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유세중인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이종현•임준선 기자 | ||
분명 이들 두 후보에겐 ‘법조인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걸어온 길의 색채는 극한적 대립을 이룬다. 이러한 양 후보간의 차이점은 그들이 각자 구축해온 법조인 출신 인맥 내부를 들여다볼 때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철저하게 ‘노는 물’이 달랐던 이 후보와 노 후보. 그들이 쌓아온 법조인맥을 비교해보면 이들 후보들의 정책적 지향점이 다른 이유에 대한 고찰도 가능할 듯 보인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경기고 49회 동기, 서울대 법대 동기(11회), 사시 8회 동기생들이 대표적 법조인맥으로 꼽힌다. 경기고-서울대 법대 라인을 거쳐 정통 법조인 코스를 밟아온 데다 지난 97년 대선 석패 이후 한나라당 총재와 대통령후보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외연이 양과 질에서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의 가까운 곳에서는 부국팀의 고문을 맡았던 이정락 변호사가 눈에 띈다. 이 후보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 서울형사지법원장을 지낸 이 변호사는 이 후보와 사시 8회 동기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후보와 절친한 사이로 평이 나있다.
이 후보의 경기고-서울대법대 직계 후배인 김두희 전 법무장관과 더불어 두 사람이 부국팀 내 실세 원로 역할을 해온 법조인 출신이라는 것이 당내의 평이다. 경기고 49회 동기생 모임인 ‘청하회(靑河會)’ 내에도 상당한 법조인맥이 형성돼 있다. 이 후보와 가장 친한 친구로 알려진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인 이 후보에게 있어 사시 8회 동기생들은 무시 못할 인적 풀이다. 김덕주 전 대법원장과 박우동 전 대법관을 비롯해 서정우 여동영 이재후 변호사 등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이회창 후보의 법조인맥. 왼쪽부터 김두희 전 법무장관, 이세중 전 변협 회장, 서정우 변호사, 홍준표 의원,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 | ||
지난 8월1일 한나라당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이미 그 화력시범을 검찰총장 앞에서 보인 바 있다. 강재섭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기춘 최병국 안상수 홍준표 김용균 함석재 최연희 오세훈 원희룡 의원 등 10명이 검찰청사를 찾아가 이명재 당시 검찰총장 면전에서 병풍 수사 관련 공정성을 촉구하는 강한 항의를 했던 것이다.
이들 모두 법조인 출신 의원들로 병풍 수사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게 ‘일침’을 놓은 셈이었다. YS정권 당시 슬롯머신 수사로 ‘모래시계 검사’라고까지 불린 홍준표 의원은 대통령아들부정축재조사소위의 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왔고, 대검 공안부장 중수부장을 거쳐 인천지검과 전주지검 검사장을 역임한 최병국 의원이 대통령친인척조사소위 위원장을 맡아 여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려왔다.
국정원 자료 등을 근거로 여권을 압박해온 정형근 의원은 당내 대표적 검사 출신 저격수로 정평이 나있으며 최근 국정원 비밀 도청 내용을 폭로한 김영일 사무총장도 검사 출신으로 당내 새 저격수로 떠오른 상태다.
이회창 후보의 법조인맥이 이 후보와 더불어 정통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주류 인사들인 반면 노무현 후보 법조인맥의 중심은 정계입문 전에 활약했던 재야 인권변호사 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 당시 결성된 ‘노변모’(노무현을 지지하는 변호사 모임)가 대표적. 노변모는 자체 결성 이후 민주당 내 후보 법률지원단으로 대거 선대위의 공조직에 참여해 노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노 후보와 가까운 법조계 인사로는 문재인 법무법인부산 대표변호사, 강보현 법무법인화백 변호사, 최병모 법무법인덕수 변호사, 조성래 법무법인동래 대표변호사, 이덕구 법무법인세종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80년대 5공 시절 인권변호사로 부산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지격’인 문재인 변호사는 지난 1995년 부산 강아무개 어린이 유괴살해 사건 범인 조작을 밝혀내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현재 노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지역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고문 변호사단을 통해 한보 부도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에 대한 법률지원 활동을 벌이기도 했던 강보현 변호사 역시 노 후보와 막역한 친구 사이다.
▲ 노무현 후보의 법조인맥. 왼쪽부터 강보현 최병모 문재인 변호사, 천정배 최용규 의원. | ||
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7월25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개혁연대’ 초청 강연에서 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한 바 있다. 천 의원은 당내 초•재선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바른정치모임의 리더격으로 활동을 했으며 노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릴 때도 변함없이 노 후보를 성원해온 대표적인 민주당 내 ‘친노’인사다. 노 후보와는 법률사무소 ‘해마루’에서 함께 일했던 변호사 시절부터 친한 사이가 됐다.
최용규 의원도 노 후보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다. 두 사람 사이에선 인생 행로에 있어 남다른 유사성이 느껴진다. 최 의원은 경기상고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 입사해 주경야독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물. 또한 대우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해 노 후보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던 전력이 있다.
최 의원은 노 후보가 지난 93년 설립한 자치경영연구원의 연구원 출신이기도 하다. 자치경영연구원은 노 후보의 경선운동 당시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