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광주은행 JB지주 편입’ 기자회견…미묘한 파장 “통첩아냐?”
단순한 반성인지 아니면 향후 JB지주의 운신에 미리 쐐기를 박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이는 윤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이 워낙 갑작스럽게 자청해서 이뤄진데다 ‘아쉬움’과 ‘경고’를 넘나드는 알쏭달쏭한 문체상 표현의 미묘함에서 비롯되고 있다.
윤 시장이 취임 후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이 날이 두 번째다. 하지만 단체장의 관례인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제외하면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나 다름없어 기자회견 속내에 대한 의구심을 더한다.
◇ 전반부 ‘반성’
윤시장이 내놓은 이날 기자회견문은 크게 전반부 ‘반성’과 ‘압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윤 시장이 읽어 내린 전반부는 광주은행의 JB금융지주 종속회사 편입과정에 대한 ‘반성문’ 성격이 짙다.
“광주은행의 지배권이 넘어간 것은 광주은행의 지역공헌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지역민 입장에서는 너무 아쉽다”며 “광주은행이 JB금융지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의 대응이 소홀했다는 반성을 갖는다”고 대목이 이를 뒷받침하는 한다.
◇후반부 ‘압박’
윤 시장은 회견문 후반부에서 “JB금융지주가 기관으로서 광주은행을 인수한 것이 아니다”며 “지역민의 자존심과 역사적 헌신, 공동체의 가치 등을 갖고 자부심을 중시하는 경영에 임해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윤 시장은 “광주은행을 너무 쉽게 인수한 JB금융지주가 인수과정에서 경험한 광주·전남의 일시적인 준비부족을 잘못 판단해 지역민의 자부심을 존중하지 않고 일반적인 인수합병 논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도 있다”고 은근히 경거망동을 경계했다.
◇경고용이 다수설?
윤 시장의 기자회견은 ‘자책, 반성’과 함께 ‘경고’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시각이 많다.
회견문 “지역민의 헌신과 자부심”을 유난히 강조한 서두 부분과 “일반적인 인수합병 논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한 대목에서는‘반성, 아쉬움’을 토로했던 전반의 내용이 ‘경고’쪽으로 싸늘하게 급선회하는 양상을 띈다. 혹시나 점령군처럼 행동할 JB금융지주 행보에 쐐기를 박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우선 당장은 고개를 들고 있는 김한 전북은행장의 광주은행장 겸임설 내지 취임설에 제동을 걸고 광주은행 자행출신 행장으로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다.
현재 광주은행 행장으로는 김장학 현 은행장과 김 한 전북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 김 행장은 취임한 지 1년2개월여밖에 되지 않았고, 민영화 이후 업무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 한 전북은행장 쪽으로 급변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 전북은행장은 깔끔한 일 처리로 조직 내 평판이 좋고 무엇보다 김 행장이 광주은행의 새 조타수를 맡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김 한 전북은행장은 JB금융지주의 대주주라는 점이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JB금융의 대주주는 주식 12.05%를 보유한 삼양바이오팜으로, 이 회사는 삼양홀딩스의 자회사이고 김 행장은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손자이다.
이에 대해 광주은행 노조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자행출신 행장 선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며 김 한 전북은행장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입장에 윤 시장이 일정 부분 힘을 보태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 아니냐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남지역에서 (광주은행과 똑같은 사항인) 경남은행 매각 이후 보인 동향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언급한 부분은 거의 통첩장(?) 수위가 아니냐는 억측도 나온다.
실제 경남도는 경남은행의 BS금융지주(부산은행) 인수 이후 제2금고 지정 해제 등 사실상 내제된 반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윤 시장은 ‘JB금융지주에 편입된 광주은행이 제역할을 못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자본의 논리에 밀려 광주은행이 편입됐으나 앞으로 경영상태를 지켜보고 언제든지 시금고를 바꿀 수 있다는 압박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광주시 해석은?
광주시는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 원론적으로 해석해달라며 ‘경고용’을 일축했다. JB금융지주 종속회사 편입에 대한 반성과 지역민의 요구, 시도민 상황 인식과 JB금융지주가 지역민과 상생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시금고 교체 등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자치단체장으로서 광주전남 시도민과 애환을 같이한 광주은행이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전북은행에 편입된데에 대한 지역민들의 아쉬움과 서운함을 달래기 위한 순수한 민심수습용(?)이라는 것이 광주시의 해석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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