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건웅, 한중탁 박사.
[일요신문] 차세대 유연전극 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나노튜브(CNT)와 금속나노소재(은나노와이어)를 분산제 없이 복합화해 전기가 잘 통하는 섬유(고전도성 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의복과 일체화된 진정한 형태의 ‘의류형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조기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기연구원(원장 박경엽)은 이건웅·한중탁 박사팀이 최근 의류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필수적인 ‘유연 고전도성 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고전도성 페이스트(섬유방사도프) 제조기술 및 탄소나노튜브와 은나노와이어의 재배열을 통해 전기전도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 최근호(3월 20일자)에 게재됐다.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라고 하면 악세서리 형태의 스마트 와치나 구글글라스와 같은 악세서리형 기기들을 주로 떠올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진정한 의미의 웨어러블 기기는 악세서리 형태가 아닌 우리가 항상 입고 있는 옷과 일체화된 형태의 의류형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선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형화가 가능하면서 변형에 자유로운 직물만의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의류형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전극 역할을 수행하는 섬유형태의 전도성 섬유가 필요하다.
전도성 섬유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계적 물성, 환경 신뢰성 및 세탁성, 신체 적합성 등 다양한 요구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반면 현재 일부 선보이고 있는 금속 섬유의 경우 전기전도도는 매우 우수하지만 섬유 고유의 기계적 특성 구현이 어렵고, 신체적합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탁도 어렵다.
금속 코팅섬유나 전도성 고분자 코팅섬유의 경우에도 전기전도도가 낮아 대전방지 등의 제한적 용도로만 사용된다.
무분산제형 섬유도프를 이용한 고전도성 섬유 제조 과정.
한국전기연구원(KERI) 연구팀이 대안으로 개발한 방법은 고분자와 탄소나노튜브(CNT)가 혼합된 페이스트(paste)에, 분산제 없이 은나노와이어를 혼합하여 섬유로 만들 수 있는 페이스트를 제조한다.
이후 기존 ‘용액방사 공정’을 통해 전기가 잘 흐르는 고전도성 섬유를 제조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용액방사 공정 중 섬유를 굳게 하는 단계에서 은나노와이어를 섬유 표면으로 유도함으로써, 고분자로 인한 섬유로서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탄소나노튜브 및 재배열된 은나노와이어에 의해 고분자의 높은 함량에도 불구하고 매우 우수한 전기전도도를 나타날 수 있게 했다.
특히 국내 생산기반이 매우 잘 갖춰져 있는 용액(습식)방사 공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대량제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법은 연구팀이 지난 2013년 KERI 고유 원천기술로 개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보고한 ‘무분산제형 탄소나노소재 고농도 분산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이 방법은 다른 고전도성 금속 나노소재 역시 분산제 없이 첨가해 고전도성 섬유를 제조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핵심 개발자인 한중탁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탄소나노소재 기반 고전도성 섬유를 이용해 의류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할 경우, 각종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이의 전원공급에 필요한 에너지 발생 및 저장소자 그리고, 이러한 전기적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안테나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기술개발 책임자인 이건웅 박사는 “향후 우리가 접하게 될 의류형 웨어러블기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전도성 섬유가 개발돼 그 실현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부 미래성장동력 사업으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관련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기술이전 및 사업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자체 정부출연금사업,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과 글로벌프론티어 나노기반소프트일렉트로닉스 사업단 참여를 통해 이뤄졌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