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일요신문>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이영애가 공방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서로의 꿈을 위한 아름다운 출발
지난 2012년 12월 <일요신문>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이영애가 공방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영애는 아이들을 위한 비누와 화장품 등 유아용품을 직접 개발하고 만들기 위해 공방을 짓고 있었다.
이영애는 화학 방부제가 검출된 유아용 물티슈 사건을 계기로 유아용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본인 역시 쌍둥이 엄마로 문제가 됐던 유아용 물티슈의 소비자였던 만큼 아이들과 엄마들이 정말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유아용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 문호리 공방에선 유아용 화장품을 개발제작하고 있고 이를 삼청동 ‘리아네이쳐’ 숍에서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이영애 측 리예스에서 만드는 유아용 화장품은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제작돼 대량 생산이 어려워 소량만 생산해 ‘리아네이쳐’ 숍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천연화장품 업체 M 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영애의 남편인 정호영 회장의 한 측근 인사는 “이영애라는 브랜드를 활용하고픈 대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 훨씬 수월하겠지만 정 회장은 중소업체를 돕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작은 기업과 함께하고자 했다”면서 “이영애 씨가 출산한 뒤 처음 찍은 CF 역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인 휴롬의 원액기 광고였는데 이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였고, 실제 휴롬은 좋은 제품에 이영애 브랜드를 더해 괄목할 만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밝힌다.
#페녹시에탄올 검출, 첫 번째 위기
천연화장품 업체 M 사가 딱 그런 회사였다. M 사의 천연화장품 브랜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는데 제품성이 괜찮다는 평을 받아 왔다. 인체에 무해한 천연 유아용 화장품을 만들고자 하는 M 사와 아이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유아용 화장품을 만들고 싶은 이영애의 꿈이 만난 만큼 출발은 아름다웠다.
이에 이영애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는 리예스와 삼영기획 등은 개발비를 투자하면서 M 사의 대주주가 됐다. 여기에 기관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이영애와 M 사가 손잡고 개발한 M 사의 유아용 화장품 브랜드는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아이들이게 무해한 화장품’의 정확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미국의 비영리 환경시민 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유해성 등급이다. EWG는 0~2단계까지를 그린 등급으로 정해 두고 있다. 그린 등급은 성인 기준인 만큼 EWG 0단계 성분만으로 만든 유아용 화장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비로소 첫 유아용 화장품이 완성됐지만 용기에 문제가 있어 출시를 미뤘다. 용기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제품 성분을 분석했는데 여기서 유해화학성분인 페녹시에탄올이 미량 발견됐다. 페녹시에탄올은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인체와 피부에 유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법적기준치에 못 미치는 미량이었지만 결국 이영애 측의 요구로 해당 제품은 출시되지 못했다.
두 번째 논란은 은나노였다. 페녹시에탄올 대신 방부제로 식물성 추출물원료를 사용했는데 거기서 미량의 은나노(Ag)가 검출된 것. 여기서 양측의 갈등이 폭발했다. ‘워낙 미량인 데다 은나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FDA, 유럽연합 어디에도 배합한도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얼마든지 사용 가능한 안전한 원료’라고 M 사가 주장한 데 반해 이영애 측은 ‘은나노에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EWG 유해성 4~5 등급으로 절대 사용해선 안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영애와 남편 정호영 씨
#은(Ag) 검출 논란 둘러싼 갈등
이영애 측과 M 사 측이 손잡고 개발한 유아용 화장품은 이영애라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한 제품인 만큼 이영애 측 화장품 업체인 리예스에서 판매를 담당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영애는 홍보 사진을 촬영해 제품 홍보 브로슈어까지 제작했다. 그렇지만 은나노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으로 인해 결국 리예스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반대했다. 결국 M 사가 직접 해당 브랜드를 출시했다.
M 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브랜드 제품의 성분을 공인시험기관 두 곳에 의뢰한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화학합성 화장품 보존제와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총호기성세균과 진균수 등 미생물이 일부 검출됐지만 법적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미량이다. 은나노는 한 공인시험기관에선 불검출됐지만 다른 공인시험기관에선 미량 검출됐다. 해당 브랜드 제품 세 개에서 각각 0.0004%, 0.0003%, 0.0005% 등이 검출된 것. 은나노는 배합한도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성분으로 법적기준치 역시 없다.
M 사 대표는 “은나노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안전한 원료”라고 밝히며 “행여 유해성 논란이 있다고 할지라도 한 기관에선 검출되지 않았고 다른 기관에서도 극히 미량만 발견된 만큼 사실상 우리 제품에는 은나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영애 측은 “양의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접촉 빈도가 중요하다”며 “수시로 뿌려주고 발라주는 유아용 화장품은 잠재위험성이 중요한 만큼 미량이라도 사용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 ‘쌍둥이 엄마’ 이영애의 꿈은 계속된다
문호리 이영애 공방에선 ‘더 리아네이쳐 보타닉 뷰티 연구소(소장 홍성택 박사)’가 운영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최근 들어 은나노 물질의 위해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환경부 역시 세계 각국과 협력하여 ‘은나노 안전관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아직 법적 기준이 없다고 다 안전한 원료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에 유해성 논란이 있는 성분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페녹시에탄올에 이어 은나노까지 이어진 양측의 유해성 논란 갈등으로 인해 결국 M 사의 새 유아용 화장품은 이영애 브랜드로 출시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브로슈어까지 촬영했지만 이영애의 CF 출연도 무산됐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M 사는 이영애의 소속사에 대해 모델료 선지급금 3억 원 반환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정 회장과 리예스 지석진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리예스의 삼청동 매장 전대차 보증금 2억 5000만 원, 리예스가 빌려간 돈 3억 6000만 원 등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지석진 대표는 “주주관계인 법인 간에 발생한 채권채무라서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해결될 사안이며 떼일 염려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을 들여 소송한다는 것이 이해 안된다”며 “게다가 정호영 회장과 이영애 씨 등 이 사건과 무관한 개인들을 개입시키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은 것인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영애는 M 사와 함께 유아용 화장품을 만드는 것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모든 아이와 엄마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다. 최근 이영애 측은 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과 MOU를 체결하고 건강한 유아용 화장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