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덕 변호사 | ||
고 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84년 12월 박 명예회장의 둘째딸인 유아씨와 결혼했다. 당시는 박 명예회장이 국회 재무위원장을 지내던 때였다.
결혼 이후 지난 86년 고승덕·박유아 부부는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나 1남1녀를 두었다. 한때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금실이 좋았던 두 사람은 그러나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 16년 만에 각자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두 사람의 불화설이 세간에 나돌기 시작한 때는 지난 98년 초, 부인과 자녀가 미국으로 떠난 뒤부터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에 대해 부인해왔고, 매스컴에 자주 모습을 보였던 고 변호사 역시 가정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왔다.
지난해 9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고 변호사는 “곧 책을 통해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만 답했을 뿐, 그간의 ‘불화설’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9일 협의이혼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승덕 변호사는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혼 사실’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지금은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첫마디를 열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결혼생활이나 집안 얘기 등에 대해 하지 못한 얘기들이 많지만 말로서 다 설명하기는 힘들다”며 “내가 살아온 모든 얘기들은 조만간 책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오는 6월 자전 에세이집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 99년 한나라당 공천 파문 당시의 고 변호사(왼 쪽)와 박태준 총재. | ||
고 변호사는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다 들어있다. 5백여 페이지 분량이다. 고시공부 한 얘기, 정치판에서 ‘쇼’ 한 얘기, 방송활동, 결혼해서 살아온 얘기까지 모두 담겨있다”며 “진작부터 책을 낼 생각으로 정리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담담히 얘기를 이어가던 고 변호사는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듯했지만 그 많은 얘기들을 몇 마디 말로써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두 사람의 사이가 악화된 것이 지난 99년 고 변호사의 서울 송파갑 재선거 ‘후보 사퇴파동’ 때문이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당시 여당이던 자민련 박태준 총재의 ‘제동’으로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았던 고 변호사가 단 하루 만에 사퇴를 했던 사건이었다. 장인과 사위 간의 대결로 주목을 끌었던 이 파동 이후 고 변호사와 박유아씨의 관계가 더욱 안 좋아졌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박유아씨의 언니 박진아씨는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4년간의 일본체류 시절을 언급하며, “아버님(박태준 회장)이 YS정권 때 ‘박해’를 받으시고 외국으로 쫓겨가셨을 때부터 이미 장인과 사위의 관계가 좋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언니 박씨에 따르면 두 사람이 결별에까지 이른 데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부부사이가 돈독하다면 장인과 사위의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고 해 갈라서기까지 하겠느냐”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요구에는 더 이상의 답변을 회피했다.
“두 사람의 결별에 대해 가족들이 만류하거나 걱정을 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이미 집안 내에서는 두 사람이 오래 전부터 헤어질 것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에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어 “그동안 동생이 단편적으로 심경을 토로하기는 했었지만 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줄은 뒤늦게서야 알았다”며 “두 사람이 결정한 일이니 존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니 박씨는 고승덕 변호사가 살아온 얘기들을 책으로 낸다는 소식에 대해 다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씨는 “그 책 속에 묘사된 집안문제 중에서 하나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정확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가인 박유아씨는 지난 98년 두 자녀들과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생 유아씨의 근황을 묻는 기자에게 박씨는 “잘 살고 있다. 이제 와서 이혼문제로 주목받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입국계획도 없다”고 말했다.