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한화 감독.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그러나 16일 선수협은 화살을 한화의 김성근 감독으로 돌렸다. 김 감독이 12월 오키나와 재활캠프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은 KBO와 구단과 선수협이 합의해서 만든 합동훈련 금지 규약을 어기는 행위이며, 만약 규약을 어기고 훈련을 강행하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발하면서 폭발하고 말았다.
한화는 즉시 훈련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문제는 선수협의 박충식 사무총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화 김성근 감독이 원인 제공자’라고 말한 부분이다. 이 내용은 오히려 야구 팬들의 공분을 샀다. 코치들이 보는 앞에서 훈련을 한 것은 넥센 선수들인데, 왜 그 불똥이 한화 김성근 감독에게 튀냐며 선수협과 박충식 사무총장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야구계에서는 일련의 사건을 두고 ‘김성근 감독 견제’가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선수협이 대놓고 김 감독을 겨냥한 배경에는 김 감독이 언론을 통해 비 활동기간 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데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야구인은 “김성근 감독이 SK를 이끌 때도 선수협의 ‘공공의 적’으로 견제를 받았다.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흔들기에 나선 건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의 전력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있고, 김 감독이 지향하는 야구관이 일반적인 선수들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김 감독이 한화에서 성공하지 않기를 바라는 세력들이 선수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김성근 감독은 부러질지언정 타협하지 않는 성격이다. 선수협 입장에선 3년 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김 감독이 자신들이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에 대비해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는 그 야구인의 얘기였다.
하지만 김 감독도 자신이 규율을 어기면서까지 선수단 훈련을 주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그랬기 때문에 곧장 오키나와 재활캠프를 취소한 것이다.
야구선수 A는 선수협의 일련의 행동이 선수들의 의견을 대변하기보다는 임원진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비 활동기간에 훈련할 수 있는 선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무조건 훈련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선수협의 정체성이 의심되는 말이다. 물론 나중에는 후퇴해서 재활선수, 신고선수 등은 코치가 지도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것은 여론에 밀려 한 발 물러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수협은 선수들을 위한 단체이다. 그런데 연봉 많이 받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동계훈련을 막고,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선수들까지 감시하는 사태는 웃지 못할 코미디일 수밖에 없다. 선수협이 권위를 세우려면 이런 훈련 기간 갖고 트집을 잡을 게 아니라 선수의 최저 연봉을 올리고, 선수들의 실직적인 이익을 위해 낮은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 선수협이 왜 김성근 감독하고 싸우려 드는지 모르겠다.”
선수협 홈페이지(www.kpbpa.com)는 한때 접속 마비가 될 정도로 선수협을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가 됐다. 지금도 꾸준히 선수협과 박충식 사무총장을 향하는 쓴소리가 자유게시판을 뒤덮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사무총장은 “비 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이나 대화도 없다”는 원칙 불가론을 피력하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