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가장 먼저 주목하는 유형은 단독선행마다. 그냥 단독선행마가 아니라 놀면서도, 즉 초반에 힘을 쓰지 않고도 선행을 나설 수 있는 마필이다. 이런 말들은 선입견을 버리고 관찰해야 한다. 최근의 경주들만 보고 ‘선행은 나서겠지만 뒷심없어 결국은 막판에 설 거야’라고 쉽게 생각하면 결국은 베팅으로 연결하지 못하게 되고 만다. ‘이거 내가 본 말인데…’ ‘맞아, 선행이라 봐줘야 했어’ 라고 땅을 친들 뭐하랴. 버스 지난 뒤에 손 흔들기다. 이런 말은 과거 데이터 중에서 편하게 선행을 나섰을 때의 경주력만 살펴보고 다른 모든 데이터는 무시해야만이 베팅할 수 있게 된다.
지난 8월 31일 일요경마 8경주에서 우승한 싱코블랑코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싱코블랑코는 데뷔초 엄청난 스피드를 보여주면서 연속입상을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엔 5전 연속 졸전을 치렀다. 마필 컨디션이나 경주력 자체엔 큰 문제가 없었다. 세 번은 선행을 나섰음에도 성적을 내지 못했고 한 번은 선입으로 따라갔지만 입상도 못했고, 중간으로 밀린 나머지 한번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바닥만 쳐놓은 말을 필자는 강력한 축마로 추천했다. 물론 여기엔 일요신문 데이터 분석팀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필자의 스타일에 딱 맞는 말이었다.
그동안 치른 다섯 번의 경주는 선행마가 너무 많아 한결같이 무모할 정도로 초중반이 빠르게 전개됐다. 물론 그런 경주에서도 강마들은 앞선에서 버텨내지만 싱코블랑코에겐 무리였다.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선행을 갈 수 있는 편성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다 이번엔 선두력에서 자신보다 두어 수 아래의 경주마들을 만났고 중간에 따라붙어서 괴롭힐 말도 보이지 않았다. 늦출발만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경주였다. 경마는 가능성의 게임이다. 이런 마필은 실망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배당이 워낙 좋기 때문에 베팅메리트는 그야말로 최상급이라 할 만하다. 싱코블랑코는 필자의 예상대로 놀면서 사코너까지 온 후 직선주로에 오자 더 힘을 내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째는 선행마가 두 마리인 경주다. 물론 이런 편성에서 축마는 따로 있어야 한다.
같은 날 벌어진 2경주를 보자. 2번 어거스트러쉬가 단승식 1.2배를 형성할 만큼 강력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만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마는 12번 오로라퀸이이 유일해 보였다. 오로라퀸은 휴양마지만 컨디션이 최상이었고 훈련상태도 좋아 이 한방으로 베팅을 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선행마 두 마리의 향방에 주목했다. 이 경주의 선행은 14번 옥천지였지만 게이트가 워낙 불리해 안쪽의 4번 즐거운캠프가 선행을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편성이 보이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축마를 놓고 선행마 두 마리를 공략한다. 이 경주도 그랬다. 2번을 놓고 4번과 14번을 복식으로 구매하고 방어는 2번와 12번 두 마리를 머리와 허리로 놓고 4번과 14번을 꼬리로 엮는 삼복승을 구매했다. 결과는 두 가지 마권이 모두 적중해 당일 대승의 발판을 됐다. 실전에서는 11번이 엉뚱하게 4번보다 강력하게 대시하면서 11번과 14번이 나란히 뛰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다행스럽게 지나친 경합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운도 작용했지만 이런 패턴은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순발력이 처지는 말들로만 구성된 경주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경주에선 앞장을 까는 놈’이 장땡이라며 그 중에서 선두력이 조금 나은 말이나 스타트를 잘하는 기수를 축마로 추천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적중률은 높다. 하지만 남들과 같이해선 이런 말들과 따라들어오는 고배당마를 맞힐 순 없다. 이런 경주에서도 그동안 너무 빠른 편성을 만나 따라가기에 급급한 나머지 성적을 내지 못한 말이 꼭 있다. 그런 말이 마침 훈련도 열심히 하고 상태가 살아난 상황에서 인코스를 차지한다면 금상첨화다. 모처럼 느린 레이스를 만났다는 게 첫 번째 포인트고, 인코스에서 경제적인 레이스를 하면서 힘을 비축해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포인트다.
8월 24일 일요경마 8경주의 우승마 아르고썬이 대표적인 예다. 이 경주는 선행마가 한 마리도 없는 경주였지만 편성은 은근히 쎈 편이었다. 아르고썬은 당일 인기8위였다. 그동안의 성적을 보면 팬들이나 전문가들이 외면을 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앞서의 예처럼 4개월 전으로 돌아가면 아르고썬은 최적의 편성을 만난 셈이었다. 특히 훈련내용도 매우 충실해 보였고, 신인기수가 기승해 부담중량 이점까지 있었다. 최근 이와 같은 세 번째 패턴을 공략하다 몇 번 실패한 적이 있는 상황이라 필자는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그동안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한 경마팬의 조언을 받아들여 추천을 했고 결국 성공했다. 이 세 번째 패턴은 인코스에 포진한 말을 골라낼 때 적중률이 더 높아진다.
경마는 십중 칠팔은 적중에 실패하는 게임이다. 실패율과 성공률을 조절할 수 없다면 적중시의 배당을 높여야 환수가 된다. 위에서 거론한 세 가지 패턴은 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렇지만 경주마의 능력치를 정확하게 진단해내고 베팅을 결정한다면 실패를 그만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고배당 적중은 과거능력과 현재의 능력을 매치시킬 때 가능하다. 과거의 능력을 현재에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를 가장 먼저 살핀다면-그것을 현상상태로 풀어내든 조교로 풀어내든 경주전개로 풀어내든-누구나 고배당을 심심치 않게 맛보게 될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