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 등 미국 자동차 빅3 파산설에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3월 위기설’은 한 달여 전부터 간간히 증권 관계자들 입에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올 들어 증시가 안정권을 유지하면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과 미국 자동차 ‘빅3’ 파산설 등 잇단 대형 악재에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등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쳐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를 보이자 3월 위기설에 대한 걱정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3월 위기설이 지난해 9월 위기설처럼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입장이다. 당시에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벌어진 데다 정부의 대응이 늦었던 반면 지금은 통화스와프로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를 넘어서 있고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도 지난해 9월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도 지난해 9월보다 높아져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회수가 실제 발생하더라도 3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은 3월 결산법인이 많아서 이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위축 가능성 등으로 인해 3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은 대규모로 시장에 풀린 자금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금융불안으로 ‘돈맥경화’가 심화됐던 지난해 9, 10월과는 유동성 흐름이 판이하게 다르다. 금융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역시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위적인 환율개입은 자제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면서 쏠림 현상이 심할 경우에만 임팩트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럴 경우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 3월 위기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금융 시스템 위험도가 크게 낮아졌다.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 개입이 천명된 만큼 지난해 10월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 시장의 저점 붕괴시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에 대한 새로운 반응을 보일 수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수위나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은행들의 달러 유동성 등이 모두 지난해 10월 전후에 비해 양호해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도 1000∼1300포인트 정도로 1000포인트를 하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미 한 번 위기를 경험한 뒤 정부가 통화스와프로 대응력을 높인 데다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에 이른다. 또 국내 주요기업들도 필요한 달러를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라며 “다만 위기설이 나올 만큼 현재 글로벌 금융환경이 대단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위기가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3월 이후에도 위기설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3월 위기설의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봤지만 이 위기설 자체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대부분 3월 위기설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며 증시에 적은 영향만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일부는 국내외 악재와 결합할 경우 현재 체력이 약해져 있는 증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며 보수적 투자를 당부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하루짜리 리보금리(은행 간 대출금리)가 지난해 10월에는 7%를 넘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렸지만 지금은 1%도 채 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면서 3월 위기설이 국내 주식시장에 일정부분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충격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작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 9월 위기설 당시 만기도래 채권 규모에 비해 현재 3월 만기도래 채권 규모는 20% 수준이다. 또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제 금융기관들이 홍역을 앓은 적이 있어 무리하게 자금회수를 하면 함께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3월 위기가 현실화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증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 정도의 ‘이벤트’는 올해 내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경기부양책과 금융구제법안 법제화를 거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경기부양자금의 본격 투입 시점이 임박해 있다. 또 한미 통화스와프 등 국제공조가 강화돼,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극복은 가능하다”면서 “지난해와 달리 3월 위기설은 한 달 전부터 거론되는 등 노출된 악재인 데다 현재 확인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반해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아일랜드와 동유럽 국가들의 차입규모가 외부의 도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는 등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를 막기 위한 정책 공조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10월 금융위기 이후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 등 다양한 대책이 나왔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고 금융위기는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고 있다.”고 했다.
성 팀장은 “우리나라도 유럽발 금융위기의 간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외국인 매도 확대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난해 10월처럼 증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악재발생에 대한 우려와 불안심리가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지선 확보 전까지는 보수적인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팀장도 “지난해 9, 10월에도 유사한 악재에 금융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국내 내부적인 악재가 대외요인과 결합할 경우 증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 팀장은 “지난해 10월과 같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투자 기회를 놓치기보다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부동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예의주시하면서 주식비중 확대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