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을 자주 찾는 중견 연예인들 중엔 원가 이하의 술값 할인을 요구하거나 심한 주사를 부려 영업 방해를 초래하는 이들도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유흥업계 관계자들에게 연예계 관련 이야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중견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도 접하곤 한다. 최근 잦은 물의를 빚은 중견 탤런트 임영규의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유독 음주 관련 물의를 자주 빚은 터라 그러한데 임영규의 사례처럼 수면 위로 부각되지 않았을 뿐 조용히 넘어가는 비슷한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중견 연예인은 사회적으로 좋은 인식을 받고 있다. 젊은 시절 스타급이었던 경우에는 그 시절 팬이었던 이들도 많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회의 어른 모습을 자주 선보이며 푸근한 이미지를 쌓은 경우도 많다. 너무 도도한 톱스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경계심을 보이는 유흥업계 관계자들도 중견 연예인에 대해선 호의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톱스타들이 연예인 DC를 받는 것보다 더 큰 폭의 술값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역삼동 소재의 한 룸살롱 사장의 말이다.
“그 분이 이런 데 온다는 얘긴 못 들었지만 만약 이순재 선생님이 우리 가게에 오셨다면 아마 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엄청 깎아 드렸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인 데다 우리 사회의 참 어른 같은 분 아닌가. 실제로 중견 연예인들이 몇 분 우리 가게에 오신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최대한 깎아드리고 서비스도 많이 드렸다.”
중견 연예인들이 안정적인 고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을 노리는 불순한 세력들 때문이다. 동업을 하자고 접근해 사기를 치는 이들도 있고 이런 저런 인맥으로 다가와 보증을 부탁한 뒤 난처한 상황에 놓이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그런 안타까운 현장을 목격하기도 한다. 논현동 소재의 한 룸살롱 마담의 이야기다.
“이런 얘기 좀 그렇지만 연예계에서 수십 년 동안 활동해온 중견 연예인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상당히 순진하다. 연예계는 그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만 사회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동업을 하시는 분들이라며 함께 술자리 와서 그들에게 엄청 대접받는 중견 연예인을 몇몇 봤다. 우리가 보기에는 딱 봐도 사기꾼이라고 이마에 써붙여 놓고 다니던데 그분들은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 왔던 중견 연예인이 사기를 당해 힘겨워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안타까워했던 일들이 종종 있다.”
그렇다고 유흥업계가 중견 연예인들에게 호의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얼굴이 잘 알려진 중견 연예인이 손님으로 처음 방문하면 반가운 마음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런 호의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중견 연예인들도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술값 할인을 요구하거나, 거나하게 술자리를 가진 뒤 외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내 얼굴이 보증수표인데 못 믿냐며 외상을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또한 술에 취해 심한 주사를 부려 영업에 지대한 방해를 초래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유흥업소 관계자들이 경찰 신고 등의 냉정한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고 한다. 신사동 소재의 한 룸살롱 사장의 말이다.
“이쪽 일을 하면서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중견 연예인이 두 분 있다. 한 분은 연예계에서 오래 활동하다 사업가로 변신하며 그 바닥을 떠났다. 그리고 연예인이 아닌 사업가로 활동하며 우리 가게 단골이 됐다. 그런데 처음엔 잘나가던 사업이 점점 힘들어졌다. 처음 우리 가게를 찾을 땐 말 그대로 VVIP 손님이었는데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많이 힘들어하셨다. 언젠가부터는 내게 조용히 술값을 좀 깎아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사업상 술자리는 가져야 하는데 돈이 넉넉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말로 미안해하며 직접 부탁하는데 내가 미안할 정도였고 그 이후 그 분이 올 때마다 정말 원가 이하로 술값을 계산해 드렸다. 결국 사업을 접고 요즘에는 다시 TV에 종종 나오더라. 사업을 접고 우리 가게에도 오시지 않는다. 나는 그분이 잘 되길 진심으로 빌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앞서 말한 분은 악역도 많이 하는 등 강한 캐릭터를 자주 소화한 분이라면, 이 분은 정말 이미지가 최고인 중견 배우다. 그런데 술에 취하면 술주정이 심한 데다 외상도 심했다. 다음달 출연료 들어오면 갚겠다고, 내가 술값이나 떼어 먹을 사람으로 보이냐며 오히려 더 당당했다. 결국에는 외상을 다 받지도 못했는데 언젠가 갑자기 발길을 끊었다. 이쪽 업계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우리처럼 당한 업소가 꽤 있다고 하더라. 그 분은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해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왜 그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