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의 집은 근사한 경치에 둘러싸인 서초동의 한 빌딩. 1층에는 한정식집이 있고 5층에는 남편 최봉호씨가 운영하는 사무실이, 그리고 맨 위층에 자택이 마련돼 있다. 최봉호씨가 직접 설계한 이 건물은 평범하지 않은 구조가 매력적이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최봉호씨는 이주일 하춘화 조용필 김수철 등을 키워낸 연예계의 ‘큰손’이다.
▲ 옥상에 마련돼 있는 정원에서 한껏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 를 취한 나미-최봉호 부부.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최씨는 과거 70년대 ‘최봉호 사단’을 이끌 만큼 잘 나가는 인물이었다. 나미와의 만남은 명동 서울구락부, 영등포 콜럼비아 등 업소를 운영하던 80년께. 이미 가수로 활동하고 있던 나미가 최씨가 기획한 그룹 ‘사랑과 평화’ 리사이틀에 게스트로 캐스팅됐던 것. 당시 나미 외에 윤시내, 방미, 현숙 등이 명단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이 취소돼 모두 돌아간 저녁, 담요를 덮어쓰고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나미가 최씨의 눈에 띄었다. 이날 나미의 모습에 연정을 느끼게 된 최씨는 이후 남다른 신경을 쓰게 됐다고 한다. 음반을 내고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하는 것이 꿈이었던 나미는 이같은 최씨의 마음 씀씀이에 의지를 하게 됐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나미는 최씨와의 사이에 낳은 큰아들 정철군(19)을 6년 동안이나 숨기고 살아야 했던 사연이 있다.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건 치명적이었기에 쉬쉬하며 지냈던 것. 최씨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정철군을 나미의 동생으로 입적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아직까지도 정철에게 가슴 한구석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백화점에 데려가도 저만치 떨어져서 걸었고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했어요. 아이에게 정말 못할 짓이었죠.”
91년께 최봉호씨가 4년 동안 ‘옥고’를 치르게 되면서 아들의 존재도 세상에 알려지게 됐지만, 아직까지 정철은 나미에게 ‘아픈’ 자식이다. 나미가 활동을 접은 시점도 바로 이 무렵. 남편을 기다리며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의 삶이 그녀에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씨는 나미에게 이런저런 위로를 건넸지만, 자신 역시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최씨는 이 즈음 연예계 일을 접고 빠징코 관련 사업을 운영하며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가까웠던 이들도 그가 돈을 번 사실은 모른 채 혹시나 돈이라도 꿔달라고 할까 염려해 피해 다니기도 했다고. “연예계 생리가 그래요. 최 회장이 안보이니까 망했나 싶어 모두들 나를 피하더라구요, 참.”
지난 97년 두 사람은 ‘늦둥이’ 정환이를 얻었다. 둘째 아들은 ‘민망해서’ 밝히고 싶지 않았다며 최씨는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자랑하고픈 존재인가 보다. “두 살 때부터 영어를 하더라구요.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놓았는데 어느 날 따라하는 거예요, 글쎄.”
전업주부로 변신한 나미는 이렇게 두 아들 키우는 데 온갖 정성을 쏟으며 살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좀 있으면 둘째 아이 바래러 갈 시간이에요”라며 영락없는 엄마티(?)를 낸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큰아들 정철군은 엄마의 ‘끼’를 물려받았던지, 이미 가수로 데뷔해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떠나가라’로 인기를 얻었던 ‘QOQ’의 멤버로 활동했던 것. 이상민과 이혜영이 우연히 레스토랑에 와 정철군의 노래를 듣고는 곧바로 캐스팅 했다고 한다. 당시 뮤직비디오에 최민수가 출연,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 역시 엄마의 ‘뒷받침’이 큰 힘이 됐다. 올해 말께 음반을 내고 솔로로 데뷔할 예정이라고. 때마침 옆에 있던 정철군은 “미모가 예전 그대로이시네요”라는 기자가 건넨 말에 “좋아? 엄마”라고 엄마를 슬쩍 놀리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자신의 직업을 이어갈 아들 정철에게 나미는 ‘걱정 반 기대 반’인 듯했다. 가끔은 자신이 활동하던 시절을 떠올릴 것도 같은데 활동을 그만둔 이후로는 노래하는 것조차 꺼릴 만큼 연예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 때문에 요즘엔 가요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고 있다고. 나미는 “방송에 복귀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없다”고 말했다.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만도 자신에겐 큰 일이라면서. 그러면서 남편 최씨를 슬며시 바라보며 미소를 건넨다.
두 사람은 금실이 너무나 좋아 보였다.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두 사람은 꼭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거실, 2층 바, 야외 정원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구경’하던 기자를 샘나게 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