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해당 방송에서 추자현이 “한국에서는 꾸준히 돈을 벌 수 있게끔 작품이 계속 들어오는 게 아니다 보니 먹고 살기가 막막했다”고 중국 진출 까닭을 밝힌 부분이 화제가 됐다. 물론 국내에선 먹고 살기 막막한 배우가 중국에 진출했다고 무조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추자현은 “나는 한국 드라마로 인기를 얻어서 초청받아 중국 드라마를 찍은 케이스가 아니다”며 “신인으로 캐스팅돼 맨땅에 헤딩하듯이 왔다”고 밝혔다. 중국 무대에서 다시 신인이 돼 오디션을 통해 중국 드라마에 출연하며 오늘날의 인기를 얻었다는 것.
실제 추자현은 국내 연예계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 데뷔는 지난 96년 SBS 드라마 <성장 느낌 18세>이었으며 이후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스타급으로 성장하지 못한 조연급이었다.
2005년 당시 추자현 누드 화보. 사진 제공 : 빅풀 엔터테인먼트
지난 2005년에는 누드 화보를 촬영하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고자 시도했지만 그 역시 잘 되진 않았다. 반전의 기회는 2006년이었다. 누드 화보 촬영 이후 파격 노출이 가미된 캐릭터를 제안 받아 영화에 출연한 것. 사실 여배우의 노출을 소비하는 그저 그런 영화는 무척 많다. 추자현 역시 그런 기회를 잡았다면 그냥 소비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는 황정민과 류승범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 <사생결단>이었다.
이 영화에서 추자현은 당시 심의 기준에선 최대치의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소비성 노출 연기가 아닌 마약 중독자의 실상을 다룬 리얼리즘 연기의 최고치를 선보였다. 그가 파격적인 노출을 시도했음에도 영화팬들의 뇌리에는 노출보다 빼어난 연기력이 더 기억에 남았을 정도다. 이를 통해 추자현은 2006년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신인여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제 43회 대종상영화제에선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또한 제9회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도 올해의 신인 연기자상을 받았다. 2006년 열린 각종 영화제의 신인여우상을 추자현이 독신한 것.
영화 <사생결단> 스틸 컷
이런 기세는 2008년 <미인도>와 2009년 <실종>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사생결단> 개봉 이후 추자현은 중국 진출을 시도했으며 2007년 이후에는 한국 보다 중국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오늘날의 자리를 굳혔다.
영화 관계자들은 여전히 추자현을 그리워하며 미안해하고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추자현은 검증된 여배우지만 여배우의 설 자리가 많지 않은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서 보다 많은 기회가 제공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추자현이라는 배우가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만 그런 좋은 배우가 한국 영화가 아닌 중국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것이 한국 영화계 입장에선 아쉬운 일이다”고 말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