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머릿속에 들리는 위협적인 소리 때문에 고통받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다. 최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대학의 연구진들이 열네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색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머릿속의 소리를 컴퓨터그래픽으로 형상화해서 직접 대면하도록 하는 치료법이 그것이었다.
환청을 컴퓨터그래픽에 입력해 만들어진 아바타와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오른쪽)이다.
연구진들은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환자들의 머릿속에서만 울리는 환청을 컴퓨터그래픽에 입력한 다음 비디오게임 속 캐릭터처럼 만들어 냈다. 그런 다음 연구진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아바타의 목소리를 내면서 환자들과 대화를 시도했고, 이때 환자들이 아바타의 명령이나 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저항하도록 용기를 북돋웠다.
실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런 ‘아바타 치료’를 7회 실시한 결과, 거의 모든 환자들이 환청을 덜 듣게 됐다. 심지어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환청 자체가 아예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구를 이끈 줄리안 레프는 “환자들은 아바타가 실제 인물인 것처럼 대화를 나누었지만, 이들이 자신들을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바타 치료법’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이 정신과 치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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