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광주시가 2일로 예정됐던 4급 전보인사를 다시 연기하는 등 광주시와 광산구 간에 인사 교류를 둘러싼 갈등이 힘겨루기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광주시가 임명하는 부구청장(3급)을 수용할테니, 구청 4급을 광주시에서 받아달라”는 광산구청의 요구에 대해 “인사틀을 깨는 무리한 요구”라는 광주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인사교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광주시는 관행인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광산구는 예산권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광주시의 부구청장 인사안에 대해 광산구가 ‘4급 전입 수용’이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자 시가 광산구와의 인사 교류 전면 중단이라는 으름장으로 맞불을 놓는 등 양 측이 감정싸움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인사 교류를 둘러싼 광주시-광산구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양 지자체 간부급 전보 인사가 올스톱되는 등 연초부터 행정 공백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당초 지난달 30일 4급 이상 전보인사를 단행키로 했다가, 자치구와 인사교류가 꼬이면서 2일로 연기했고, 이날 다시 재차 연기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때아닌 광주시와 광산구의 ‘힘싸움’이 사상 초유의 인사파동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광산구 “인사권, 구청장에 있어”
소속 공무원의 승진 등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해당 지자체 단체장에게 있으므로 굳이 광주시가 이를 어기고 자치구의 부구청장 전보인사를 강행하려면 1대1 교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광산구의 입장이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박락진 부구청장(3급)의 명예퇴직으로 공석이 된 부구청장을 광주시가 임명하려 하자 이에 제동을 걸면서, 4급(행정직) 공무원 1명을 시가 받아달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사실상 광주시와 광산구가 1대1로 인사교류를 하자는 것으로, 광산구는 이를 고려해 4급 승진에서 결원을 1명 초과한 3명을 승진의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부구청장 인사와 연계하며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다. 광주 자치구에서 시와 협의없이 결원보다 많은 4급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광산구가 처음으로 전해졌다.
광산구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에 부단체장의 임명권은 해당 단체장에 있지만 그동안 광주시는 관행적으로 광주 5개 자치구 부구청장을 ‘내리꽂는’ 인사권을 해왔다”면서 “이같이 불합리한 관행을 시정해달라는 요구는 민형배 청장 취임 후인 2012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와 자치구가 ‘자리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치실현을 위해서는 광역과 기초간 관계설정이 제대로 돼야 한다”며 “윤장현 시장의 광산구 방문 때도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민형배 구청장은 시가 광산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3급 승진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광산구 요구, 관행 무시”
광주시는 2일 ‘시-자치구간 인사교류 현안에 대한 광주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산구 주장을 “무리한 요구”로 규정하고, “광산구가 다시 한 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이날로 예정된 4급 이상 전보 인사를 며칠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광주시는 기본적으로 광산구의 태도에 대해 민형배 구청장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선5기 당시 강운태 전 시장과 5개 구청장이 맺은 인사협약에는 기술직 4급 승진과 전보인사 등의 경우 시와 사전 협의를 거치기로 했는데 광산구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관행이 깨진다면 시 전체 인사틀이 깨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광산구와 만나 논의를 했지만 입장차를 좁힐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광산구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자체적으로 4급 승진·전보 인사를 의결한 뒤 시에 4급 전입을 요구하는 등 ‘생떼’를 쓰고 있다”라며 “광산구의 입장을 수용하면 타 자치구는 물론 시 공직사회 인사가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형배 청장이 구청 공무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며 “시의 부구청장 전보인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광산구와의 인사 교류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발 물러선(?) 양측
광주시는 당초 지난달 30일 4급 이상 전보인사를 단행키로 했다가, 자치구와 인사교류가 꼬이면서 2일로 연기했고, 이날 다시 재차 연기했다.
광주시는 2일 낸 보도자료에서 “최근 일부 자치구가 수년 또는 수십년간 우리 시에서 지켜져 오고, 타 시도에서도 유지돼온 인사교류 관행을 무시한 채 다른 요구를 하고 있어 당초 작년 말로 예정돼있던 4급 이상 전보인사가 해를 넘기며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요구 내용은 20여년 간 유지돼온 자치구 부구청장의 시 추천 대신 특정 자치구 4급 공무원을 시로 전입시켜 줄 것을 추가 요청하는 것으로, 이는 그 동안의 인사교류 관행과 협약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시로선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는 “민선6기가 지향하는 협력·동반자 정신이 이번 인사교류 현안에서도 반영되어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해당 자치구에서 다시 한 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오늘로 예정했던 4급 이상 전보인사를 며칠 연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의 4급 전보인사 연기 발표는 광산구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지만 ‘광산구가 어떻게 나오든 시는 내년 1월2일 전보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당초 입장에선 한발 물러선 것이다.
광산구 역시 애초 공언했던 “광주시가 4급을 수용하지 않으면 3급(부구청장)을 자체 승진시키겠다”는 주장은 접은 판이어서 양쪽 다 한발 물러선 형국이긴 하다.
이번 광산구의 요구가 몽니인지 아닌지 그 속내는 알수 없지만 이번 기회에 인사와 관련한 광주시와 자치구 간에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