다른 유력 후보들이 대부분 통신업계 경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장 후보 신청을 한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은 2007년 말까지 SK텔레콤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은 현재 LG텔레콤 고문이다.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온세텔레콤을 거느린 대한전선의 사외이사며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별정통신사업자인 삼성네트웍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걸리는 것이다.
남중수 전 사장 경우처럼 KT-KTF 조직 출신 중에서 후보를 내면 정관변경까지 갈 필요가 없겠지만 이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조영주 전 KTF 사장 구속에 이은 남중수 전 KT 사장 구속 사태로 조직 내 유력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KT-KTF 내에 무리 없이 당장 사장직을 승계할 인물이 없다’는 고민이 큰 셈이다.
정관변경 논란 외에도 KT 사장 후보들을 둘러싼 온갖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남중수 전 사장을 비롯, 그 전에 KT 사장을 거친 이상철 광운대 총장과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모두 경기고-서울대 선후배지간이다. 그동안 KT-KTF 조직을 이끌어온 경기고-서울대 인맥과 신임 사장직에 도전하는 또 다른 특정 학맥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석채 전 장관 등 유력후보들에 대한 비토론이 확산될 경우 이번 공모에 참여한 삼성 SK LG 등 대기업 출신 인사들 사이에 KT 사장직을 둘러싼 자존심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0명에 달하는 사장 후보들이 각자 정치권에 줄을 대면서 후보 선정 과정에 입김을 넣으며 이전투구를 벌인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민영화됐다고는 하나 정치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KT의 현실이 이번 사장 공모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