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 형편이 넉넉해진 H 씨는 주말엔 가족들과 산을 찾는 것으로 운동과 취미생활을 겸하고 있다고 한다. | ||
H 씨는 상고를 나와서 금융기관의 부장까지 올랐고 40평대 아파트에 아이들 모두 원하는 대학에 성공적으로 입학을 했다. 거기에다가 노후준비로 저축한 금액도 상당액이 되고 은퇴 후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서 집을 지을 땅과 농사지을 땅도 조금 준비를 해 놓은 상태다. 다행히 가족들도 큰 병 없이 현재까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직장생활, 가정생활, 재테크를 모두 성공시킨 셈이다.
사내결혼을 한 H 씨 부부는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시골에 계신 부모가 도와줄 만한 여력도 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가 맞벌이로 시작한 신혼이었고 부인은 100㎡(30평)형 아파트를 장만할 때까지만 맞벌이를 계획했다. 그리고 결혼 6년 만에 맞벌이를 그만두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을 했다. 그러니까 결혼 6년 만에 단칸방에서 100㎡형대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말이다.
신혼 초 두 사람의 저축과 절약한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조금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선 수입의 80%는 무조건 저축했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들이 다니는 금융기관 상품뿐만이 아니라 재형저축이라는, 봉급생활자들에게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당시 상품을 중심으로 지독하게 했다고 한다. 수입에서 가장 기초적인 생활비를 제외한 전 금액을 저축한 것이다. 어쩌면 절약할 것도 없이 아예 처음부터 그냥 기본생활비만 썼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H 씨 부부는 그 6년간 휴가는 물론이고 외식도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다만 휴가보상비가 나올 때 약간의 호사를 부렸다고 한다. 그제야 꼭 필요한 옷도 사고 외식도 한 것. 그렇게 6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H 씨 부부의 생활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 더 큰 집으로 늘리는 일과 아이들의 학자금, 부부의 노후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월급의 50%, 상여금 전액 저축’이 계속되었다.
커가는 아이들의 옷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이면 얻어다가 입히고 간식은 집에서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고 밖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못하게 했다.
H 씨의 자녀들도 부모가 근검절약, 저축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실천하니 이제 대학생이 되었어도 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배어서 적은 용돈이지만 오히려 모아서 저축을 한다고 한다. 해외연수 여행도 각 단체나 기업에서 공모하는 행사에 응모해서 다녀왔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불필요한 교재를 사기보다는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조금은 넉넉해진 요즘, H 씨는 가족들과 주말에 가까운 산을 찾는 것으로 운동과 취미생활을 겸하고 있다. 그는 필자와 야구경기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일부러 야구경기장에 온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가까워서 운동 삼아 자주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장권을 사는 것이 아니라 7회 이후 무료입장이 가능한 시간을 이용해서 온다. “산책도 하고 무료로 야구도 보니 일석이조가 아니냐”며 웃는데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사실 보통의 노력이나 ‘그저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는 절대로 돈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재테크로 성공하고 싶다면 돈에 관한 생각과 노력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필자의 원칙은 ‘첫째, 돈에는 공짜가 없다. 둘째, 돈은 피도 눈물도 없다. 셋째, 돈은 분수를 모르면 달아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세 가지에 긴 설명이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선 누군가가 대가 없이 나에게 금전적인 이익을 주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나에게 금전적인 이익을 주면서 아무런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다들 내가 가진 권한이나 아니면 다른 상대적 이익을 바란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돈을 앞에 두고는 서로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산이나 금전거래 관계로 지금도 법원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친구 간 형제간에도 소송을 하고 있다. 언론에도 가끔 이런 보도가 나오지만 많은 이들이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실제로 주변에서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들과 금전거래나 금전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경우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법정소송까지 간다는 것은 서로 대화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나 상황을 모르고 건방지기 시작하면 돈은 나에게서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목표한 금액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자칫 이 돈을 잃어버리는 데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고 판단한다면 돈은 금방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필자가 실물 금융시장에서 많은 흥망성쇠를 보아온 바로는 이 세 가지 돈에 관한 속성을 망각하면 어렵게 쌓아온 재물도 하루아침에 없어지기 십상이다.
가끔 자산가들을 만나본 이들이 부자들에 대해 ‘돈도 많은데 너무 깐깐하게 따진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하루아침에 부를 이룬 것이 아니다. 남다른 생활태도와 노력과 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대하는 태도가 신중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재산을 지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들이 부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재산을 지키는 노력을 알지 못하면 부자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흔히들 ‘남과 같이 해서 남을 이길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그 말대로 남들보다 열 배, 백 배 노력해야지만 부자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런 점이 부자들이 보통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어쩌면 그래서 부자들이 행복함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H 씨처럼 행복과 부자의 중간 교차점을 잘 찾아야 한다. 자신이 인생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정도의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다음에 재테크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 혹시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판단하기를 권한다. 일찍 고민할수록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가 쉽다.
한치호 ㈜한원인포 대표 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