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가비엔제이 멤버 노시현이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10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사동 한 의류매장에서 계산 없이 30만 원 상당의 옷을 들고 나온 혐의(절도)로 노시현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노시현의 소속사 측은 “생리 전 증후군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등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리면서 충동적으로 벌인 범행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사건은 노시현 측이 해당 매장과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사진 출처 : 노시현 트위터
연예인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 자체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부분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음주운전을 자수해 눈길을 끈 유세윤 역시 우울증 때문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우울증의 가장 극단적인 부작용인 자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분명 다행이지만 이렇게 많은 연예인들이 우울증으로 힘겨워 하고 있다는 부분은 안타까운 일로 다가오고 있다.
사실 연예인의 절도는 해외 연예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건들이다. 딘 마틴은 넥타이나 장갑을 훔치곤 했다고 고백했으며 헤디 라마는 슬리퍼 한 짝을 훔치다 걸려 컴백이 무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라마의 행동이 필요나 물건의 가치와 무관하게 훔치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클렙토마니아(kleptomania)’, 즉 ‘병적 도벽’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단연 위노라 라이더다. 위노라 라이더는 지난 2001년 12월 12일 수요일 오후 4시 베벌리힐스에 있는 ‘삭스 5번가(Saks Fifth Avenue)’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세 시간 뒤인 오후 7시께 체포된다. 85달러짜리 양말부터 1595달러짜리 구찌 드레스까지 총 5500달러(한화 620만여 원) 상당의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가지고 나왔다는 혐의였다.
위노라 라이더.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 스틸 컷
세계적인 톱스타였던 위노라 라이더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백화점 측의 오해”라며 “고발이 취소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렇지만 결국 사건은 정식 재판을 거쳐 480시간의 사회봉사, 약물 관련 카운슬링 받기, 3700달러의 벌금과 6355달러의 배상금, 3년의 보호 관찰 기간 등의 무거운 처벌이 내려졌다. 비록 감옥엔 가진 않았지만 위노라 라이더에겐 가혹한 판결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어지간한 대형 살인사건보다 큰 관심을 끌었던 위노라 라이더의 절도 재판은 그보다 5년 전에 OJ.심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캘리포니아 사법 당국의 꼼수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위노라 라이더가 왜 절도를 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절도 혐의로 체포됐을 당시 그녀의 가방엔 진통제가 있었는데 검사 측은 “불치병 환자에게 처방되는 양보다 더 많은 진통제를 지니고 있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위노라 라이더 역시 평소 엄청난 양의 진통제를 지니고 다닐 만큼 힘겨운 부분이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직업인 연예인은 큰 사랑을 받는 만큼 큰 부담도 함께 갖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해 우울증 등의 증상으로 힘겨워 하고 이번 사건처럼 절도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연예인에 대한 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