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의원
본론은 뒷장이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일부 위원장만 선별적으로 교체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당의 단합을 해치고 힘을 분산시키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몇몇 위원장부터 교체를 밀어붙이는 것은 마치 ‘리모델링할 건물의 설계도도 없이 서까래부터 뽑아 교체하자’는 엉뚱한 주장과 같다”고 쓰여 있었다.
문건 말미에는 “나는 공천학살이라는 아픔을 체험한 사람이고 그런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사명으로 정당을 만들었다가 보복을 통해 옥고를 치렀던 한 사람이기에 당의 관계 당직자들은 오해의 소지가 많고 불합리한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을 중지하길 바란다”고 돼 있다.
친박과 비박, 그러니까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무성 대표의 갈등은 지금 정점을 찍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을 앉힐 것인가를 두고 싸우더니 이번엔 새누리당 조직강화특위가 사고 당협위원장 8명을 교체하려는 것을 두고 다시 링 위에 올라섰다.
이에 앞서 서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자신의 측근인 서울 동대문을 김형진 위원장과 인천 부평을 김연광 위원장이 교체 대상 부실 당협 관리자로 지목되자 거칠게 항의했다. 고함을 지르고 탁자를 내려친 뒤 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당 조강특위는 완강하다. 사고 당협으로 정한 곳은 크게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구를 전혀 장악하지 못했거나, 3번 이상 공천을 줬지만 모두 낙선했거나, 도저히 너무 게을러서 지역구 장악이 불가능해 보이는 곳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조강특위는 또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당협위원장 교체는 일상적인 조강특위 활동으로 당협에 대한 감사는 매년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위원장 교체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가에선 이참에 김 대표가 박세일 카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기도 한다. 여권의 계파 갈등이 폭풍전야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