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한 장면으로 재래식 화장 실을 치우는 모습. | ||
극중에서 배두나의 손톱 사이에도 낀 이 화제의 ‘아기 똥’의 정체는 바로 카레. 카레가루를 물에 개어 기저귀에 바른 것으로 MBC 미술센터 분장팀의 ‘작품’이다. 먹는 카레로 만들었으니 더러운 것도 아니건만 정작 손에 묻힌 당사자들의 입장은 그게 아니었다고. 촬영 후 배두나는 “카레를 좋아했는데 당분간은 못 먹을 거 같다”며 몸서리를 쳤다는 후문.
그렇다면 온통 배설물 범벅이 되는 영화 장면에선 어땠을까? 지난해 개봉한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는 아예 주인공 중 한 명인 임창정의 집안이 배설물을 퍼 나르는 일로 생계를 꾸리는 것으로 나왔다. 임창정의 아버지로 등장한 김인문이 리어카를 놓치는 바람에 배설물을 온몸에 뒤집어 쓰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으으∼’하고 절로 인상을 구겼다.
진짜와 구분이 불가능할 만큼 ‘정교’했던 이 배설물은 물감과 휴지, 도배용 풀을 섞어 만든 것이었다. 소품을 담당한 김영복 팀장의 얘기.
“검은색과 붉은색 페인트 원료를 혼합해 실제와 비슷한 색을 냈어요. 색깔이 마음처럼 나와주지 않아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야 모두가 ‘진짜 같다’고 한 작품이 나왔죠. 배우들에게 보여주면서 ‘이거 진짜다, 직접 나르고 이 속에서 굴러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놀리니까 사색이 되더라구요. 막상 숨길 수 없는 특징인 냄새가 안 나니까 그제서야 소품인 걸 알고 안심하면서 너무 똑같다고 감탄하더군요.”
▲ 영화 <색즉시공>에서 함소원이 구토하는 장면. | ||
스태프들도 소품인 줄 알면서도 배설물이 나오는 장면을 찍은 후 한동안은 색깔이 비슷한 카레 종류는 비위 상한다며 피했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김동원 감독조차 후일담으로 “영화를 찍는 동안엔 저렇게 배설물을 많이 쓴 줄 몰랐다. 나중에 보니 내가 봐도 더럽더라”고 했을 정도.
영화 <색즉시공>에선 더 ‘강도’ 높은 장면들이 연출된다. 주인공 임창정이 정액을 계란 흰자로 착각해 프라이해서 빵 사이에 끼워먹는 장면은 한동안 ‘한국 영화 중 가장 엽기적인 장면’으로 꼽힐 정도였다.
소품 담당인 권진모 팀장은 “그 장면을 위해 비슷한 건 다 해봤다. 임창정이 먹은 건 진짜 계란 흰자가 맞다. 정액으로 나온 건 밀가루를 묽게 개서 만든 것으로 화면에 비칠 때는 콩가루를 섞어 색깔을 좀 더 비슷하게 보이도록 했다. 이것을 1.5리터짜리 페트병 한 통 가득 만들어 놓고 밀가루가 무거워 가라앉지 않도록 촬영하는 내내 옆에서 흔들고 있어야 했다”고 제작과정을 밝혔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까 입에 물고 있을 수는 있었지만 결국 토사물이란 생각을 하면 배우로선 무척 괴로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색즉시공>에서 배우들이 보여준 자연스러운 연기 뒤에는 이런 적절한 소품들이 숨어 있었다.
최근 개봉한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도 토사물이 나온다. 김하늘이 권상우에게 안겨 그의 가슴에 토사물 범벅을 남긴 것. 이때의 재료는 참치죽과 김, 토마토주스 등을 섞은 것이었다. 이 경우는 옷에 흔적을 묻히기만 했고, 덕분에 김하늘은 가짜 토사물을 입에 담고 있어야 하는 곤욕을 피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이 소변을 보는 장면은 그럼 실제 상황일까? 답은 ‘노’. 대개 남자배우의 뒷모습만 카메라에 담는데 힘차게 뻗는 소변줄기는 정작 다른 곳에서 나오는 것.
<파이란>에서 최민식이 개수대에 소변을 보는 장면은 막대 풍선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긴 막대풍선에 보리차 등 실제와 비슷한 색을 내는 물을 가득 채운 다음 볼펜처럼 돼 있는 풍선 주둥이 부분을 잘 조절하여 내뿜었던 것. 소품을 맡았던 권진모 팀장은 “배경이 겨울철이라 소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야 한다는 주문까지 있어 뜨겁게 데운 물을 풍선에 담아서 썼다”고 설명했다.
요즘 잘 나오는 ‘주사 놓기’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장면 중 하나. 이것은 소품과 편집의 ‘협업’의 결과다. 배우의 팔에 주사 바늘을 꽂는 순간 ‘컷’을 외치고 그 사이 주사액이 들어가거나 혈액을 뽑는 장면을 따로 찍어 편집하는 것. 링거 주사 장면의 경우 관을 두 개로 만들어 하나는 그냥 링거액이 흘러내리게 만들고 배우의 팔에는 나머지 빈 관과 반창고만 붙여놓으면 ‘만사 OK’라고 한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