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스터.
그가 찍은 약 1만 2000장의 사진은 픽토리아닷컴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이 문제였다. 사진 번호는 ‘이미지 3850’. 말리부에 있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대저택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진이었다. 이에 스트라이샌드는 애들먼과 픽토리아닷컴을 상대로 5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고, 사이트에서 그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는 사생활 보호였다. 이에 애들먼은 공익적 목적으로 촬영했다는 사실을 내세웠고, 스트라이샌드는 소송에서 패해 피고인 애들먼의 변호사 수임료 및 법률 비용 17만 7000달러까지 물어주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자신의 저택이 한 사진기자에 의해 우연히 촬영돼 공개되자 사생활침해 소송을 걸었고, 때문에 사람들은 이 사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까짓(?) 돈이 아니었다. 이 사건으로 사람들은 그 사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애들먼의 사이트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 사진이 올라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송이 있기 전, ‘이미지 3850’을 다운로드받은 사람은 단 6명. 그 중 두 명은 스트라이샌드의 변호사였다. 이 사이트의 존재도, 스트라이샌드의 저택 사진도, 모두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송이 제기되면서 사람들은 사이트에 접속하기 시작했고, 한 달 동안 무려 42만 명이 그 사진을 보거나 다운받았다. 돈 많은 스타의 무리한 행동에 네티즌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 그냥 놔두었으면 오히려 사생활 침해를 받지 않았을 상황이었지만, 괜한 일로 스트라이샌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이에 테크놀로지 트렌드와 경제 정책 등을 전문으로 하는 블로그 ‘테크더트’(Techdirt)를 운영하는 마이크 매스닉은 ‘스트라이샌드 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어떤 정보를 숨기거나, 제거하거나, 검열하려고 하다가 의도하지 않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넓게 퍼져 공유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인터넷 시대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현상이었다. 사진을 삭제하려 했던 스트라이샌드의 생각이 역효과를 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미디어를 통해 풍자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인터뷰>도 비슷한 사례다. 만약 주변 상황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 B급 코미디로 평가되며 그저 그런 흥행과 평가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강한 유감을 표하고, 의문의 해킹 사건이 벌어지고, 극장 테러 위협이 이어지고, FBI가 그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가운데 영화는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고, 작품의 퀄리티와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바이럴 마케팅의 수혜를 받은 셈이다.
톰 크루즈의 사이언톨로지 선교 영상 캡처.
2007년 폴라 압둘은 ‘굿데이 LA’라는 토크쇼에 나와 출연했는데 당시 술이 약간 취한 상태였다. 압둘과 쇼 제작진은 방송의 기술적인 문제로 그렇게 보였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에 방송사인 폭스 TV는 해당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유튜브에 요구했다가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받으며 조회수가 올라갔다. 비욘세도 비슷한 경우. 2007년 7월에 올랜도에서 있었던 콘서트에서 그녀는 무대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팬들에게 혹시 동영상을 찍었으면 인터넷에 올리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조크로 여긴 팬들에 의해 그 광경이 유튜브에 공개되었고, 비욘세의 삭제 요구는 더 많은 방문자를 낳았다.
스타의 이름이 사회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가 된 ‘스트라이샌드 효과’. 다음 주엔 어느 배우 커플의 이름이 병명이 된 사례를 이야기하려 한다. 할리우드 고전기의 치명적 커플이었던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 그들의 이름은 ‘보가트-바콜 신드롬’이라는 증세를 만들어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