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부에 위치한 한 시온교회. 예배가 시작되기 전 진밍리 목사가 연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미 예배당 안은 사람들로 꽉 찼건만 계속해서 사람들은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자 400여 명의 신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연주에 맞춰 한 목소리로 ‘할렐루야’ 찬송가를 불렀다. 예배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양팔을 하늘로 뻗고 기도를 올렸으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는 매주 일요일마다 시온교회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하루에 4회 열리는 예배 시간에는 매회 수백 명의 신도들이 몰려와 예배를 드리고 있다. 현재 부도난 사무실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서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온교회는 사실 중국 공산당의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지하 교회’다.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에는 이와 같은 ‘지하 교회’가 3000여 개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기독교 신자는 2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1949년 중국의 기독교 신도 수가 70만 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하지만 ‘지하 교회’까지 합하면 실제로는 1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포쿠스>는 점쳤다.
이렇게 ‘지하 교회’가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중국은 엄연히 헌법을 통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국가다.
하지만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는 ‘삼자 교회’에서는 공산당이 주교를 자체 선출하며, 사회주의에 비판적인 성경 문구들은 낭독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니 ‘삼자 교회’가 공산당 이념과 성경이 뒤섞인 이상한 형태로 변질됐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신자들도 많다.
이에 중국의 기독교 신자들 가운데에는 ‘삼자 교회’보다는 은밀히 활동하는 ‘지하 교회’ 또는 ‘가정 교회’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도들의 절반 이상이 ‘지하 교회’를 통해 신앙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집안이나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말하면서도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사회주의의 기본 신념에 따라 은밀히 종교를 탄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지하 교회’가 공개적으로 나서서 선교 활동을 할 경우에는 무력으로 탄압하기도 한다. 가령 3000명의 교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베이징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회 가운데 하나인 슈웡교회가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공안을 동원해서 교인들을 체포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점점 기독교에 의지하고 있는 걸까. 한 여성 신도는 “오직 돈과 성공만 이야기하는 야만스런 사회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신도는 “부모님이 지진에서 살아난 후에 종교를 믿게 됐다. 그건 기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종교 연구가인 양펑강은 15년 후에는 기독교 신자가 2억 5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중국인들은 더 이상 돈과 경제성장만 중시하는 이런 냉혹한 사회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중국인들이 앞으로 더 종교에 의지하고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