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검소한 하우스웨딩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머리에 쓴 화관도 제주도의 들꽃을 엮어 만든 것이다. 사진출처=이효리 팬카페
오는 27일 웨딩마치를 울리는 지성과 이보영 커플도 ‘간소한 결혼식’이 목표다. 흔한 협찬조차 모두 거절한 이들은 워커힐호텔에서 갖는 결혼식에도 하객을 최소한으로 줄여 200명만 초대하기로 했다. 호텔 결혼식에 1000명 가까이 하객이 몰리는 여느 스타 부부들과는 거리를 둔 이색적인 행보다.
물론 이유가 있다. 7년 동안 연애한 둘은 “결혼식 때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진솔하게 축하를 받고 싶다”는 바람을 오랫동안 함께 나눠왔다. 둘의 일정을 고려해 예식 장소만 호텔로 정했을 뿐이다. 웨딩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았고 웨딩드레스부터 예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품 브랜드의 협찬도 거절했다.
신부 이보영의 소신도 눈길을 끈다. 결혼하는 대부분의 여자 스타들이 희귀한 해외 명품 웨딩드레스 찾기에 몰두한 끝에 거액을 들여 국내로 공수해오는 것과 달리 이보영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국내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기로 했다.
연예계에서는 이효리·이상순과 지성·이보영 커플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들의 억대 결혼식과 고가의 협찬이 줄곧 ‘호화 결혼식’ 논란을 만들었던 탓에 이들의 소신 있는 결혼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결혼을 앞둔 또 다른 스타들에게도 이들의 선택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방송인 안선영은 당초 10월 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바꿨다. 예비남편의 고향인 부산에서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검소하게 예식을 치르기로 했다. 이효리의 당당한 선택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이보영-지성
이효리가 스타 결혼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스타 결혼 풍속을 바꾼 주인공은 배우 심은하다. 2005년 10월 지상욱 씨와 워커힐호텔 에스톤하우스에서 결혼한 심은하는 취재진에게 예식은 물론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조차 알리지 않는 ‘비공개 결혼식’을 감행했다. 당시 예식장 주변에서는 취재진과 이를 막으려는 안전요원들 사이에서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촬영할 권리를 요구하는 취재진의 요청을 거부하는 심은하 측을 향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후 비공개 결혼식은 스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같은 장소에서 결혼한 김남주·김승우 부부와 김희선 역시 비공개 결혼식을 자리 잡게 한 주인공들이다. 최근 장동건·고소영, 이병헌·이민정 부부에 이르기까지 스타의 결혼은 100% 비공개로 이뤄졌다.
그런데 이젠 비공개를 넘어 검소한 웨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효리의 경우 예식만 없앤 게 아니라 웨딩드레스도, 화려한 예물도 거부했다. 축의금을 받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 이효리가 결혼 때 머리에 쓴 화관은 제주도에서 직접 찾은 들꽃으로 엮어 만들었다. 과거 한 연예인이 결혼하면서 3억 원대의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머리에 쓰고,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소탈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웨딩 사진 속 이효리의 모습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연예계 전반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최근 아들을 장가보낸 방송인 서세원·서정희 부부는 가족 등 30여 명만 초대한 가운데 예식을 치렀다. 화환이나 폐백도 생략하고 예식의 주례 역시 서세원이 직접 맡아 아들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서세원의 아들 미로는 한때 가수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 가족의 선택은 더 주목받는다. 서세원은 평소에서 “부모가 알려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자녀의 결혼식까지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뜻을 주위에 자주 밝혀왔다. 아들뿐 아니라 딸의 결혼식 역시 딸이 다닌 미국의 한 대학교 교회에서 간소하게 치렀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극소수 초청 초호화 파티
극소수 지인만 초청하는 비공개 결혼 풍속도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유층의 소규모 결혼식 붐이 연예계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초호화 결혼식으로 사회 전반의 결혼식 문화를 뒤바꾼 강남 부유층들 사이에 근래 들어서는 극소수의 하객만 초청해 가든파티 형식으로 치르는 예식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소규모 결혼식 전문 예식장도 잇따라 오픈하고 있다.
물론 소규모일 뿐 간소하고 저렴한 결혼식은 아니다. 오히려 훨씬 고비용의 결혼식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극소수의 하객들만 초청되는 결혼식이 대부분인 터라 소규모 결혼식의 실상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흐름이 이효리·이상순과 지성·이보영 커플의 결혼식을 계기로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래 연예계의 문화 행태가 강남 부유층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