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N한국교통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신성일 씨는 인제군의 바퀴축제를 공개방송하면서 여자 프로바둑 ‘인제 하늘내린’ 팀 창단을 이끌었다.
얼마 지나자 순천에서는 정말로 바둑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국제바둑중고등학교 얘기는 없었다. 그래서 우려했던 대로 신 씨의 야심찬 계획은 보나마나 무산되었고, 신 씨는 바둑 일에서 손을 뗐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국제바둑중고등학교 해프닝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 참 그게 또 아니었다. 이제 와 보니 국제바둑중고등학교 창설 청사진은 성패를 떠나 바둑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려고 마음을 이미 굳히고 있던 신 씨가 사람들에게 돌린 인사장이었던 것이다.
2013년 우리가 주최하는 세계 아마추어 바둑대회인 국무총리배 때, 10월에 춘천에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는데, 5월에 춘천시가 갑자기 난색을 표했다. 대한바둑협회는 당황했다. 그때 등장한 사람이 신 씨였다. 신 씨는 동분서주했고, 몇 달 만에 경북 구미시를 연결해 주었다. 2013년 국무총리배는 구미시에서 열렸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사람들 말에 따르면 ‘바둑계의 학부모가 중간 역할을 해 일을 만들어낸 최초의 사례’였다. 신 씨는 한국기원 홍보이사로 위촉되었다.
신씨는 현재 도로교통공단(이사장 신용선)의 방송본부 방송관리처 차장으로 ‘TBN(Traffic Broadcasting Network)한국교통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방 10개 방송국(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전주 울산 창원 원주 포항) 전반에 관한 서무 업무와 방송협찬. 그런데 왜 바둑? 아들 때문이다. 아들의 인생이, 아니 이제 겨우 스물이므로 인생이라고까지 하기에는 아직 좀 그렇지만, 현재로선 아들 재훈(20)의 삶이 바둑이기 때문이다.
명지대 바둑학과에 재학 중인 아들 재훈 군과 함께한 모습.
그래서 입단은? 아직이다. 작년에 ‘18세 나이 제한’에 걸려 연구생에서 나와 올해 명지대 바둑학과에 입학하긴 했다. 입단을 못했으므로 요즘 유행어를 빌리자면, ‘미생’이다. 미생은 오늘의 대세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청년이지만, 청년만 미생이 아니라 중년도, 노년도 미생이다. 미생은 도처에 널려있다. 어쨌거나 아빠는 눈을 넓혔다. 아들이 입단을 할지, 하면 언제 할지, 그건 모른다. 그러나 입단을 언제 하든, 아니 하든 못하든 바둑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들 한 사람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입단의 문턱에서 방황하거나 입단 대신 바둑의 또 다른 길로 방향을 전환하는, 아들의 많은 친구들을 위한 일도 될 것이었다.
“재훈이가 바둑 시작해서 지금까지가 17년이라면 제가 바둑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17년입니다…^^. TBN한국교통방송은 공익방송입니다. 상업광고는 할 수 없고 공익적 캠페인만 할 수 있습니다. 방송협찬 일을 하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부처, 공공기관, 대기업 관계자들입니다. 협찬 상담은 일종의 영업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다양한 얘기를 하게 됩니다. 바둑이 화제가 될 때도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바둑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신 차장은 또 지난 연말에는 또 한국여자바둑리그 ‘인제 하늘내린’ 팀 창단의 산파로 활약했다. 인제군과는 스피디움(Speedium, 접경지역개발단의 오토테마파크 사업. 전남 영암의 ‘F1서킷’ 같은 자동차 경주장)이 인연이 되어 인제군청의 접경지역개발단이 지난해 10월 개최한 제1회 바퀴축제(자동차를 비롯해 오토바이, 자전거에서 인라인 스케이트까지 아무튼 바퀴 달린 모든 것들이 참가해 경기-전시하는 재미있는 축제)를 공개방송했고, 행사를 전후해 가깝게 어울리는 자리에서 “군을 홍보하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면서 프로바둑 팀 창단을 강추했던 것. 신 차장은 현재 개인적으로도 팀을 후원하고 있다. 헤이자자 6단을 영입한 것도 신 차장의 작품이었다.
최근 몇 달 동안 바둑계의 화제를 독점했던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인제 팀은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한국기원의 기전운영 팀 관계자에 따르면 “여자리그는 지난 3개월 동안 신문 등 활자매체, 바둑TV, 바둑 인터넷, 공중파, 종편, 포털 사이트 등의 기사를 통해 팀마다 약 60억 원의 광고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인제군에서 팀과 선수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그런 아쉬움과 바람은 있다.
신 차장의 바둑실력은? 본인은 9급이라고도 하고 인터넷에서 4급을 왔다 갔다 한다고도 한다. “어떨 때 급하면 재훈아, 이리 좀 와 봐라 부릅니다. 내가 다 잡히기 직전이다가도 재훈이가 몇 수 두면 거꾸로 상대가 잡히는 겁니다…ㅎㅎ. 그런데 상대도 같은 4급이면 서로 비슷해야 하는데, 숨도 못 쉬게 몰릴 때가 있어요. 상대도 4급이 아닌 거잖아요. 좀 미안하긴 하죠…^^. 그러나 우리 같은 하수들은 이런 것도 인터넷 바둑의 재미입니다. 잘 아시잖아요.”
신 차장은 지금 2015년 국무총리배 개최지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는 여차하면 강원도로 유치해 볼 생각이다. 강릉 화천 동해 속초, 네 곳을 후보지로 꼽아놓고 있다. 신 차장은 고향이 강릉이다. 내년에는 전북 부안을 보고 있다. 그런가하면 황태로 유명한 인제의 ‘설원명작’과도 접촉하고 있다. ‘설원명작’의 중국 수출을 도우면서 ‘한-중 프로 바둑대회’를 만들려는 것이다. ‘넥센타이어’와도 중국 시장 매출 상승과 바둑대회 유치를 협의하고 있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이 신 차장에게 중국 인맥을 소개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제바둑중고등학교, 그것도 여전히 유효하다. 부암동 그곳에 언젠가는 세워질 것이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