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왜색불교인 일련정종 예속 단체에 법인격을 부여하자 일부 단체에서는 박원순 시장을 상대로 한 퇴진 운동을 예고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11일 독립유공자유족회를 비롯한 10여 개 단체는 신문에 이 같은 제목의 광고를 싣고 일련정종 구법신도회 법인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광고를 내기 전 서울시에 일련정종이 어떤 단체이며, 과거 어떤 친일 행적이 있었는지 수차례 자료와 공문을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서울시의 입장은 단순 명료하다. 법인 설립에 따른 절차적인 문제가 없어 허가를 내줬을 뿐이며 취소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최근 2년간 법인 설립에 따른 반려 사례가 없다는 점도 들었다. 다만, 이후 공익을 해하는 행위가 발견되면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독립유공자유족회 등에서는 지금도 당장 직권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일련정종 본산에서는 구법신도회에 관해 “일련정종 명칭을 무단 사용했다”며 산하 신도회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구법신도회의 법인 설립 목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련정종 구법신도회는 법인의 목적 사항으로 “대어본존을 신봉하고 일련정종 교의에 의거해 행사, 신도의 교화, 육성 및 포교를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의 단체들은 대형 법무법인에 별도 자문을 구해 직권취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서까지 보내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선 일련정종은 과거엔 남묘호렌게쿄라고 불렸다. 일본 니치렌대성인의 가르침을 믿는 불교종파로, 국내에서는 허가를 받지 않고 입국해 포교활동을 하는 등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일련정종은 1990년대 초반 일련정종과 창가학회로 다시 나뉜다. 일련정종과 달리 창가학회의 경우 국내에서 재단법인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이 때문에 일련정종 산하 신도들은 자신들과 같은 뿌리인 한국창가학회(한국SGI) 역시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법인 허가 반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불만도 제기 중이다. 창가학회는 일본에서 공명당을 창당해 지금까지도 일본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독립유공자유족회 등은 최근 일련정종에 대한 법인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신문광고를 냈다.
이에 대해 독립유공자유가족회 측은 “일련정종과 창가학회가 뿌리는 같지만 현재는 그 성격과 활동을 달리하고 있다”며 “창가학회는 자신들의 정관 어디에도 일련정종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1대 신도회장은 일본 군국주의에 반대하다 형무소에서 죽고, 2대 회장 역시 일련정종으로부터 배척받는 등 성격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평화 운동도 전개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련정종의 국내 상륙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들은 과거 경기도에 은밀히 신도 연수원을 지으려다 발각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경기도 안성시가 일죽면 일대 2만 9500㎡에 관한 종교시설 건축을 허가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민원이 빗발쳤다. 당시 안성시는 허가를 낸 지 5년이 지나서야 결국 취소시켰다.
서울시 역시 한번 허가를 내 준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되레 바깥의 여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마저 포착된다. 독립유공자회 관계자는 “신문 광고를 낸 이후 서울시 고위 관계자를 만났는데, ‘시장님은 지목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 ‘여론에 충격을 가해주시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나오더라. 본인들이 실수하고 우리더러 해결하라는 태도 아닌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았던 종교 관련 법인 설립 인·허가는 지난 정권 때 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됐다. 이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은 일단 요건만 충족하면 법인 설립을 허가하는 등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김기백 <민족신문> 대표는 “이번 법인 설립 건은 허가를 내준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는 물론 직권남용 여부에 관해서도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해 서울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지난 21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바깥의 문제 제기에 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입장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인터뷰]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장 “일련정종 국내 입성 자체가 치욕적” 현재 서울시의 일련정종 구법신도회 법인허가 취소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는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장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 회장은 서울시가 수일 내 법인 허가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집회·시위는 물론 박원순 시장 퇴진 운동에도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 시장과 김 회장 두 사람은 한때 같은 시민활동가로 동지적 관계였다. 지난 19일 <일요신문>은 김삼열 회장을 만나 그 내막을 물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일련정종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은 치욕적인 일이다. 이들은 과거 전쟁이 일어나니까 훈유를 만들어 일왕을 받들었다. 대석사(대어본존) 마당을 군사 훈련장으로 내주기까지 했다. 일본 군국주의에 반발한 신도회 회장을 형무소에 집어넣기까지 한 단체다.” ―구법신도회 법인 허가 문제는 어떻게 나서게 됐나. “나와 일련정종은 오래전부터 악연이다. 20여년 전 일련정종 관련 단체에서 서울 용산구에 회관을 지으려고 했다. 이미 땅을 사서 건축허가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용산구는 백범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가 잠들어 있는 곳인데, 어떻게 왜색불교 회관을 지을 수 있나. 나를 비롯한 독립유공자 가족들이 끈질기게 항의해 무산시켰다.” ―왜 국내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인가. “일련정종은 한 번도 과거 행적을 사죄하거나 반성한 적이 없다. 우리 단체가 사과하라고 공문까지 보내고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이 사람들이 지금도 국내 포교 활동을 하는데, 한 달에 수백 명씩 대어본존에 참배를 가고 있는 실정이다.” ―포교활동을 한다니. “관광비자로 들어와 포교를 한다. 하얀 법복에 게다(나막신)를 신고 돌아다니는데 행색부터 남다르다. 과거 법무부가 이들 거주지를 급습해 강제 출국시킨 일도 있었다.” ―법인을 내면 포교 활동이 더욱 수월한 면이 있겠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남이 믿는 것까지 어떻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인 허가는 다른 문제다. 서울시가 이번에 국내 최초로 법인 허가를 해 준 것이다. 서울시가 해줬으니 다른 시·도에서 똑같은 단체가 법인을 신청할 경우 어떻게 항변할 것인가. 지금 싹을 잘라야 하는 이유다.” ―시에서는 직권취소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건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당시에는 성격을 몰랐다’ ‘종교 문제는 복잡하니까 맡겨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다 핑계일 뿐이다. 이건 국가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다.” ―독립유공자회가 나서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36년간 일본 지배를 받고도 제대로 된 사죄 반성을 제대로 받은 적 없다. 한·일 문제는 과거사가 아닌 엄연히 현재진행형이다.” ―이후 계획은. “거리 서명은 물론이고, 시장 퇴진 운동까지 전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박 시장이 지금 잘하고 있는 일도 많다고 본다. 하지만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감히 이야기하건대 서울시장으로서 앞으로의 행보에도 큰 지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