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국 교수가 번역·출간한 <미국정치경제론>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미국정치경제론’은 민족주의 정치경제학의 기초를 보여주는 대표적 저술이다.
리스트의 민족주의가 추구하는 핵심은 민족공동체의 자유와 독립, 풍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균형성장’이다.
리스트 최초의 저작이라 할 수 있는 ‘미국정치경제론’은 미국의 균형성장을 염원하는 민족주의 패러다임의 출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자유주의를 강요하고 내부적으로 민족주의를 강제하는 미국정치경제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자료다.
국내에서 프리드리히 리스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 근대 민족주의 패러다임의 주창자인 리스트의 저술은 크게 세 권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펜실베이니아공업진흥협회의 위촉으로 1827년에 영어로 쓴 12개의 편지로 사무엘 파커가 편집한 ‘미국정치경제론’이다. 둘째는 1837년에 프랑스학술원의 공모논문으로 프랑스어로 제출한 ‘정치경제학의 자연적 체계’다. 셋째는 이 연구들을 종합하고 정리해 1841년에 독일어로 발간한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다.
‘미국정치경제론’은 미국의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서신 형식의 논증이다. 27일 동안에 쓴 12개의 편지로 구성돼 있다.
당시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민족주의적 부국강병론인 미국체계론(American System)을 옹호하는 글로서 정치경제학의 정의, 민족주의적 시각의 불가피성, 생산력이론, 역사적 단계 인식의 필요성, 자유무역이론의 정치적 성격 등 이후에 전개되는 민족주의 패러다임의 핵심들이 간략하게 언급돼 있다.
이 책에는 매우 역사적이고 의미심장한 소개문 두 개가 서문을 대신하고 있다.
미국독립과 프랑스대혁명의 영웅 라파예트 후작이 리스트에게 보내는 편지와 당시 펜실베이니아 검찰총장과 미 의회 의원을 역임한 찰스 잉거솔이 내셔널 가제트지에 보내는 추천사다.
당대의 가장 저명한 인사들이 리스트의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종국 교수
한국의 산업화정책이었던 보호관세, 수출보조금, 수출포상, 기술 장려, 국민주력기업 육성, 국가 주도의 철도 및 도로 건설 등의 수출대체산업화전략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민족주의 패러다임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정책들인데, 학자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와 소련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두 패러다임에 이데올로기적으로 사로잡혀 현실과의 괴리가 극심한데도 자신들이 강대국에서 수학했던 학문적 논리로 한국의 정치경제를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한국의 정치경제학계에 민족주의의 태두인 리스트에 대한 소개가 꼭 필요하며,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