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동부그룹은 크게 둘로 나뉜다. 동부화재를 정점으로 한 금융부문과 동부CNI를 정점으로 한 제조부문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이 두 정점을 더욱 뚜렷한 지주사의 위치에 올려놓는 결과를 수반한다. 지난 18일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도 동부화재와 동부CNI였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간에는 교차 지분소유가 금지된다. 동부하이텍의 주주는 동부CNI뿐 아니라 동부건설, 동부제철도 있다. 지주사 전환 시 이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또 동부메탈 역시 동부CNI(10.01%) 외에 동부하이텍(31.28%)과 동부인베스트먼트(31%)가 대주주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떼어낼 경우 동부건설이 가진 동부제철 지분만 해소하면 동부CNI는 지주사 금지 요건을 피할 수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김준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가진 동부건설, 동부제철 지분은 동부CNI에 현물출자하면 된다”며 “동부CNI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오너일가는 지주사인 동부CNI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 쪽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 일가 지분은 주로 동부화재에 집중돼 있고 동부화재가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동부그룹은 동부생명의 기업공개(IPO)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부생명이 상장하면 동부화재는 보유중인 지분 81% 중 일부를 시장에 손쉽게 팔 수 있다. 이 돈으로 동부제철이 가진 동부증권 지분 6.44%를 사면, 동부화재의 동부증권에 대한 지배력은 19.92%에서 지주사 요건인 30% 가까이로 높아진다.
특히 동부제철은 동부생명 지분 매각으로 현금도 만들 수 있고, 그룹 제조부문과 금융부문의 연결고리도 끊을 수 있다. 이미 동부CNI는 동부생명 지분 약 17%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동부화재에 매각, 금융부문과 연결된 계열사는 동부제철이 유일하다. 동부생명이 상장하면 동부증권과 동부캐피탈도 보유지분을 매각해 지주사 자회사 간 출자구조를 해소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결국 동부생명 상장은 동부그룹 금융부문이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는 신호탄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구도는 그룹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동부의 경우 이미 승계가 상당부분 진척이 돼 왔고 이번 구조조정으로 그 방향성이 더욱 뚜렷해졌다”라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