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언제쯤 완전히 회복되는 것인가?” “출구전략은 언제쯤 시작될까?” “원화 가치와 유가가 뛰고 있는데 언제쯤 안정될 수 있는가?”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요즘 툭하면 경제 관련 질문을 받는다. 문제는 경제 전반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대부분이 경기 예측 등에 관한 것에 쏠리다보니 대답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예민한 때에 괜한 말 한마디가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공무원은 “어디를 가든 꼭 ‘우리나라 경제가 언제쯤 회복되는 거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회복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회복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보면 이미 회복기지만, 금융위기가 없었을 경우 거뒀을 성과나 성장률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할 경우 회복기에 접어들려면 아직도 몇 년은 남은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고용 등이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조만간 회복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면 ‘그런데 민간투자가 너무 나쁘지 않느냐’ ‘고용도 청년 고용이 낮아서 문제다’ ‘환율이 떨어지고, 유가가 뛰는데 회복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 등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내 말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왜 묻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경제부처 공무원은 경제정책 전문가인데 경제 예측 전문가인 양 대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정감사는 물론 국회 상임위, TV, 라디오 등 어디를 가든 경제정책에 대한 질문보다는 경제 예측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보니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질문 포비아(공포증)’에 걸리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라디오나 TV에 출연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들은 요즘 들어 사회자가 경제 전망을 끈질기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출연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민간기업의 투자가 언제쯤 활성화될 것으로 보느냐라든가 민간의 고용이 늘어나는 게 언제쯤 될 것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민간기업의 고용과 투자는 민간기업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정부에서 그 시기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반드시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상식인데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답할 수가 없다”면서 “예전처럼 민간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정부가 압 력을 넣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런 질문은 예전의 관치 시절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도 “경제가 예측가능하고 그것에 따라 정책을 짤 수만 있다면 이번과 같은 금융위기는 발생하지도 않았다. 위기를 예측하고 정책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정부는 경제 상황을 면밀히 살펴가면서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침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면서 “정부는 정책으로 말하는 것이지 예측으로 말하는 것이 아님에도 전망을 묻는 질문이 너무 많아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경제 정책을 위해 대략적인 전망은 하지만 요즘 주된 질문인 출구전략 시기나 환율 안정 시기 등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경제정책 전문가에 맞는 질문을 던져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실제 경제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고 설명하고,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하다”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가 지난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더블딥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부 당국자가 경제가 어떻게 갈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면 시장에는 충격이 크다. 경기회복 경로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견해들이 있지만 정부로서는 어떤 상황이 되든 간에 우리 경제의 충격이 최소화 되도록 빈틈없이 관리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답하면서 경제 전망에 대한 답변을 피해나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