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이 연예인 성매매 사건을 다루는 데 가장 힘겨운 대목은 역시 혐의 입증이다. 예를 들어 한 여자 연예인이 어떤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게다가 그 남성이 해당 여성에게 돈을 건넨 사실까지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는 성매매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법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의 성관계와 금전 거래 사이에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성관계의 대가로 돈을 줬다면 이는 분명한 성매매지만 사랑해서(내지는 서로 원해서) 성관계를 가진 것이며, 돈이 오간 것은 연인끼리의 선물이었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성매매로 처벌하기가 애매해진다. 내지는 돈을 빌려주는 등의 채무 관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스폰서의 세계는 더욱 내밀하다. 특정 기간과 성관계 횟수 등을 정해두고 거액이 오가는 스폰서 관계의 경우 비밀스런 계약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계약서를 써서 증거를 남겨둘 리 만무한 데다 이런 방식의 돈 거래는 일정 교제 기간을 갖고 헤어지는 연인 관계와 유사해 더욱 수사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스폰서 관계 역시 대부분 브로커를 통해 이뤄진다. 브로커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금전 거래가 브로커를 통해 이뤄졌다면 사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연인끼리 선물로 돈을 주는 경우 직접 건네받는 게 정상인데 여기에 브로커가 껴서 자신의 몫을 가져가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채무관계일지라도 직접 돈을 빌려주면 될 일인데 중간에 누군가 껴서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의 연예인 성매매 사건은 대부분 먼저 브로커가 검거되고 그를 통해 성매매 연예인 리스트가 확보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자 연예인이 자신과의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을 직접 찾아다니거나 광고를 할 수는 없는 터라 위험을 무릅쓰고 브로커를 통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런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회사 대 회사의 거래를 통한 스폰서 방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스폰서인 남성이 자신의 회사가 스폰서 관계인 여자 연예인의 소속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돈을 건네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사실상 소속사가 브로커 역할을 대행해주는 셈인데 이런 부적절한 금전 거래를 투자 등의 회사 대 회사의 금전 거래로 위장할 수 있어 훨씬 안전하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의 이야기다.
“오랜 기간 무명 생활을 한 여자 연예인들이 답답한 마음에 스폰서를 구해줄 수 없냐고 부탁해오는 경우도 분명 있긴 하다. 내가 스폰서 해줄 만한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닌 데다 그렇게 되면 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에 거절하곤 한다. 그런데 그런 애들이 불쌍해 스폰서를 구해주는 매니저들도 간혹 있다고 들었다. 그러다 아예 브로커가 된 매니저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예 여자 연예인을 몇 명 확보한 뒤 스폰서를 구해 그들한테 투자를 받아 연예기획사를 차리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잘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투자 받은 돈을 잘 활용해 실제로 소속 여자 연예인 가운데 몇 명을 어느 정도 띄우는 데 성공하면 해당 연예기획사도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뜬 여자 연예인은 스폰서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역삼동 소재의 한 룸살롱 마담의 얘기다.
“대한민국에 연예기획사가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나? 우리 가게에도 단골인 연예기획사 대표가 여럿 되는데 그 전에 이름을 들어 본 유명 연예기획사는 단 한 군데도 없다. 단골 가운데에는 이름을 아는 연예인은 단 한 명도 없이 신인만 데리고 있는 연예기획사 대표도 있는데 돈은 더 잘 쓴다. 투자자를 접대하는 술자리에 소속 여자 연예인을 데려왔다가 나갈 땐 투자자 차에 태워서 보낸다. 뭐 다 뻔한 얘기 아니겠나?”
이런 형태는 여자 연예인에게 더욱 불리하다. 기존의 스폰서는 브로커가 자신의 몫만 떼어간 뒤 나머지는 모두 여자 연예인이 가져간다. 그렇지만 소속사를 통한 스폰서 관계는 ‘투자’라는 명목 하에 거래가 이뤄져 실질적으로 회사가 돈을 만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잡음도 상당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신인이나 무명 여자 연예인이 이런 스폰서 관계에 응하는 까닭은 대부분 ‘네가 투자 받아온 돈은 모두 너를 연예계에서 띄우기 위해 쓰이고 있다. 네가 떠야 우리 회사도 살고 나도 산다. 그러니 나를 믿어라’는 회사 측의 사탕발림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