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사업을 넘겨받은 데 이어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하자 유통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부진 경영전략담당 사장(왼쪽)과 이서현 경영기획담당 사장. 일요신문 DB
지난 3월 14일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가 레이크사이드CC 골프장을 인수했다. 삼성물산이 2800억 원(지분율 80%), 삼성에버랜드가 700억 원(20%)을 투자해 서울레이크사이드로부터 레이크사이드CC 지분 100%를 매입한 것.
레이크사이드CC는 지난 20년여 동안 ‘수도권 골프장 중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곳 중 하나’로 평가돼 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57억 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구조가 안정적이다. 부지는 400만㎡가 넘고, 사업부지 내에 유휴부지도 27만㎡에 이르러 향후 다른 목적의 사업으로 확장성도 가지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에버랜드와 삼성그룹 소유의 골프장 글렌로스GC와도 인접해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골프장이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레이크사이드CC 인수가 발표되자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여러 가지 전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삼성에버랜드가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진출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2009년부터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에 골프장과 스포츠레저시설, 가족형 콘도, 모터파크, 쇼핑몰, 식당가 등을 포함한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단지 내에 삼성에버랜드가 프리미엄 아웃렛을 세우며 유통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 점, 삼성물산이 인수 공동주체로 나선 점, 레이크사이드CC의 유휴부지가 27만㎡라는 점 등이 분석에 설득력을 높였다. 삼성에버랜드가 아웃렛 사업에 진출하면 의류 기획·제작에서 유통까지 패션사업 전 과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삼성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골프장 사업 확대에 따른 것일 뿐, 프리미엄 아웃렛 진출과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관계자 역시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부문 사업을 넘겨받은 것과, 레이크사이드CC 인수가 맞물려 아웃렛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고 예측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의류 제작과 패션 유통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삼성그룹이 그동안 유통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아웃렛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웃렛 건물 건축이 아니라면 레이크사이드CC 인수에 삼성물산이 삼성에버랜드보다 왜 더 많은 돈을 들여 참여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따라서 삼성물산이 공동인수자로 나선 배경에 건축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아웃렛을 입점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개발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골프장을 비롯한 레저시설 개발·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해, 해외 레저시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으로 레이크사이드CC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버랜드로 편입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현재로서는 삼성이 당장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레이크사이드CC의 유휴부지에 아웃렛을 건축하려면 먼저 용지사용변경을 위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레이크사이드CC 관할인 용인 처인구청의 관계자는 “레이크사이드CC에서 쇼핑몰, 아웃렛 등 수익시설 설치를 위한 인허가 신청서를 접수한 것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웃렛 건축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은 없었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도 당장은 삼성에버랜드가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레이크사이드CC 인수는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이 주도해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인수에 함께 참여한 삼성물산의 상사부문 고문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런데 삼성에버랜드 내 패션부문은 이서현 경영기획담당 사장 관할”이라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사업을 이끄는 만큼, 패션사업과 레이크사이드CC 개발의 연관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 입장에서도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과거에도 유통사업에 진출한 바 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지난 1997년 경기도 분당에 삼성플라자 등을 열며 유통사업을 시작했지만, 결국 10년 만인 지난 2007년 초 애경그룹에 매각해야 했다. 또한 삼성에버랜드가 아웃렛 사업을 시작하면 범삼성가의 대표적 유통그룹인 신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여주, 파주, 부산 등지에서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진출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내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용인 에버랜드 일대가 대규모 관광단지로 조성된다면, 결국 방문객들이 쇼핑을 할 공간이 들어설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 쇼핑센터 사업권을 다른 기업에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서 창출될 엄청난 수익성을 고려할 때 삼성에서 직접 아웃렛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불황 속에서도 아웃렛 시장은 연간 10조 원 규모로 급성장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에버랜드가 아웃렛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도,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기존 업체들에 위기를 줄 정도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아웃렛은 도심에 위치해 서로 경쟁하는 구조는 아니다. 그리고 기존 아웃렛 업체들도 패션 의류, 가방, 액세서리 등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품목이 조금씩 다르다”며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아웃렛 사업을 시작해도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